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1호 법안 ‘청년기본법’ 1년 지났는데 지지부진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년고용 의무이행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문재인 대통령 ‘인재 영입 2호’ 김병관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 갑)은 총선에서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거물급’ 인사 권혁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벤처기업 웹젠 대표 이사 출신이자 IT 전문가인 김 의원은 벤처 기업 활성화와 청년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치러진 8·27 전당대회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로 청년 최고위원직에 당선됐다. 그는 “우리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청년 부문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를 설득하고 당원들을 이해시키려면 청년들이 준비해야 한다. 제가 그 일을 맡겠다”고 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 대표 법안 발의 건수는 14건이다. 그 중 청년과 관련 있는 법안은 지난해 8월 5일 발의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각 정당이 청년들의 정치 활동 지원을 위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중 경상보조금의 5%를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위인 안행위에 8월 8일 회부된 이후 6개월 넘도록 소식이 없다.
김 의원은 “법안명에 청년이 들어가야 청년을 위한 법은 아니다. 취업부터 창업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청년’으로 딱 떨어질 수는 없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전반에 걸쳐 바꿔야 한다. 이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20~30대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공천 과정에서 청년과 정치신인에게 각각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최연소’ 신보라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 7번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 “청년들은 취업 청탁이 아니라 공정 경쟁을 통해 얻은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입법 활동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계에 입문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청년 문제가 실질적으로 입법 발의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23개 법안 가운데 4개가 청년 관련 법안이다. 그러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14일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다음날 회부됐고 2월 13일 상정됐다. 올해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으나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청년기본법’은 일 년이 지났는데도 지지부진하다. 신 의원은 지난해 5월 30일 새누리당 의원들 전원의 동의를 받아 청년기본법을 발의했다. 당시 신 의원은 “법적 측면에서 청년 정책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 내용은 청년들의 자립, 일과 관련해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기본법도 지난해 11월 3일 상정됐지만 6개월이 넘도록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 청년들을 위한 입법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은 “기본법은 법적인 이해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청년기본법 같은 경우, 19대에서도 추진했던 법이다. 법의 안정성을 위해 큰 이견이 없는 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역시 창업 혁명을 외치며 청년 창업자인 김수민 의원을 비례대표로 전격 발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13개 법안 가운데 청년 관련법은 전무하다. 김 의원 측은 “청년 비례대표로 왔지만 스타트업 출신인 만큼 그쪽으로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 정치 참여를 위한 법안과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급하게 내놔서 사장되는 법안도 많기 때문에 실천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들 행보에 대해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청년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선거 때 잠깐 청년 문제를 썼다가 빠지는 태도가 문제다. 표를 얻기 위해 단발적으로 ‘청년’ 키워드를 사용할 뿐이지,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볼 건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은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채 교수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정치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역량 있는 인재가 없는 것이 문제다. 비례대표 한두 석 갖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 주체로서 청년들이 나설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열린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