‘초이노믹스’로 금고 빵빵해지고 미분양주택은 혈세로 매입해줘 ‘땅 짚고 헤엄치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초이노믹스’로 건설사들은 지난 2년 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축소할 방침인 데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수요도 견조해 올해도 건설사들의 돈벌이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정부가 혈세를 동원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나섰을 정도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등에 힘입어 건설사들의 실적과 주가 강세가 계속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DB.
지난해 주가가 50%가량 급등한 현대건설은 새해 들어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새해 주가 상승폭도 5%를 넘고, 대림산업 역시 4% 넘게 올랐다. 회계 문제가 불거진 대우건설조차 우상향 추세다.
현재 대형 건설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0.8배 수준, 자산을 지금 당장 팔아도 100을 받을 수 있다면 현 주가는 70~80수준이라는 뜻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9~10배 사이로 코스피 평균 값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꽤 올랐음에도 여전히 주가가 싼 이유는 돈을 많이 벌어서다. 이익을 거둔 후 배당 등에 쓰고 남은 돈, 즉 이익잉여금을 보자. 현대건설은 2013년 말 3조 5203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조 4244억 원으로 2년 9개월 동안 9000억 원가량이나 불어났다. 현대산업개발은 1조 6614억 원에서 2조 1183억 원으로 5000억 원 이상 늘었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의 경우 이익잉여금이 크게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돈을 번 덕분에 해외 쪽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실적은 2013년 말 61조 원대이던 국내 민간건축 물량이 2015년 112조 원 이상으로 배 가까이 불어난 덕분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및 택지규제를 푼 게 결정적이다. 해외건설 부실로 생사 기로에 섰던 건설업계로서는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도 건설업계에서 최 전 부총리는 ‘구세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로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건설사들의 실적이 꺾이는 것은 아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주택매출은 2015년 공급량에 영향 받는다. 2015년 공급량이 14만 8000세대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함에 따라 2017년 대형사의 주택매출은 전년 대비 40.1% 증가할 전망이다. 2018년에도 2017년과 유사한 매출이 예상된다. 2017년 하반기부터 대부분 건설사는 입주와 함께 잔금 회수가 본격화되며 현금흐름 개선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특히 2017년 대형사의 해외 매출은 6% 감소할 전망이지만 주택과 해외 합산 매출은 13%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주택수요가 견조하고 주택재건축 공급확대가 내년까지 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일부 거품이 빠지는 정도일 뿐 학군과 교통이 좋은 요지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재건축․리모델링 일감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는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을 혈세를 동원해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올해 매입·전세임대 규모를 당초 4만 가구에서 5만 가구로 늘렸다. 특히 미분양이 급증할 경우 환매조건부 미분양매입제도, 매입임대리츠 등을 통해 이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서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기업의 재고를 정부가 사준다는 뜻이다. 덧붙여 주택시장이 위축됐거나 위축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건설·청약 관련 규제 완화 및 각종 지원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특혜를 주겠다는 뜻이다.
환매조건부 미분양매입제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건설사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제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 차례 도입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13년까지 5년 간 총 1만 9000여 가구의 미분양주택을 매입했다. 1채에 1억 원씩만 잡아도 1만 채면 1조 원이다.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의 재고를 정부가 매입해 대신 팔아주는 건 아파트 등 주택뿐이다. 물론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이 반복되면 또 다시 건설사들의 묻지마 투자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는 다수가 주거편의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한 만큼 길게 보면 최근 커지는 빈집 문제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