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분 식량·연료 꽉꽉…‘앵그리 푸어’ 폭동 대비 땅속 보금자리 마련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비단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만은 아니다. 양극화와 사회 분열에 따른 시민 소요 사태부터 지구 종말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사실 이런 ‘생존주의’는 근래 들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과거 불안 요소와 위기 상황이 초래될 때마다 ‘생존주의’는 고개를 들었고, 이는 때로는 범정부 차원에서 주도되기도 했다. 최근 <뉴요커>는 근래 들어 다시 확산되고 있는 ‘생존주의’에 대해 보도하면서 과거와 달리 일부 ‘슈퍼 리치’들 사이에서 유난히 ‘생존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캔자스주에 위치한 최첨단 지하 벙커 ‘서바이벌 콘도 프로젝트’. 무장한 군인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캔자스주의 황량한 대지에 위치한 ‘서바이벌 콘도 프로젝트’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지하 벙커다. 벙커 하면 떠오르는 폐쇄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산. 지하 15층으로 이뤄진 고급 아파트 단지인 이곳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지상 위의 여느 고급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미사일 격납고로 사용됐던 곳을 개조해서 만들었으며, 육군이 건설한 만큼 방어력만큼은 최고 수준을 자부한다. 심지어 핵무기 공격에도 끄덕없다. 옥수수속을 닮은 원통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벙커의 수용 인원은 총 75명. 5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식량과 연료가 준비되어 있으며, 지하이기 때문에 창문만 없을 뿐 실내는 마치 스키장 콘도 같은 아늑한 느낌이다.
‘서바이벌 콘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래리 홀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크루즈 선박의 설계를 본떴다”고 말했다. 덕분에 실내는 좁지만 그렇다고 폐쇄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답답하진 않다. 15층 가운데 일부 층은 개인 아파트이고, 나머지 층은 공용 공간이다. 가령 수영장, 인공 암벽, 인조잔디 공원, 컴퓨터실, 체육관, 영화관, 도서관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의료실에는 병원 침대와 치료용 침대, 치과 의자 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이는 입주 예정자 가운데 의사가 두 명, 치과의사가 한 명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식량 창고는 ‘미니 슈퍼마켓’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는 충분한 양의 깡통 음식을 비롯해 민물고기를 양식하는 수조와 실내 채소 재배기가 구비될 예정이다.
홀은 지하 벙커 생활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보다도 오랜 지하 생활로 발생하게 될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나 거주민들 사이의 반목 등과 같은 문제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에는 가능한 조명을 많이 설치했으며, 거주민들의 다툼을 예방하기 위해 교대로 허드렛일을 하는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벽면에는 LED 창문을 설치해서 지상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도록 했다. 단, 주민들이 원할 경우에는 소나무숲이나 다른 전망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뉴욕 출신의 한 입주민은 센트럴파크의 영상을 특별히 원하기도 했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벙커에 소속된 특수기동대팀이 즉시 출동해서 반경 약 640km 안에 있는 입주민들을 이송해오며, 개인 비행기를 소유한 입주민들의 경우에는 인근 비행장에 착륙한 후 개별적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옥수수속을 닮은 원통 모양의 이 벙커는 과거 미사일 격납고로 사용됐던 곳을 개조해 만들었다.
