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의식불명인 채 홀로 덩그러니…수상한 연인, 신고하고 사라졌다
지미 헨드릭스
그의 마지막 일주일을 타임라인으로 구성해보자. 일주일 전인 1970년 9월 11일. 당시 그는 심신이 피곤한 상태였다. 음반 관련 소송이 있었고 매니저와도 갈등 상황이었다. 과로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했고 고질적인 수면 부족이었으며 항상 감기 몸살에 걸려 있는 듯했다. 이 시기 그는 런던의 컴버랜드 호텔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음악 주간지 <레코드미러>의 저널리스트와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의 밴드인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어리언스’의 베이시스트 빌리 콕스가 팀을 떠날 거라고 이야기했다.
9월 12일, 그를 따라다니던 그루피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데본 윌슨이 헨드릭스에게 전화한다. 당시 헨드릭스가 크리스틴 네페르라는 덴마크 모델과 사귄다는 루머에 발끈한 것. 데본은 거의 발작 상태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루머는 사실이었다. 9월 13일, 네페르는 헨드릭스의 스위트룸에 왔고 다음 날 아침에 떠났다. 9월 14일, 헨드릭스는 프로듀서인 앨런 더글러스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9월 15일, 헨드릭스는 더글러스와 뉴욕에 돌아가기 위해 히드로 공항에 갔지만 계획을 취소하고 절친이었던 샤론 로렌스를 만나 이야기를 한다. “잠을 잘 수가 없다. 곡을 쓰려 해도 집중이 안 된다.” 그리고 헨드릭스의 호텔 방에 모니카 다네만이 찾아온다. 독일의 피겨 스케이터였던 그녀는 헨드릭스의 마지막 연인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 헨드릭스는 노팅힐에 있는 사마르칸트 호텔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로 간다.
데본 윌슨과 지미 헨드릭스
9월 17일, 죽기 하루 전 날 그는 연인 다네만과 함께 지낸다. 늦게 일어난 그는 오후 2시에 아파트 정원에 앉아 차를 마셨고, 다네만은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헨드릭스의 마지막 사진이었다. 3시에 아파트를 나온 두 사람은 은행을 들른 후 켄싱턴 시장에 가서 옷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에서 우연히 옛 여친 데본 윌슨을 만났다. 윌슨은 그날 밤 파티에 헨드릭스를 초청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다네만은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헨드릭스의 친구이자 유명 정치인의 아들인 필립 하비가 차를 마시자며 연락을 해왔다. 그의 집에 가기 전에 헨드릭스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5시 30분에 시작된 티 파티엔 하비의 지인인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대마초 몇 대를 피우고 차를 마시면서 헨드릭스는 하비의 여자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에 질투를 느낀 다네만은 화가 나서 그곳을 떠났다. 헨드릭스는 따라 나갔고, 길거리에서 30분 정도 싸웠다. 두 사람은 밤 11시쯤에 다네만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헨드릭스는 목욕을 하고 다네만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와인 한 병을 마신 후 시 한 편을 썼다. ‘인생 이야기’(The Story of Life)라는 제목이었다.
9월 18일 새벽 1시 45분에 헨드릭스는 윌슨이 초대한 파티로 갔다. 파티 호스트는 피트 카메론. 헨드릭스의 지인이자 음반 업계 관계자였다. 카메론의 증언에 의하면, 헨드릭스는 당시 대중음악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고 한다. 파티에서 헨드릭스는 음식을 조금 먹었고,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인도 한 알 삼켰다. 하지만 파티에 도착한 지 30분쯤 되었을 때, 다네만은 헨드릭스를 찾으러 왔다. 그녀는 아파트 인터폰으로 계속 헨드릭스를 찾았고, 파티 손님들은 창밖으로 다네만에게 꺼지라고 소리쳤다. 이런 승강이는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고, 헨드릭스는 파티에 왔던 친구 에릭 버든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 다네만이 자신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니카 다네만과 지미 헨드릭스
결국 헨드릭스는 굴복했고, 다네만과 함께 그녀의 아파트로 돌아간다. 이때가 새벽 4시였다. 다네만은 두 개의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헨드릭스에게 권했다. 헨드릭스는 각성제 효과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다네만에게 수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다네만은 자연스레 잠들 거라며 약을 주지 않았다.
새벽 6시가 되었을 때까지 두 사람은 잠들지 못했다. 이때 다네만은 헨드릭스 몰래 수면제 한 알을 먹었고 오전 10시 20분 정도에 깼다. 헨드릭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녀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다네만은 담배를 사기 위해 밖에 나갔다가 오전 11시에 돌아왔다. 그런데 헨드릭스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무의식에 무반응 상태처럼 보였다. 다네만은 병원에 11시 18분에 연락했고 11시 27분에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아파트엔 아무도 없었고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가스 불은 켜 있는 상태였고, 커튼이 드리워진 실내는 매우 어두웠다. 두 명의 응급요원은 침대에 누워 있는 헨드릭스를 발견했는데, 그는 자신이 토한 토사물로 뒤범벅된 상태였다. 헨드릭스의 연인 다네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헨드릭스는 과연 어떤 상태였던 것일까? 이야기는 다음 주로 이어진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