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어렵지만, 시즌중 콜업 가능성 높다”
미국 애리조나 현지에서 직접 만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담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황재균의 25인 로스터 진입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알렉스 파블로빅(CSN 베이 에리어), 어윈 히궤로스(SF 자이언츠 공식 브로드캐스터), 앤드류 배걸리(산호세 머큐리 뉴스), 크리스 해프트(MLB.com)로 이들에게 공통 질문을 주고 답을 받는 형식을 취했다.
# 황재균의 25인 로스터 가능성은?
알렉스 파블로빅 :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땐 힘들 거라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코너 길라스피가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25인 로스터 후보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황재균의 스프링캠프 데뷔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들이 이렇게 많지만 않았어도…. 내가 취재한 바로는 이미 구단이 황재균과 마이너리그행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론 힐이나 지미 롤린스가 트리플A로 내려갈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황재균의 트리플A행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어윈 히궤로스 : 나에겐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구단의 공식 방송 캐스터로 일하기 때문에 답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앤드류 배걸리 : 팬들은 구단이 25인 로스터를 정할 때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그 명단을 작성할 거라 생각하는데 현실은 조금 차이가 있다.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있다는 조건이 계약에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선수들도 있고, 일반 시즌에 뛰지 않으면 구단에서 나가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25인 로스터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만들어진다. 구단 입장에선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현재 3루에 고정된 누네즈는 어깨 부상이 있지만 곧 돌아올 것이다. 누네즈나 길라스피를 빼고 황재균을 3루에 넣는다는 건 어려운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많은 요소들로 인해 아쉽게도 황재균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시범경기에서 보이는 것처럼 캠프를 마칠 때까지 계속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나중에 황재균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좋은 일이란 빅리그로 콜업되는 것이다.
크리스 해프트 : 25인 로스터는 일종의 ‘숫자 게임’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황재균이 그 안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황재균은 우리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난 그의 담대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그는 실수를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 더 빨리 달리고 공을 더 세게 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 마음가짐은 쉽게 볼 수 없는 그만의 장점들이다. 가르친다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할 그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2017년 시즌 동안 분명 그가 AT&T파크(샌프란시스코 홈구장)에서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마이너리그 간다면 빅리그로 콜업될 가능성은?
알렉스 파블로빅 : 올 시즌에 콜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유는 스프링캠프 때 3루, 1루와 외야수로 활동했고, 또 파워 타자라는 것도 보여줬기 때문에 구단도 그의 장점들을 인상 깊게 지켜봤을 것이다. 만약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고 해도 스프링캠프 때 보여준 모습을 똑같이 보인다면 그를 콜업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윈 히궤로스 :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때 많은 포지션들을 소화하고 있다. 그로 인한 주가가 치솟는 중이다. 만약 정규 시즌에 메이저리그에 있는 한 선수가 부상당한다면 황재균은 이미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봤기 때문에 다른 마이너리그의 선수들보다 콜업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시범경기 동안 보치 감독이 그에게 3루수 외에도 다른 포지션의 수비를 경험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느 위치에 있든 계속 좋은 스윙을 보여준다면 내가 감독이라도 그를 불러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앤드류 배걸리 :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건강상태가 어떨지 아직은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또 황재균의 마이너리그 성적이 어떨지 우리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구단에서 계속 그의 성적과 몸 상태를 체크해나갈 것이다.
