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용 재판이 첫 대상 될 가능성…부작용 우려에도 ‘투명성 강화’ 중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장이 공익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선고 과정을 실시간 중계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당장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 재판에 대한 언론 공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1심 재판부에 부담스러운 공을 던진 채 논란에서 숨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법원. 그동안 법원은 재판을 언론에 가급적 공개하지 않았다. 1·2심 재판의 경우 변론 시작 이후 녹음·녹화·중계를 일체 불허했고 기자들이 노트북 타이핑을 치는 것 역시 재판장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노트북을 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역시 녹음 등이 허락되지 않았다가, 2013년이 되서야 공개 변론에 대해 중계를 허락했다. 하지만 생방송은 여전히 불허됐기 때문에 방송사 기자들은 대법원 법정 안에서 속보로만 처리해야 했고, 영상은 선고가 끝난 뒤 대법관들이 모두 퇴정한 뒤에나 활용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주요한 사건 선고에 대해 TV 생중계를 허락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규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법관들 사이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법원이 드디어 태도를 바꿨다. 법원행정처는 전국 판사 29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설문조사 참여자 3명 중 2명(67.8%)이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법원 측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향후 선고 중계방송 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중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레 이번 규칙 개정으로 어떤 재판이 생중계 될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선고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이고, 먼저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시점이 8월 말쯤 예상되기 때문.
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지금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당장 어떤 재판들이 거론될지 몰랐을 리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처럼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사건은 투명하게 모두 언론에 공개해 법원이 재판 결과를 놓고 불필요하게 논란에 휩싸이는 일을 없게끔 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재판부의 독립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재판부가 증거와 법리, 그리고 소신으로 하던 판단이 각 재판부의 이름보다는 법원의 이름으로 비난을 받으며 보호를 받았다면,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재판부에 속한 판사들이 직접 재판 결과에 대한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를 거꾸로 악용, 미디어 앞에서 본인의 이름을 떨치는 스타 판사가 등장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법원 내에서는 ‘여론’을 따라가는 결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의 법원 관계자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결론이 아니라면, 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고 각 재판부도 그런 점까지 감안해 재판 결과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 생중계를 해야 한다면, 피고인들에 대해 더 엄정한 법리 적용과 처벌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