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시간 끌며 전형적 책상빼기”…교감은 파면 대신 교장직무대행으로 승진
“복직 축하한단 인사는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지난 2월 28일, 기자와 만난 전경원 하나고 교사가 처음 꺼낸 말이다.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직후였다. 목소리는 무거웠고, 표정은 어두웠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겠단 말을 전한 게 불과 하루 전이었다. 단 하루 사이에 발생한 일이 그의 심경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 내부고발 교사에 보복 징계 의혹
“하나고 입학 성적 입력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이렇게 진술했다. 이 발언으로 앞서 ‘MB귀족학교’로 불리며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던 하나고 입학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특별감사에 나섰고, 같은해 11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하나고가 2011~2013학년도 신입생을 뽑으면서 3년간 90명의 입시 부정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전 교사의 진술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은 징계위를 열어 지난 2016년 10월 31일 전 교사에게 해임 처분을 통보했다. 하나고 측은 전 교사에 대한 징계가 내부 고발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지만, 전 교사는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학교 측에 징계취소를 요구하며 교육부에 소청을 제기했다.
# 복직은 잠정 보류
지난 2월 22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전 교사에 대한 해임 처분 취소 심판에서 해임 취소 결정을 했다. 이번 판결에서 소청심사위는 ‘학교법인 하나학원의 해임처분이 공익제보자에 대한 위법하고 부당한 보복성 조치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소청심사위 해임 취소 결정은 즉각적인 행정력을 지니기 때문에, 전 교사는 오는 새 학기부터 곧바로 교단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 1년 6개월간 전 교사가 겪은 일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자와 만난 전 교사는 “금방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사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 27일 복직 절차와 담당 수업 배정 등을 문의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지만 교감으로부터 “당장은 복직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나고 측이 소청심사위로부터 아직까지 어떠한 통보나 결정서 등 정식 공문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전 교사는 “소청심사위의 결정은 즉각적인 행정력을 지닌다. 판결이 내려진 그 시점부터 해임은 취소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학교 측은 소청심사위의 결정서를 받기 전까지 복직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학교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교사의 설명대로 복직은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 소청심사위의 결정서는 판결 2주 뒤에 청구인과 피청구인에게 각각 송부된다. 다만 판결에 불복하는 한 쪽은 항고 또는 행정 소송 등을 청구할 수 있어, 학교 측의 판단에 따라 전 교사의 복직 결정은 더 미뤄질 수 있다. 전 교사는 “복직한 뒤 내부 징계나 또 다른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학교로 돌아가는 일부터 보류되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하나고 교감은 지난 2월 28일 오전 전 교사에게 “일단 결정서를 받을 때까지 학교에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 “전형적 책상빼기?”
이를 두고 “학교 측이 시간을 끌며 전 교사를 의도적으로 수업과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소청심사위는 지난 1월 18일 전 교사의 해임처분 취소심판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학교 측 요청으로 한 차례 결정이 늦어졌고, 이후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또 다시 미뤄지고 나서야 판결이 내려졌다.
또한 전 교사는 오는 3월 2일 새 학기를 앞두고 담당 교과목과 업무 등을 배정받아야 하는데, 복직이 보류되면서 이 절차도 함께 미뤄졌다. 전 교사는 “만약 3월 중에 복직이 결정되더라도 수업을 다시 배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래 수업을 맡고 있던 교사의 업무를 갑자기 내가 나타나 담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업무도, 교무실 자리도 배정받지 못하고 1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임 취소 처분이 내려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학교는 복직에 대해 아무런 결정이나 상의를 하지 않았다”며 “교감은 ‘학교 법인에서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 복직 절차는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고 미뤘고, 학교 법인에 문의하자 사무국장은 복직과 관계없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 번 해봅시다’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소청심사위로부터 결정서를 받아 본 뒤에 전 교사의 복직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고 교감(교장 직무대행)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소청심사위에서 결정서를 받으면 검토 후에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법인에서 결정할 사항이다. 법인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하나고 법인 관계자는 “소청심사위로부터 직접 통보는 받지 못했고 직접 전화를 걸어 결과를 확인했다. 공문이나 어떠한 정식 통보 등은 받아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변호사와 상의해본 결과 결정서를 받은 직후부터 정식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은 판결 결정 내용과 이유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 결정서를 받은 후 이 내용을 파악한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관계자는 “판결 직후인 지난 2월 23일 오전 학교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청심사위 판결은 즉각적인 기속력이 있다. 전 교사의 해임은 지난 2월 22일부로 취소됐다. 복직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교원소청에관한규정 제16조 등 관련 법령 등을 엄밀히 따져보면 결정서가 전달된 이후부터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하나고 입시 비리 2라운드
하나고 입시 비리로 촉발된 갈등은 전 교사의 복직 논란에 더해 학교 측-서울시교육청‧서울시의회, 검찰-서울시교육청으로도 이어진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특별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감에 대해 중징계인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고 재단은 교감을 파면하는 대신 퇴직한 교장의 직무대행으로 승진시켰다.
현재 교감은 교육청으로부터 교장 연수 등을 받지 못해 1년째 교장직무대행으로만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가 교육청의 행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사진 임원승인취소와 관선이사 파견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강력한 경고 조치를 통보했다.
또한 지난 2016년 12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서울시교육청이 하나고 입시 비리와 관련해 고발한 김승유 전 이사장 등 관련자 10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하나고가 위계를 사용해 특정 지원자를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 서울교육청은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에 서울시의회와 서울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 처분이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와 정반대인 터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항고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