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만 안전전검 ‘기구’는 나몰라라
통영시 미륵근린공원 내에 마련된 루지 체험장 모습. 평일인데도 루지를 타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통영시에 따르면 미륵근린공원 내에서 진행되는 루지조성사업은 지난 2015년 10월 26일 착공하고, 2017년 3월 31일 1차 준공했다. 2차 조성사업은 2019년 3월 2일시행해 2020년 2월 29일 최종 준공할 예정이다. 루지 시설은 최종 준공 전에 이미 영업을 개시했다. 2017년 2월 10일 가사용승인상태에서 개장해 관광객들을 상대로 현재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
앞서 루지 운영사인 뉴질랜드 스카이라인은 2012년 1000만 달러(100여억 원)를 투자해 루지 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시는 30년간 루지조성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영업 2년차부터 티켓 판매액 중 4%를 받기로 했다. 이런 토대 위에 만들어진 법인이 바로 통영루지(주)다.
우선 불거진 논란은 스카이라인 측의 투자금과 시가 제공한 사업부지, 민원, 행정편익, 혈세 등을 대비했을 때 시의 수익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루지를 유치하기 위해 지나친 편의 내지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불만이 시민들 사이에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루지 운영사인 통영루지(주)가 이용객의 안전사고에 대해 보상할 의지가 없는 게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는 기자가 현장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뚜렷한 정황이 확인됐다.
루지는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에 속하며 일정한 주로를 가지고 있고, 그 주로를 이용해 승용물이 운행되는 유기기구로 봅슬레이에 속한 것으로 관련기관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영루지 측은 각종 시설·설비·장비·기구 등이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이용자가 보기 쉬운 곳에 유기시설 또는 유기기구별로 안전점검표지판을 게시해야 한다.
스카이라인사가 게시한 안전점검표시판에는 트랙에 대한 안전점검만 표시돼 있을 뿐 필수항목인 루지에 관한 안전점검 표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통영루지(주) 측은 유기기구에 해당하는 루지에 대한 안전점검표시판을 게시하지 않았다. 트랙에 대한 안전표시판만 게시했다. 장시간 운행하는 루지 바퀴에 대한 안전 점검이 빠진 것으로 확인돼 시설 피로도에 의한 안전사고 개연성이 농후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이는 루지 측이 이용객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자료로 충분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향후 안전사고 발생시 루지 운영사 측에 배상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통영시민 심 아무개 씨는 “루지의 성공적인 대박행진을 방해하거나 격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통영시민은 없다”면서 “하지만 운영사가 성공의 그늘 속에 희생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고충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용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루지가 관광통영의 초석이 되리라 믿기에 애정 어린 고언을 전한다”고 말한다.
통영시 해양관광과 관계자는 “통영루지 측은 유기시설물 및 기구에 대해 안전점검 후에 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며 “포괄적으로 안전점검표시판을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유원시설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겠다”고 말해 묘한 뒷맛을 남겼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