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레드카드? 승패 뒤집는 진짜 ‘신의 손’
▲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스페인 경기 도중 이탈리아의 주세페 메아짜가 부상당해 동료의 부축을 받고 있다. fifaworldcup.com | ||
이런 까닭에 이번 월드컵에서는 여느 대회 때보다 심판의 휘슬 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 이미 한 경기에서 무려 세 명이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가는 옐로카드를 받게 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심판도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매번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법. 때문에 간혹 실수를 하거나 애매모호한 판정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발생한다. 이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몇 차례 오심 논란이 불거졌는가 하면 앞으로 대회의 열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어떤 오심이 발생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역대 월드컵 대회 중 가장 논란이 됐던 오심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때로는 황당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오심 사례들을 살펴 보았다.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제1회 대회였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회였다. 이 중 가장 황당한 오심이 발생했던 것은 A조에 속해 있던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경기였다.
당시 프랑스는 후반전 9분만을 남겨 둔 상황에서 1-0으로 뒤지고 있었고, 남은 시간 동안 동점골을 터트리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랑지레 선수가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리는 순간 갑자기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던 것이다.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9분은 족히 남아 있던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이에 놀란 것은 프랑스 선수들은 물론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영문을 모르는 팬들은 곧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고, 양측 벤치 역시 갑작스러운 경기 종료에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주심이 시간을 잘못 봤다는 해명을 한 후 경기는 속개됐지만 이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프랑스는 점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탈리아의 거친 축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자국에서 열렸던 2회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는 특유의 거칠고 과격한 플레이로 상대팀 선수들을 차례로 그라운드에 뻗게 만들었다.
8강에서 맞붙은 스페인과의 경기가 특히 그러했는데 당시 이탈리아 선수들은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것은 물론, 매번 거친 태클로 스페인 선수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퇴장감이었건만 놀랍게도 벨기에 주심은 단 한 번의 레드카드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기에서 스페인 선수들은 무려 7명이 부상당하는 막대한 전력 손실을 입었다.
당시 1-1로 비겼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다음날 재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스위스 심판은 명백한 스페인의 두 골을 모두 무효 처리한 반면 이탈리아가 반칙으로 넣은 골은 인정하는 어이없는 판정을 내렸다. 이 결과 이탈리아는 4강에 올랐고 결국 대회 우승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스위스 심판은 평생 FIFA 심판직을 박탈당했다.
▲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칠레와 이탈리아의 경기에 반칙이 속출하며 분위기가 과열되자 주심이 선수들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fifaworldcup.com | ||
‘공포의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그라운드에서 폭력이 난무했던 대회였다. 대회 개막 4일 만에 부상자가 50명이 넘었고, 어떤 선수들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특히 칠레와 이탈리아의 조별 예선 경기는 ‘산티아고의 혈투’라고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경기였다. 거친 플레이를 일삼던 칠레 선수들은 주심의 눈을 피해서 이탈리아 선수의 얼굴을 가격하거나 넘어진 선수의 다리를 밟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전반이 종료되기 직전 벌어졌다. 칠레의 레오넬 산체스가 이탈리아의 다비드의 얼굴을 때려서 코를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혔다. 이에 화가 난 두 선수는 서로 맞붙었고, 경기도 중단한 채 폭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우스운 것은 당시 잉글랜드 켄 아스톤 주심의 판정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공격을 한 산체스 대신 다비드에게만 레드카드를 주어 퇴장시킨 것이다. 이유인즉슨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수적 열세 속에서 어렵게 경기를 하던 이탈리아는 0-2로 패하고 말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전에서는 시계를 보지 않고 있던 주심 때문에 선수들이 초과 시간을 뛰는 어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연장전에 돌입했던 양쪽 선수들은 연장전 전반 15분이 훨씬 지난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주심이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던 것은 8분이나 지난 23분 후였다. 그후 어떻게 해서 8분이나 더 시간을 주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프랑스 주심은 “시계를 보는 것을 깜박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조별 예선 2차전이었던 볼리비아와의 경기를 기억하는가. 이미 스페인과 2-2로 1무를 기록하고 있던 우리나라 대표팀은 볼리비아전에서 총공세를 펼치면서 월드컵 사상 첫 1승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행히도 0-0 무승부. 그후 독일과의 경기에서 3-2로 패했던 우리나라 선수들은 2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렇다면 혹시 볼리비아전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당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시간은 무려 104분이었다. 전후반 90분에 인저리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100분을 넘기기 힘든데 자그마치 연장전에 해당하는 14분을 더 뛰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 주심이었던 스코틀랜드의 레슬리 모트램 심판이 시계를 잘못 본 탓이었으며 명백한 오심으로 간주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