플로리다주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타일러 앨런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150만 달러에 이곳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한 앨런은 “미국에서 조만간 ‘사회적 갈등’이 촉발될 것이다. 어쩌면 정부가 대중을 배신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비밀리에 미국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그는 재난 발생시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을 지키고 싶어서 벙커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앨런처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모양. 현재 모든 아파트가 팔린 상태며, 이미 홀은 두 번째 아파트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 벙커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될 두 번째 벙커는 세 배 더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 혹은 재앙에 대비해 살아남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생존주의자(survivalist)’ 혹은 ‘프레퍼족(preppers)’이라고 한다. ‘생존주의자’들은 과거에도 있어왔지만 근래 들어서는 그 면면이 달라졌다고 <뉴요커>는 말했다. 즉,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부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페이스북의 전 제품매니저인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40)도 실리콘밸리의 생존주의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봄 미 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할 무렵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외딴 섬에 2만m²의 대지를 매입했던 그는 이미 발전기, 태양광 패널, 수천 개의 탄약통 등을 구비해 놓은 상태다. 현재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급적 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되,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되진 않은 곳으로 대피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 내에는 마르티네즈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소모임이 있다. 생존주의자인 이들은 주기적으로 만나서 방독면, 벙커, 기후변화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안전지대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투자회사 사장인 익명의 한 회원은 <뉴요커>에 “나는 늘 연료를 가득 채워놓은 헬리콥터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또한 공기 정화장치가 설치된 지하 벙커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총기류와 오토바이, 금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하는 것은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사인 ‘메이필드 펀드’의 상무이사인 팀 창(44) 역시 <뉴요커>를 통해 “실리콘밸리에는 생존주의자들이 많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준비하고 있는 도피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쌓아두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암호화 화폐부터 해외 별장 구입 방법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마치 스키장 콘도처럼 아늑하다. 벽면에는 LED 창문이 설치돼 있다.
소셜 뉴스웹사이트인 ‘레딧’의 공동창업자 겸 CEO이자 억만장자인 스티브 허프만(33)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2015년 레이저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던 그는 갑자기 수술을 받았던 이유에 대해서 “만일 대재앙이 발생할 경우, 아니면 꼭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콘택트렌즈나 안경은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생활의 편리함이나 외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재사고든 천재지변이든 재난이 발생할 경우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허프만은 대재앙으로 인한 혼란에 대비해 현재 두 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권총과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벙커는 구입하지 않은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집안에 숨어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허프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부자들 사이에서 유독 생존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걸까. 그것도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한 첨단기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서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는 첨단기술의 또 다른 면이다. 이를테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긍정적인 미래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미래 등 다양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벤처투자사인 ‘블룸버그 베타’의 회장인 로이 바하트는 “기술회사에 근무하면 무엇이든 무한정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달로 낙천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절망주의에도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의 발달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아가 실업률이 치솟을 경우 실리콘밸리에 대한 반발심이 폭발해 소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가 집중된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이다(첫 번째는 코네티컷주다).
또한 유명 기술회사의 한 익명의 CEO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해킹 사건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해 대선 때 발생한 러시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이버 공격이나 10월에 발생한 북미와 서유럽을 상대로 한 해킹 사건 등이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식량 운송은 GPS, 운송업체, 날씨 예보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들은 대개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은 DNS(도메인 이름을 IP로 변환시켜주는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인터넷이 마비될 경우 발생할 재앙을 염려했다.
이와 관련, ‘레딧’의 전 CEO인 이샨 웡은 <뉴요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희귀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첨단기술 관련 종사자들은 위험을 매우 수학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재앙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현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순자산을 어디에 분산시켜 놓을지 등 합리적인 일들을 준비해둔다”라고 덧붙였다. 그 역시 현재 위기 상황에 대비해 시력교정술을 받은 상태다.
벙커 내부에는 수영장 영화관 도서관 등 각종 편의시설뿐 아니라 치과진료실 등 의료시설도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반대편에 있는 뉴욕의 생존주의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뉴욕의 경우에는 금융권 관계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명 금융 전략가인 로버트 H. 더거는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에서 머지않아 러시아혁명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극심한 소득 격차로 인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탈출로를 모색하는 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더거는 9.11 테러 발생 후 가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의 저녁 모임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우리들은 미국의 종말 시나리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에 대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의논했다. 대부분은 가족들과 개인 제트기를 타고 서부 농장으로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면 외국으로 도피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엘리트들의 이런 공포감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대선 때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바라고 트럼프를 지지했던 금융관계자들조차도 마찬가지다. 더거는 “가짜 뉴스가 판치는 미디어는 현재 공격을 받고 있다. 어쩌면 다음 차례는 사법체계일 수 있다. 존재 자체가 사법체계에 좌우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상무이사인 로버트 A. 존슨(59)은 심각한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긴장 상태가 너무 뚜렷해졌다고 경고하면서 전 세계의 많은 부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존슨은 “나는 뉴질랜드와 같은 곳에 활주로와 농장들을 사들이고 있는 전세계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연설한 바 있다.
