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식스로 진 빚 커피식스로 못 막았다
강훈 케이에이치컴퍼니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실적 악화, 부채 돌려막기, 기업회생절차 등이 꼽히고 있다. 커피식스 홈페이지 캡처.
강 대표는 이보다 열흘 앞선 14일 법원에 본인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KH컴퍼니와 케이제이마케팅(KJ마케팅)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KH컴퍼니는 음료 프랜차이즈 ‘망고식스’를 운영하고 있고, KJ마케팅은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식스’와 음료 프랜차이즈 ‘쥬스식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서울회생법원 13부(부장판사 이진웅)에 배당된 기업회생절차 사건은 오늘(25일) 오전 10시 30분 첫 심문기일을 열 계획이었다. 강 대표는 첫 재판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논의할 일이 많음에도 강 대표가 연락이 닿지 않자 회사 직원과 운전기사가 반포동 집으로 찾아가 5시 46분경 화장실에서 목맨 채 숨진 것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강 대표는 23일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고 “많이 힘들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스타벅스의 국내 론칭(1999년)보다 1년 앞선 1998년 국내 최초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창업한 커피점 1세대 경영자다. 1992년 신세계에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1997년 스타벅스 론칭 TF팀으로 미국 스타벅스에서 3개월 연수를 마치고 국내 스타벅스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맞으며 스타벅스 출점이 무기한 연기되자 회사를 나와 1500만 원을 들여 할리스를 창업했다.
2003년 할리스를 매각한 후 ‘동종업계 2년간 종사 금지’ 계약조항에 따라 손 세정제, 드라마파크 등의 사업에 손을 댔으나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마침 커피사업을 시작한 행복추풍령의 제안으로 커피점 ‘카페베네’ 마케팅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정훈탁 IHQ 사장 등 연예계 인맥을 동원한 스타 마케팅을 통해 그가 카페베네 성장의 이끌었다는 것은 업계가 인정하는 중론이다.
그러나 가족 중심 경영으로 이뤄지던 회사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그는 2010년 회사를 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KH컴퍼니를 창업하고 2011년 4월 ‘망고식스’ 1호점을 오픈한 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망고식스 론칭에 맞춰 그가 펴낸 자서전 <카페베네 이야기>에서는 자신이 카페베네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처럼 묘사되는데, 이 때문에 카페베네 측에서 불쾌해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듬해 김선권 행복추풍령 회장은 카페베네 성공 스토리를 다룬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는 자서전을 펴내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야심차게 망고식스를 론칭했지만, 커피시장은 그가 할리스를 론칭한 14년 전과 달랐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쉬웠던 커피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맛 차별화도 어려운 커피는 품질보다는 가격경쟁에 돌입했고, 한때 ‘밥값보다 비싼’ 커피는 현재 900원에도 구매 가능할 정도로 가격대가 낮아졌다.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훈’ 이름만으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망고식스 경영은 2015년부터 급속히 악화됐다. 2013년, 2014년에 279억 원, 281억 원의 매출과 2억 466만 원, 3억 2287만 원의 순이익을 내던 회사는 2015년 매출 194억 원, 순손실 13억 4566만 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2016년에는 매출 105억 원, 순손실 12억 8067만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2년 연속 12억~13억 원대 순손실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2015년 등장한 음료전문점 ‘쥬시(Juicy)’가 망고식스 영업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강훈 대표가 커피식스로 들어온 자금으로 망고식스의 부채를 갚는 돌려막기를 한 정황이 보인다. 커피식스 홈페이지 가맹점 모집 공고.
망고식스만으로는 영업이 어려워지자 강 대표는 2016년 ‘커피식스’, ‘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창업설명회를 열면서 가맹점 모집, 자금 모으기에 나서기도 했다. 1억 원이던 KJ마케팅의 자본금은 인수 직후 10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KJ마케팅으로 들어온 자금은 KH컴퍼니의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된 정황이 보인다. KH컴퍼니의 자본금은 2013년 12억 원에서 2016년 47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늘어난 35억 원의 자본금은 2016년에 집중돼 있다. 한편 2016년 KH컴퍼니의 대주주는 강훈(78.34%)에서 KJ마케팅(76.31%)으로 바뀐다. KJ마케팅으로 들어온 자금 30억 원이 KH컴퍼니의 증자대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 덕분에 KH컴퍼니의 부채는 2015년 98억 원에서 2016년 68억 원으로 30억 원 줄었다. 커피식스·쥬스식스로 들어온 자금으로 망고식스의 부채를 갚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만약 커피식스·쥬스식스의 가맹점 모집이 원활히 잘 되고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사업이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커피식스·쥬스식스 운영에 쓰일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돌려막기가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적 절차를 밟아 청산 또는 유지가 결정되겠지만, 강 대표를 믿고 가맹점 사업에 투자한 가맹점주들에게는 도의적 책임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커피왕’도 돌려막기의 늪에선 헤어나올 수 없었던 것일까.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