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의 금호, 각종 의혹 재점화에 ‘전운’ 감돌아
금호타이어 상표권, 금호석화 ‘상표권’ 허가 방침···산업은행 압박까지
‘알짜’ 계열사 정리해 금호왕국 재건 나서려했지만, 여기저기 걸린 의혹 발목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연합뉴스.
[일요신문]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산업은행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에게 사실상 최종통첩을 보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반발했던 상표권 사용 허가 여부를 9일까지 회신하라며, 압박했다. 반면, 박 회장의 남은 카드는 불투명해 보인다.
7일 산업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지난 5일 채권단 명의로 ‘상표권 5+15년’ 보장과 ‘사용료율 연 매출액의 0.2%’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에 보냈다. 회신기한은 오는 9일까지로 더블스타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채권단에 매각 선행조건으로 요구한 내용과 일치한다.
박 회장은 앞서 이같은 조건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라 산은의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이 1조3000억 원 규모의 금호타이어 만기채권을 무기로 박 회장의 상표권 협조를 요구한데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도 5000억 원 이상 들고 있는데다, 산은이 이 회사 지분 5.94%를 가진 3대주주인 만큼 우회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박 회장으로선 상표권 문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산은으로선 과거 금호그룹간의 각종 특혜 의혹들이 다시 거론될 경우 새 정부 들어 산은에 대한 비난을 모두 떠안아야만 하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산은 등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에 회신 후 다음주 회의를 열고 추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 회장이 상표권을 허용하면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거부하면 채권단의 대응방식이 곧바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던 산은 채권단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섰다. 이에 박 회장은 올해 초 중국 더블스타을 의식해 중국에 국부유출과 일자리 등 호남경제 붕괴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의 사드보복 현상과 함께 여론전을 펼쳤다. 조기 대선에서 대선 후보들이 모두 박 회장의 뜻대로 금호타이어 매각에 관심을 보이기도 해 전망이 밝기도 했다.
하지만, 더블스타 측이 기존 금호타이어 인력과 시설에 대한 유지를 약속한데다 산은이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는 등 일부 해소된 양상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갈등이 상표권 분쟁 양상으로 번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가 알짜 사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공급업체를 교체해 중국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회장으로선 ‘내로남불’ 논란마저 제기될 조짐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2003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내식 사업부를 루프트한자 LSG스카이쉐프에 매각하고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 기간은 5년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하이난그룹 자회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에게 30년 기내식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독점적 사업권을 준 것으로 업계에선 이례적인 계약조건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한 대가성 계약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부당 계약 교체에 대한 소송을 검토 중이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의 순이익 규모는 2013년 368억 원, 2014년 381억 원, 2015년 372억 원, 2016년 370억 원 등으로 매년 300억 원 후반대의 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의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4곳 중 가장 높은 이익을 실현한 알짜 회사로 작년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7.91%를 보유한 에어부산(매출 4430억 원, 순이익 285억 원)보다 매출은 적지만 순이익은 80억 원 이상 많았다. 경쟁사 대한항공이 작년 기내식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 311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370억 원을 가정해 30년 누적매출은 1조1000억 원 가량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으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는 중국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1600억 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 BW는 20년 만기의 사실상 영구채로 중도상환 없는 무이자ㆍ무보증 조건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한 533억원을 더하면 하이난그룹이 금호그룹측에 투자한 자금은 2133억원 가량이다. 금호타이어의 만기채권 규모인 1조3000억 원 규모와 맞먹는다.
결국 중국계 M&A큰손의 힘을 빌어 금호타이어 매각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란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논란이 되었던 의혹들마저 수면위로 다시 오르면서, 박 회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매각 특혜와 대우건설, 대한통운 매각 의혹 등에 이어 정관계 거미줄 인맥과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이 그러하다.
박삼구 회장으로선 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매각이 절실하지만, 자칫 금호그룹이 사정기관의 표적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근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금호 ‘형제의 난’으로 불리던 금호석유화학과의 갈등 재점화 조짐마저 보이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박삼구 회장이 산업은행 채권단의 최후통첩에 어떤 회신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