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조용해진 우리 아이 혹시…?
그렇다면 자살 도미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아이들은 ‘전조’라고 볼 수 있는 신호를 주위에 보낸다고 한다. 이 작은 신호를 빨리 눈치 채 아이들을 구출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일본의 대중지 <주간포스트>는 최근호에서 정신과의사 미야타 유고 씨가 제시한 ‘자살의 전조 10가지’를 소개했다. 목숨을 버려 고민을 해결하려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는 우리 현실에서도 많은 참고가 될 법하다.
미야타 씨는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사소한’ 이상행동을 정리해 ‘10가지 전조’ 리스트를 제시했다. 자녀의 일상생활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고 다음에 해당되는 항목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①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을 남에게 준다
이 행동은 아이들 나름의 ‘신변정리’다.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이미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저기에서 떨어지면 죽을까”와 같이 구체적인 자살방법을 입 밖으로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② 작은 상처를 늘 달고 다닌다
부모는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거듭되는 상처는 아이들의 심리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미야타 씨에 따르면 이런 상처는 “아이가 충동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라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일을 당하면 자존감이 낮아져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은 자살로 발전할 수도 있는 ‘우울증의 전조’.
③ 휴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빈둥거린다
평소에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일이 많아졌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정신적으로 활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밖에 나가서 놀아라”라고 강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럴 때는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어른들은 몸이나 마음의 이상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④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졌다
부모는 아이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성적이라는 결과물에만 집착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 역시 아이들이 도움을 구하는 신호일 수 있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혼내지 말고 아이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여유가 필요하다.
⑤ 좋아하던 TV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도 정말 의기소침해졌을 때는 왁자지껄하게 스트레스를 발산하기보다는 혼자 있고 싶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평소 좋아하던 것에 갑자기 흥미를 잃을 경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⑥ “식욕이 없다” “머리가 무겁다” “잠이 안 온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뚜렷한 원인도 없이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면 이미 우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①~⑤도 2주일 이상 계속되었다면 이미 우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빨리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⑦ 지나칠 정도로 자주 오래 손을 씻는다
⑧ 샤워를 하거나 이를 닦을 때 오랜 시간을 들이거나 마치 의식을 치르듯 한다
⑨ 필요없는 물건을 못 버린다
⑩ 숫자나 숫자를 세는 행위에 집착한다
부모들은 ⑦~⑩의 행동을 ‘성격적인 문제’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강박성 장애’로 진행될 수 있다. 강박성 장애를 가진 아이는 나중에 ‘히키코모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박성 장애는 사춘기에서 청년기에 많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뇌질환이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전체 환자의 70% 정도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