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준 | ||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겨울연가>는 처음 NHK 위성방송을 통해 서서히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때 <겨울연가>에 주목한 시청자층은 30∼40대의 여성들이었다. 요즘 일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에 향수를 느끼는 세대들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시청자들의 요구로 공중파에서 방송을 시작하자 그야말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본의 NHK는 DVD나 소설화된 책 등 <겨울연가> 관련 상품 판매로 35억엔(약 3백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
물론 배용준 자신이 벌어들인 엔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의 거대 광고회사들이 일본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지 이제 일년 남짓밖에 안되는 배용준에게 8천만∼1억엔(약 8억∼10억원)에 이르는 톱클래스급의 모델료를 제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광고업계에서 노리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는 20∼30대의 여성들이다. 이들만 공략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모험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입장인 것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해외 드라마에 나오는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쿄의 한 상점은 주말마다 2백 명이 넘는 30∼40대 여성들로 미어터진다고 한다. 종업원에 따르면 “5만4천엔(약 54만원)짜리 최고급 폴라리스 목걸이가 매주 열 개 정도는 팔린다. 혼자서 20만엔(약 2백만원) 이상 구입해 간 손님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폴라리스 목걸이란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연인에게 선물한 것으로, 이 목걸이를 하고 있는지의 여부로 ‘욘사마 신자(信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한류 열풍이 일본의 가정생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도쿄에 사는 A씨(50)의 하소연이다. “아내(45)가 3만엔(약 30만원)이나 하는 <겨울연가> DVD 세트를 사면서 동시에 DVD 플레이어도 구입했습니다. 어느 틈엔가 5만엔(약 50만원)이나 하는 폴라리스 목걸이도 하고 있더군요. 이것저것 사다보니 보너스 중 40%를 욘사마 상품을 사느라 다 썼습니다. 우리집의 ‘욘겔계수’는 아마도 상당할 겁니다.”
‘욘겔계수’란 가계에서 ‘욘사마’ 관련 상품을 사는 데 지출하는 액수의 비율을 엥겔계수에 빗대어 부르는 신조어. 물론 욘겔계수가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은 A씨의 부인도 참가한 ‘욘사마 투어’ 때문이다. 여행비용은 대략 3박4일에 7만엔에서 12만엔(약 70만∼1백20만원)까지 한다고 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겨울연가>의 촬영장소 등을 둘러볼 수 있어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미 참가자가 2천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기획하여, 제8탄까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마감이 끝난 후에도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아 앞으로 또 실시하려고 검토중입니다.”
▲ ‘욘사마’ 열풍을 다른 일본 <주간포스트> 지면. | ||
여행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욘사마’가 잘 가는 가게까지 찾아간다. 배용준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들른다는 서울의 한 갈비집 종업원은 “하루에 적어도 30명의 일본인 여성 손님이 옵니다. 배용준이 늘 앉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거나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배용준이 늘 먹는 고기가 뭐냐고 묻는데, 다들 굉장히 흥분해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고 말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자나 깨나 욘사마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상태를 ‘욘플루엔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족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앞서 나온 A씨는 “아내가 지금까지는 일본요리를 주로 해줬는데, 최근 식탁에 오르는 것은 생전 본 적도 없는 한국요리뿐입니다. 심지어는 배용준이 쓰는 것과 비슷한 안경을 사가지고 와서는 저보고 쓰라고 하더군요.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욘플루엔자는 종종 좀더 심각한 부부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는 B씨(42)와 전업주부인 아내(38)는 지금은 섹스리스의 위기에 처해 있다. B씨의 아내는 세 살짜리 딸을 데리고 한국 여행을 갈 정도로 중증의 ‘욘플루엔자’ 환자. “가끔은 아내에게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당신의 축 처진 배는 보기도 싫어. 그래서 일본 남자들은 안 된다니까’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포기하지 않자 ‘윗몸일으키기라도 하지 그래?’라며 일축했습니다. 벌써 한 달 이상 잠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내에게 이혼선고를 받은 남편도 있다. 47세의 C씨가 그 주인공.
“요즘 아내(40)의 행동이 너무하다 싶어서, 욘사마도 좋지만 집안일도 제대로 하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 있으면 이혼해’라고 하더군요. 아내는 진심이었습니다. 욘사마 팬 모임에도 나가야 하는데 우리집은 너무 이해를 안 해준다면서 이혼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일국제결혼 정보서비스회사의 담당자의 말이다.
“석 달 전부터 일본 쪽 여성 회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사무소가 지사로 승격됐습니다. 여성 회원수는 약 1백 명에 달하며 아직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이상형으로 배용준을 듭니다.”
더구나 회원 중에는 최근에 이혼한 일본 여성도 많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겨울연가>와 배용준을 필두로 한 한류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독특한 사회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연예 프로덕션은 ‘제2의 욘사마’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점에 착안한 브로커들이 중개료로 거액을 챙기다가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욘사마’를 둘러싼 일본의 한류열풍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