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활동 하지 말란 얘기냐” 불만 토로…시민단체 “쌈짓돈 전락…이참에 적폐 뿌리뽑자”
문재인 정부가 특수활동비에 메스를 들이댔다. 사진은 5월 10일 대통령 취임선서 모습. 일요신문DB
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과 정부 각 부처에서 사용한다. 지난해엔 18개 부처가 역대 최고액인 8870억 원을 썼다. 국가정보원이 4860억 원으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방부 1783억 원, 경찰청 1298억 원, 법무부 286억 원, 청와대(대통령 경호실·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포함) 266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국회, 감사원,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특수활동비에 대해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한 번에 총액만 보고하는 이유는 민감한 사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랑 밥을 먹고 누구랑 뭘 하는 것까지 영수증 첨부하라고 하면 정보활동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용돈 쓰듯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일부가 문제”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형사들은 정보를 모르면 범죄 인지를 하지 못한다.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 정보가 나오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또 외부에 동선이 노출되면 수사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특수활동비를 축소하면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얘기나 다름없다. 자기 돈 들여서 수사할 수 없으니 지구대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납세자연맹은 “사기업은 영수증 없이 돈을 지출하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데 국민의 세금을 공무원이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예산을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특수활동비 오용을 철저히 조사해 사적으로 이용한 특수활동비는 환수하고 세금횡령죄로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단, 국회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 대표 등이 수령한다. 지난 2015년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부인에게 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국회에 나오는 특수활동비 자체가 많지 않다. 각 당의 간사들과 특수활동비를 나누는 것이 관례다. 현 4당 체제를 감안하면 큰 금액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과비, 식사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선 정보기관이 아닌 국회 및 일부 부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정보기관 등에 한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이외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모두 폐지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역시 업무추진비에 준해 그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고 필수적으로 지출 증빙 자료를 제출해 국회의 통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기관 이외의 국가기관이 비밀 정보활동으로 국민들 모르게 활동비를 수십억, 수백억 원씩 지출해야 할 이유와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쌈짓돈으로 전락한 특수활동비를 없애고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뿌리 깊은 적폐를 뿌리 뽑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