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도입 예정 ‘그레이존은 결국 사람이 판단’ 한계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운영하는 VOR(Video Operation Room). 차량 안에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비디오 판독이 국내 축구 무대에도 등장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7월 1일부터 K리그에도 VAR(Video Assistant Refree)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비디오 판독은 야구, 배구, 농구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는 물론 미식축구, 크리켓,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에서 활용돼 왔다. 축구만큼은 미뤄져 왔지만 올 시즌 중에 전격 도입됐다. 올해 유독 심판 판정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 K리그였기에 이번 VAR 도입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맹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서 VAR을 선보이게 됐다. ‘기성용 아버지’로도 유명한 기영옥 광주 FC 단장과 김석현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이 공개적으로 항의에 나서며 올 시즌 K리그는 수차례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끊이지 않고 불거지는 논란에 연맹은 VAR 도입을 앞당겼다.
올해 불거졌던 오심 논란은 대부분 1점차 경기, 승부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나왔다. VAR은 이 같은 ‘클러치 오심’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연맹은 지난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VAR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전에는 선수와 감독을 대상으로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맹은 VAR 도입 철학으로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말했다. VAR은 4개 항목의 판정에만 사용될 예정이다. 4가지 항목은 ▲골 상황 ▲PK 관련 판정 ▲퇴장 상황 ▲명백한 오심 상황이다. 이 중 퇴장 상황에서 경고 2회로 인한 퇴장은 제외된다.
VAR 국내 팬들이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도 활용됐다. 이전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VAR이 활용됐지만 국내 팬들이 효과를 똑똑히 확인한 대회였다. 대한민국 경기를 포함해 대회 마지막으로 치러진 결승전까지 VAR이 활용되며 호평을 받았다.
여전히 우려도 있다. VAR은 아직까지 테스트 중인 시스템이다. VAR은 오심을 막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등에서도 카메라가 모든 장면을 잡아낼 수 없기에 한계도 존재한다. 화면을 보고 나서도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다. 일부 판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연맹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심판이 화면을 보고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을 ‘그레이 존’이라고 부르고 있다. 첨단 기술이 판정에 활용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심판에게 맡겨야 하는 부분이다.
U-20 월드컵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비디오 판독 중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떠 있다. 연합뉴스
또한 경기 흐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히 축구는 종목 특성상 추가시간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축구장 시계는 하프타임을 제외하면 90분 동안 멈추지 않는다. VAR 판정을 위해 경기가 중단된 채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 이에 연맹 관계자는 “테스트 과정에서 화면 확인에 평균 20초, 모든 판정을 내리기까지 평균 40초가 걸렸다”며 “과도하게 길어진다면 ‘그레이 존’이라고 판단한다. 더 지체하지 않고 심판이 판정을 내려 시간 지체를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지난 3월 국제축구평의회(IFAB)로부터 VAR 승인을 받고 리그 경기에서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비디오 판독은 야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 야구, 농구, 배구에선 경기가 중단된 사이에 판독이 이뤄진다.
그렇다고 해서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잦은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경기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 경기에 야구는 2회, 농구는 1회를 기본으로 비디오 판독 요청 권한이 주어진다. 농구에서는 비디오 판독 결과 기존 심판 판정이 잘못으로 드러나면 기회가 1회 추가된다. 프로배구는 2회의 기회가 있고 오심이 확인되면 1회 추가된다. 단 세트 당 1회만 비디오 판독 요청이 가능하다.
축구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선수나 구단이 VAR 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 오히려 요청을 하면 제재를 받는다. 타 종목에서는 요청을 할 때 양손으로 화면을 의미하는 네모 모양을 그리지만 축구에선 엄격히 금지된다. 선수가 이 같은 행동을 하면 경고를 받는다. 구단 관계자나 코칭스태프의 경우에는 바로 퇴장을 당한다. 대신 VAR 심판이 모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심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경기 중 주심이 판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먼저 VAR 심판에게 문의할 수도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