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테러 생존자들 90초간의 탈출기

	▲ 폭탄테러 현장에서 피신하는 사람들의 모습. [연합]

테러가 발생했던 쿠타 해변은 전세계적으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사건 당일 역시 사리 클럽 안에는 수많은 서핑족들이 모여 여흥을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40명 가량의 목숨을 구하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6명의 서핑 동호회 회원들이 호주로 돌아와 당시 클럽 안의 절박하고 숨가빴던 자신들의 생생한 탈출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첫 번째 ‘꽝’하는 폭음이 울리자 클럽 안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출입문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으며, 얼마 안 가 더 큰 두 번째 굉음이 울렸다. 이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컴컴해진 실내 곳곳에서는 불기둥이 치솟았고, 곧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게 실내를 뒤덮기 시작했다. 입구 쪽에서 떨어져 있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 6명의 서핑 동호회 회원들은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 서핑클럽 회원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폭발음이 울렸던 입구의 반대쪽으로 달려갔지만 출구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불길은 더욱 거세어졌고 사방에서는 벽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절규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왕좌왕하던 이들은 곧 유일한 탈출구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사리 클럽은 천장이 뻥 뚫린 ‘오픈 에어’ 구조였기 때문에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방법만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곧 한 명이 벽을 타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5명은 어두컴컴한 좁은 통로에서 서로의 손을 붙잡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사람들을 인도했다. 당시 이렇게 이들의 손을 거쳐간 사람의 수는 대략 40명 정도였던 것 같다고 이들 중 한 명인 고든은 말한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안에서 이렇게 인간 사슬을 만들어 사람들을 대피시켰던 것도 고작 90초 정도. 점차 거세지는 불길과 온 몸이 타들어 갈 것 같은 열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이들은 “이제 나가지 않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아직도 자신들을 바라보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며 손을 뻗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괴롭다고 말하는 이들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