이런 우려는 결고 과장된 것은 아니다. 실제 미국의 소득 격차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미국립경제연구소는 “미국 성인의 절반은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왔다”는 새로운 분석을 발표했다. 약 1억 1700만 명의 평균 소득은 1980년 수준과 동일한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약 세 배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존슨은 부자들이 ‘책임 의식’을 갖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상속세 인상 등 정책 변화에도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생존주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단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부자들뿐만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생존주의는 주류 문화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처음 방영된 <지구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대재앙을 준비하는 미국인들의 생존방법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파장을 불러 일으켰었다. 미 전역에서 시청한 사람만 400만 명 이상이었으며, 시즌 1이 끝나갈 무렵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사상 최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40%가 퇴직연금을 준비하는 것보다 보급품을 비축하거나 방공호를 건설하는 것이 더 현명한 투자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미국 내 생존주의자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서 <뉴요커>는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겉으로 드러내길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거부한 익명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익명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 가운데 이른바 ‘지구종말 보험’을 들어둔 사람들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호프만은 “아마 50%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생존주의 확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페이팔’의 설립자인 맥스 레브친은 “생존주의는 실리콘밸리와 관련해서 내가 싫어하는 드문 것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존주의를 가리켜 ‘도덕적인 판단 착오’라고 말했다. ‘도피’보다는 ‘해결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의 노숙자 보호소에 기부를 하는 것이야말로 더 현실적인 행동일 것이라고 레브친은 꼬집었다.
이처럼 ‘도피’가 아닌 ‘예방’을 택한 사람들은 많다. 위험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맞서는 것이다. 디지털 의료기업인 ‘뉴로트랙’의 CEO인 엘리 캐플런은 “내가 억만장자라면 나는 벙커를 구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보다는 시민사회와 시민개혁을 위해 재투자할 것이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캐플런의 이런 시각은 결국 ‘믿음’에 관한 것이라고 <뉴요커>는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현인으로 불리는 스튜어트 브랜드 역시 생존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는 위기보다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폭력 없이 무사히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가령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던 금융위기를 견뎌냈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무사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지진해일과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에도 버텨냈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미국 생존주의자들이 꼽는 도피처 1순위? 트럼프 당선 직후, 뉴질랜드 이민 신청 껑충 재난 발생시 도피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생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멀리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이 가운데 가장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뉴질랜드다. 트럼프 당선 직후 7일 동안 무려 1만 3401명의 미국인들이 뉴질랜드 이민국에 이민을 신청했다는 사실만 봐도 뉴질랜드가 얼마나 인기인지는 잘 알 수 있다. 이는 평소보다 무려 17배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미디어웍스’의 회장인 잭 매튜스는 “미국인들의 마음 한편에는 인류 대재앙이 발생할 경우, 뉴질랜드가 ‘퍼스트 월드’라는 생각이 있다.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에너지, 식수, 음식 등도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질랜드에 집 두 채를 사들인 익명의 한 40대 펀드매니저는 내친 김에 아예 뉴질랜드 거주 자격도 취득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정치적 불안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특히 인종 갈등, 양극화,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노령화를 걱정했다. 그는 “미국은 뉴욕, 캘리포니아로 양분화되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완전히 또 다른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매니저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뉴질랜드가 안전한 도피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인들의 이런 뉴질랜드 이주 물결은 트럼프 당선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워싱턴으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안전하고, 부정부패도 적기 때문이다. 2016년 1~10월까지 외국인들이 뉴질랜드에서 사들인 토지 면적은 전년 대비 네 배가량 증가했으며, 지난 6년간 뉴질랜드 거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은 약 1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인들은 호주인들에 비해 두 번째로 많았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