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피해 여성 진술 확보…“그런 사실 없다” 해명해 온 서 원장과 감정원은 궁지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의 성희롱 의혹 보도가 쏟아진 직후 관련 의혹 감사에 돌입했다. 애초에 국토교통부만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고용노동부도 함께 감사를 진행 중이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성희롱 의혹과 감정원에서 올 초에 벌인 내부 감사 적절성을 중심으로 감사를 벌였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언론에 보도된 성희롱 의혹과 함께 추가로 쏟아진 제보의 진위 여부에 집중했다.
고용노동부가 먼저 서종대 원장에게 성희롱 당했다고 주장한 뒤 회사를 그만둔 여성의 피해 진술을 확보했다. 23일 고용노동부 감사 관계자에 따르면 “서종대 원장에게 성희롱 당해 회사를 그만뒀다고 알려진 여직원에게서 성희롱이 있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여직원에게 추가적인 사항을 조사 중이다. 감사 결과는 곧 나올 예정이며 이 여직원 외에도 추가적인 성희롱 피해여성이 있었는지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감사 진행 상황과 함께 피해 여직원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해 줬다. 감정원은 이제껏 제기된 모든 성희롱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성희롱 때문에 그만뒀다고 알려진 여직원은 미국 취업 계획이 있어 부득이하게 사직했다. 성희롱 탓이 아니다.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며 연락도 안 된다”고 발뺌해왔다. 그렇지만 여직원은 실제 미국이 아닌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연합뉴스
종용은 성희롱 의혹 보도가 있은 직후 일어났다고 알려졌다. 지난 7일 오전부터 시작된 서종대 원장의 성희롱 의혹 보도에 따르면 서 원장은 지난해 11월 3일 한 여직원에게 “양놈들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등 수위 높은 성희롱 의혹에 휩싸였다. 성희롱 발언을 들은 직원은 감정원 감사실에 이 사실을 알리고 회사를 그만뒀다. 내부 감사가 진행되긴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내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감사 관계자는 “감정원에서 진행한 내부 감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렇게 제기된 성희롱 사실 외에도 추가 성희롱 피해 제보가 빗발쳤다. 게다가 성희롱을 넘어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기를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특성상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여성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피해 언급을 꺼려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원한 한 감정원 직원은 “공공기관은 정년도 보장돼 있고 평생 직장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나서서 성희롱 피해를 이야기하는 건 평생 짊어져야 할 멍에가 될 수 있기에 모두 쉬쉬하고 가슴앓이만 할 뿐 드러내며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폭로 기사가 보도된 뒤에 수없이 많은 제보가 날아 들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제보가 공중전화에서 걸려왔다”며 “제보자 가운데 이야기를 좀 더 해주려는 사람도 자세한 사항을 좀 더 물어보면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자취를 감췄다. 국회에서 이 사안을 상당히 무겁게 가져가려고 해도 피해자들이 두려워하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일렀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감사 결과는 2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감사 관계자는 “감사 결과는 곧 나올 예정이다. 법적으로 성희롱이 맞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 중“이라며 ”현재 서종대 원장 해임 가능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장 해임은 상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상법은 공공기관에 금전적 피해를 입혔을 때만 해임이 가능해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내부 검토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서종대 원장의 임기는 3월 2일까지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져 최소 한 달 더 감정원장 자리를 지킬 것으로 감정원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 감정원장을 향한 파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직후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서 원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확실한 증거나 피해자가 파악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를 보였다. 새롭게 확인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서종대 원장을 향한 파면 요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감정원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으로 부인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성희롱과 성추행 관련 제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한벗회에게 성명을 종용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