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 세번째 출격…승패 키워드는 ‘3%룰’
사진=대한방직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 대한방직은 소액주주 운동의 한복판에 섰다. 3월 열린 대한방직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뭉쳐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한방직이 소액주주의 타깃이 된 이유는 회사가 가진 거대한 공장 부지 덕분이다. 대한방직은 전주에 평가액이 2000억 원에 달하는 옛 공장부지인 큰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땅만 개발된다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이 거대한 땅 때문에 대한방직은 몇 차례 경영권 쟁탈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대한방직의 경영권을 노린 투자가는 ‘전주투신’으로 불렸던 박기원 씨다. 박 씨는 2006년 대한방직을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사외이사를 추천한 데다 실질주주명부를 보여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냈다. 이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경영권 인수는 무산됐다. 박 씨는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떠났다.
그 이후 대한방직의 시가 총액은 방직업이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소액주주가 뛰어들기 전에는 300억 원 이하로 내려가 있었다. 이때 강기혁 씨가 등장한다. 강 씨가 박 씨와 다른 점은 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대한방직 소액주주 대표를 맡아 소액주주들의 모임을 조직하고 대한방직에 주주제안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대한방직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강 씨는 주총에서 강 씨와 또 다른 소액주주들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린 안을 상정한다. 설범 회장은 우호 지분을 모아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표 대결은 결국 오너 일가의 승리로 끝났다. 40% 넘는 지분을 모은 오너 일가가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의 집결은 만만치 않았다. 소액주주가 모은 지분이 4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배만 있진 않았다. 경영권을 얻지는 못했지만 감사 선임을 부결시키면서 임시 주총에서 다시 기존 경영진과 다퉈볼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그들 쪽 사람을 대한방직 사내이사로 넣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 선임은 3% 룰이 있어 소액주주 쪽에 크게 유리할 전망이다.
‘3% 룰’은 경영진 견제와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자 도입됐다. 아무리 보유주식이 많아도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혹은 해임시에는 한 사람의 의결권은 최대 3%에 그친다. 특히 감사 선임시엔 최대주주는 혼자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을 합쳐 3%가 적용된다는 합산 3%룰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한방직 총 주식수는 106만 주고 설범 회장은 약 2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약 17만 표는 사표가 된다. 3%까지만 의결권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 선임이 부결되면서 6개월 이내에 임시 주총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약속된 6개월이 다 돼가면서 임시 주총 날짜가 공지되지 않아 소액주주들이 다시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3월 24일 주총이 있었으니 9월 24일이 그 기한이고 임시 주총은 6주 전에 미리 공지해야 하는데 공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방직 측에서는 “일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라고만 답했다.
결국 9월 1일 대한방직은 6개월 이내 임시 주총을 열겠다는 기존의 공시를 정정했다. 대한방직은 오는 11월 내에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3% 룰 때문에 소액주주 쪽에서는 자신 있어 하는 분위기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 측 감사가 어렵지 않게 선임될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소액주주 쪽이 크게 흔들릴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4월 소액주주를 이끄는 강 씨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너질 줄 알았지만 소액주주들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소액주주이면서 설범 회장의 뒤를 이어 2대 주주인 신명철 씨도 보유 비율을 8.11%에서 8.44%로 끌어올렸다. 3대 주주인 디씨엠도 5.08%에서 6.08%까지 주식을 매입했다. 오는 11월 주총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전운이 감도는 까닭이다.
소액주주는 앞으로 두 가지 움직임을 동시에 보일 전망이다. 하나는 설범 회장이 얽힌 리베이트 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설회장은 소액주주들에게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한 이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2005년 회사 자산인 대구 월배공장 매각과정에서 개인적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가 발각돼 검찰에 기소됐다. 설 회장은 받은 리베이트 중 15억 원을 다시 입금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 나왔다. 하지만 소액주주 측이 알아보니 회사에 입금한 내역이 없었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설 회장이 15억 원을 입금했다면서 감형을 받았지만 입금된 돈은 없었다. 이는 법원을 농락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며 “설 회장은 15억 원을 최근 다시 입금했으니 끝났다는 입장인데 2005년 15억 원과 현재 15억 원이 같냐”고 주장했다. 대한방직 측은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고, 추가로 나머지 소액주주까지 결집해 회사측의 경영실패를 바꿔 놓겠다는 입장이다. 3% 룰에 따라 크게 유리한 소액주주 측이 감사를 선임해 회사 내부를 면밀하게 지켜본다. 그와 동시에 만성적자에 허덕이며 도덕적 불감증까지 더해진 경영진을 쇄신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임시 주총이 소액주주 운동의 큰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