크리스 해프트 :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리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선발 선수가 부상을 당해 교체 투입 차원에서 콜업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야구 시즌은 매우 길고 그 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따라서 황재균이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 냉정하게 분석한 황재균 플레이의 장단점
알렉스 파블로빅 : 우선 장점부터 시작하자. 황재균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운동신경이 상당히 뛰어나고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 다른 한국 선수들의 프로필과 비교했을 때 황재균은 아주 좋은 체격을 타고 난 것 같다. 그리고 움직임이 매우 빠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가 아직 그의 수비 능력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번 실책이 있었는데 그걸 커버할 만한 뛰어난 수비 능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구단도 지금부터는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이다. 그는 미국으로 오기 전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 여전히 투수들에게 적응 중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시범경기 동안 그의 많은 장점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어윈 히궤로스 : 아직까지는 단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많은 선수다. 야구를 대하는 그의 마인드가 아주 매력적이다. 그는 3루만 고집하지 않는다. 1루, 외야수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포지션에 최선을 다한다. 간혹 어떤 선수들은 자신의 고집대로 한 포지션만 밀어붙인다. 황재균은 자신을 누르고 팀이 원하는 대로 불평 없이 역할을 수행해낸다. 황재균은 자신을 위해 뛰는 선수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뛰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 보인다. 감독으로선 그런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앤드류 배걸리 : 내가 황재균을 보면서 놀라웠던 건 그의 자신감이다. 그는 자만은 하지 않지만 특유의 자신감이 있어서 보기 좋다. 그를 맨 처음 봤을 때는 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성격이 나오더라. 그는 팀과 어울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억지로 노력하는 게 아닌 자연스런 행동들이다. 적응을 잘 해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매번 얼굴도,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투수들을 상대한다. 모르는 투수들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비디오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안타도 치고 홈런도 때려낸다. 그만큼 경쟁심이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단점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그가 다양한 포지션에 투입돼 얼마나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지 체크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점들을 더 보고 싶다. 야구를 못하는 선수라면 스프링캠프 때 티가 난다. 분명한 사실은 황재균이 실력 있는 야구선수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해프트 : 쓸데없이 스윙하지 않아서 좋다. 공을 아주 잘 맞힌다. 타자로서 당연히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비적인 면에서는 좀 더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 또한 미국 야구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 부분은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쉽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 문제이다. 황재균은 경험이 쌓이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두세 배는 더 강한 선수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를 전담하는 현지 기자들은 모두 황재균의 25인 로스터 진입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아론 힐, 고든 베컴 등 경험이 많은 초청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단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FA(프리에이전트) 신분으로 풀리는 계약 조항 때문이다. 일단 그들을 개막 로스터에 넣고, 성적을 지켜보면서 황재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시즌을 치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시범경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미 캠프에 합류했던 많은 선수들이 정리된 상황에서 황재균은 기자에게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보치 감독 “황 야구센스 굿”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끄는 브루스 보치 감독한테도 황재균의 25인 로스터 진입 가능성에 대해 직접 물었다. 보치 감독은 정확한 대답을 내놓진 못했지만 황재균의 운동 실력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재균의 25인 로스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감독으로 확실한 답을 해줄 수는 없다(웃음). 하지만 우리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황재균은 누구보다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지, 우리와 함께 정규시즌을 보낼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황재균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진심이다.” ―마이너 내려갈 경우 다시 콜업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 “가능성은 높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미국 생활이나 미국 야구에 더 적응할 것이 분명하고, 그럴 경우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투수들도 더 상대해보고 3루 말고도 다른 포지션을 계속 경험한다면 황재균에게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황재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그는 재능이 뛰어난 타자이다. 타자로서 강하고 무엇보다 머리가 좋다. 그리고 야구에 관한 ‘센스’가 있다. 센스는 타고난 거라 따로 배우기 힘든 것인데 황재균에겐 본능적으로 내재돼 있는 것 같다. (기자가 계속 장점보다 단점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리고 단점을 계속 말해달라고 해서 하는 말인데 도루 40개는 아직까지 무리라고 생각한다(웃음).” 보치 감독은 캠프 초반부터 황재균을 끌어안았다. 황재균이 수비 실수를 저지르고, 변화구 공략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고서 그걸 지적하기보다는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미국 투수들이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도 모른다. 경기에 나가 경험을 쌓다보면 금세 적응할 것이다”며 황재균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당시 황재균은 “보치 감독의 그 말씀이 굉장히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면서 “감독님의 격려 덕분에 다음 경기에선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