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농협이 운영 중인 한우전문점 ‘명성한우’. 조현중 기자 ilyo66@ilyo.co.kr
-광산 송정농협 운영 5일 시장 내 한우전문점 ‘명성황우’ 누적 적자 심각
-잘못된 수요예측, 방만 경영이 주범…대안 찾기 요원, 애물단지 전락 우려
[광주=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 광주 송정농협이 운영 중인 송정 5일 시장 내 한우 전문점 ‘명성황우’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광산구와 송정농협에 따르면 식당 ‘명성황우’는 송정농협이 지난 2010년 광산구로부터 공유지 339.53㎡을 17년간 임대해 운영한 뒤 기부체납 조건으로 운영 중이다.
사업 초기 두 기관은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졌다. 송정농협은 한우 판매를 통한 한우 농가의 수익보장을, 광산구는 지역 대표성을 띠고 있는 송정 5일 시장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광산구는 공유지를 제공했고, 송정농협은 총 사업비 12억원을 들여 1층 한우 판매점과 2, 3층 식당을 위한 철구조물 건물을 신축했다.
그러나 식당운영이 7년 후부터 적자로 돌아서면서 두 기관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송정농협은 적자 해소를 위해 직영체제를 위탁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난해 9월 지역 업체인 A 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광산구는 위탁운영은 계약위반이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송정농협은 적자해소를 위한 방안인 데 광산구가 운영방식까지 간섭하는 건 월권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송정농협은 각종 이유를 들어 건축물에 대한 기부체납 조건을 철회하겠다는 탄원서를 광산구에 제출했다.
이처럼 광산구와 송정농협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광산구가 이번에는 상생방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위탁경영은 불가하지만 두 기관의 공동대표 체제는 적법하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간으로 식당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 요지였다.
이 같은 광산구의 제안을 송정농협이 받아들이면서 현재 양 기관은 A업체를 ‘명성황우’ 운영사로 선정하고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명성황우’는 애초부터 적자 예견 요인들을 해결 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두 기관이 체결한 ‘잘못된’ 계약조건에서 비롯된다. 두 기관이 맺은 계약은 송정 농협에서 17년간 직영으로 운영하고 지역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우만 판매토록 한 것이 뼈대다.
송정농협은 사업초기 2년간은 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홍보 등을 통해 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더욱이 농협에서 발행된 교육지원사업비 명목의 카드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복병은 예상치 못한 데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홍보를 통해 확보된 일반 고객이 아니라, 농협 조합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합원들에게 발행된 교육지원사업비 명목의 카드 때문이었다.
이 카드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한 달에 10~15만원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국세청과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에게 배당되는 배당금은 의료복지, 또는 영농자재 구입비로만 사용 용도가 한정됐다.
이 탓에 조합원들의 이용이 감소하면서 식당 경영에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문제는 송정 5일 시장 이용객 성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과 한우 단일 품목 판매에 국한한 부분에 있었다. 이 곳을 찾는 이용객 대부분은 노인들로 분포돼 있으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고가의 한우매장은 이용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뿐만 아니다. 경험이 부족한 계약직 점장 채용과 20여 명의 직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매출 대비 적자폭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성황우의 현재 누적 적자는 8억 여원. 이대로 운영이 지속될 경우 누적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문제는 누적적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5일 시장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에서 추진했던 사업이 빛도 보지 못한 채 흉물로 남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뒤늦게 공동대표 체제 등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고 뒷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단순히 운영체제의 변화만으로 매출 향상이 이뤄질 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송정농협의 수뇌부가 바뀐 것도 ‘악재’다. 지난해 송정농협은 조합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조합장이 선임됐으며 신임 조합장은 ‘명성황우’ 운영에 대해 마뜩찮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조합장이 추진했던 적자투성이 ‘문제 사업’을 이어받는 것은 신임 조합장으로선 달가울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동대표체제 외에 식당 활성화를 위해 내 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여의치 않은 점도 신임 조합장과 광산구의 대안 찾기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정농협 관계자는 “부실경영의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명성황우가 애초 취지대로 조속히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명성황우를 두 달정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해보고,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이나 보완 사항 등을 적극 수렴해 합리적 운영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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