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받아 국고 귀속…참전용사에 돌려줘야” vs “법에 의거해 정당 보상”
월남전 참전군인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는 지난해 9월 ‘도적 맞은 월남전투수당 90% 배상청구서’를 발간했다. 월남전 참전용사들은 받아야 할 전투근무수당 중 10.8%의 해외파견특수근무수당만 보상받았고, 나머지 89.2%는 국고로 귀속됐기 때문에 이제라도 전투근무수당을 모두 보상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브라운각서’와 ‘미육군성 월남전 연합군 연구교서’가 근거자료로 제시돼 있다.
지난 1964년 당시 이동원 외무부 장관과 원드롯 지 브라운 주한미국대사가 작성한 ‘브라운 각서’의 군수 협조 9항에는 ‘파월 한국군 전원에 대하여 1966년 3월 4일 비치 장군 및 김성은 국방부 장관 간에 합의된 율에 따라 해외 근무수당을 부담한다’고 언급돼 있다.
또 ‘미육군성 월남전 연합군 연구교서’에는 ‘월남 파병 한국군 장병들에게 미군에 지급되는 동일 수준의 전투수당을 지불하기로 하고, 전상자의 보상금과 현지 월남 고용인의 급료도 미국이 지불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미국이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들에게 미군과 동일한 전투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외무부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세계월남참전한국총연합회가 작성한 ‘월남 유엔군 참전 전투수당 비교표’에 따르면 전투부대로 참전한 미군(월 533.41달러)과 한국군(월 116.99달러)의 전투근무수당은 4.6배나 차이가 난다. 심지어 비전투부대로 참전한 필리핀군(월 445.03달러)과 태국군(월 405.61달러)이 한국군보다 3배 이상의 많은 전투근무수당을 받기도 했다.
세계월남참전한국총연합회는 미군과 동등한 조건으로 전투근무수당을 지급받지 않았기 때문에 국고로 귀속된 보상금 300억 달러를 32만여 명의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1963년 5월 제정·시행된 군인보수법을 반박 자료로 내세우고 있다. 군인보수법 제17조(전투근무수당)에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전투에 종사하는 자에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투근무수당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국방부는 군인보수법은 국내에서 발생한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적용되므로,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는 전투근무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전투근무수당 관련 법령은 군인보수법이 아닌 ‘해외파견군인의 특수근무수당 지급 규정(1964년 9월 제정)’이다. 여기에 기재된 수당액표에 따르면 최종 시행된 해외파견특수근무수당은 병장 1일 기준 1.8달러다. 사이밍턴청문록(1970년 2월 작성)과 월남전 당시 참전용사에게 지급됐던 수당 관련 수첩에도 수당액이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과 동일한 조건에 해외파견특수근무수당이 지급된 게 맞다”면서도 “다만 미군은 전투근무수당을 추가로 보상받았고, 우리 군은 군인보수법에 의거해 전투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었으므로 해외파견특수근무수당만 보상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미 여러 명의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전투근무수당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되거나 패소했다”며 “법원 판례로봐도 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의 주장이 잘못됐음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964년 당시 이동원 외무부장관과 원드롯 지 브라운 주한미국대사가 작성한 ‘브라운 각서’. 사진=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 제공
그러나 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는 ‘브라운각서’와 ‘미육군성 월남전 연합군 연구교서’에 동일 수준의 전투 수당이라 기재돼 있을 뿐, 해외파견특수근무수당이라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국방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웅 회장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수당 중 전투근무수당은 국고로 귀속되고, 해외파견근무수당만 참전용사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전투근무수당을 받지 않았다는 해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고, 이를 증빙할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2012년 4월 이세호 전 주월한국군사령관이 월남전 참전용사 1000여 명이 모인 안보강연장에서 “전투수당의 10분의 1만 지급하고, 10분의 9는 국고 귀속하여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사용했다”고 양심선언한 바 있다. 이는 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의 주장에 부합한 증언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참전용사 10여 명의 사실관계진술서가 세계월남전우한국총연합회에 보관 중이다.
하지만 군사편찬연구소는 그로부터 6개월 후 이 사령관을 인터뷰하면서 “해외근무수당 중 10분의 1은 현지 사용, 10분의 9는 한국의 가족에게 송금해 생계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으므로, 이 사령관의 양심 고백은 왜곡됐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1973년 3월 20일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된 주월군 개선 환영식에서 사열하는 박정희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스위스 UBS(유니언뱅크) 비밀계좌에 보관했던 비자금이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전투근무수당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치용 씨가 2012년 10월 미국 의회 프레이저소위원회 청문회 문서를 공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스위스 비자금 계좌와 구체적인 입금 사실이 알려졌으며, 앞서 2008년 12월 곽태영 전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와 문명자 전 청와대 출입기자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스위스은행 60억 달러 비자금 의혹을 거론한 바 있다.
김성웅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탄핵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전투근무수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국고 귀속시킨 전투근무수당을 참전용사와 그의 가족들에게 정당하게 배상지급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전투근무수당을 받지 않았다는 자료를 제시할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전투근무수당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스위스 비밀계좌에 보관해 뒀다는 건 루머일 뿐”이라며 “그동안 관련 의혹을 제기해 국방부의 명예를 실추시킨 참전용사들을 상대로 법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건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주기 위함이었다. 더 이상의 억지는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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