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국가기관 유치는 이웃사촌 간 의리를 끊는 ‘독약’일까.
국립 기상과학관 유치를 놓고 광양만권 ‘이웃사촌’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여수시가 2년 전부터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위해 정부 예산확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 중인 와중에 순천시가 최근 유치를 희망하면서 비롯됐다.
지역발전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빚어진 첨예한 대립이라 불씨가 쉽게 사그라질 분위기가 아니다.
여수시는 지난 2015년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해 기상과학관 유치를 기상청에 건의했다.
현재 대구와 전북에 기상과학관이 있고 밀양 등 2곳이 기상과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국립기상과학관 유치는 여수시가 전국 최초다. 신축 예산이 230억원 규모로 작지만 연간 관람객 100만명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광주지방기상청도 2015년 10월 광주·전남지역 기상과학관 신축 타당성 조사를 통해 여수박람회장을 가장 적합한 곳으로 결정했다.
여수시는 이듬해 광주시 양해까지 구하며 이 사업을 ‘기상청 중기 재정계획’에 예산까지 반영했고 2017년 신규 사업으로 확정시키는 등 공을 들였었다.
여수시도 박람회장 안에 5천300㎡ 부지를 확보했다.
여수시는 지난달 해양기상과학관 건립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고, 전남도도 내년도 국비요청 사업으로 결정해 본격 국비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는 여수선언실천위원회(여실위)와 전남지사간의 면담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관련부서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국가예산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가 대구 등 타 지역 건립 이후에 신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잠시 보류됐지만 여수 건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순천시가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유치전에 나섰다. 순천시 한 사무관은 지방일간지에 최근 언론기고를 통해 “순천만국가정원 기상과학관 건립이 절실하다”고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보조를 맞춰 순천시도 기상과학관 유치를 2018년도 국비 확보 사업으로 채택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시가 유치한 직업체험센터(잡월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실무진에서 국비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기상과학관 유치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순천시가 느닷없이 유치에 나서자 여수시와 시민단체는 발끈했다.
송성현 여수시 기후환경과장은 “국립 기상과학관 건립은 2015년부터 여수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전남도와 기상청과도 협의를 마치고 예산까지 세웠다”면서 “순천시가 유치 포기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수선언실천위원회도 17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시는 광양만권 상생을 파괴하는 국립 기상과학관 유치 언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수 등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여수선언실천위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에서 국립 해양기상과학관 여수 건립사업을 국비 반영 공동 협력사항으로 약속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순천시는 지난해 유·청소년 스포츠체험센터 유치할 때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이던 지역 국회의원을 앞세워 여수의 사업에 딴죽을 걸었다”며 “광양만권 상생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순천시가 여수시의 국비 확보에 발목을 잡는 것은 말로만 광양만권 상생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순천시가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여수시가 크게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순천시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한발 후퇴하는 모양을 취했지만 ‘공식 포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재성 순천시 환경보호과장은 “직업체험공간인 잡월드 활성화를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 유치를 희망하는 기고를 했다”면서도 “공식 포기 선언은 할 수 없다”고 말해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다. 순천시는 2018년 직업체험공간은 잡월드를 순천만정원 인근에 개관한다.
이에 대해 실천위는 “순천시는 한 공무원의 개인 주장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방지 기고문과 전남도 유치 공문 발송은 단순히 공무원 한 사람의 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순천시의 명확한 입장발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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