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든 협상이든 ‘문재인 패싱’ 굴욕당할 수도
ICBM을 포함한 북한의 핵전력 완성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그 이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모든 핵전력을 완성하고 나면 우리나라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안보 전문가들을 통해 핵전력 완성 이후의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구하기 위해 본토의 희생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래된 우려가 있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실제로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지난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어디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북한(40%)을 꼽았다. 테러로 악명 높은 이슬람국가(IS 30%)나 러시아(16%), 중국(5%)보다 높은 수치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본토를 위협할 경우 미국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는 핵보복 능력을 상실하고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호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모든 핵전력을 완성해도 주한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신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여서 미국이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해서 북한이 미국과 대립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북아에서 여러 문제로 계속 대립할 수밖에 없다. 북핵을 미리 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우리나라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은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전까지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핵실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모든 기술을 완성하면 제재 해제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울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무기로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협박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핵은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다. 사용하는 순간 공멸”이라고 분석했다.
이표규 단국대 군사학과 교수는 “북핵 기술이 완성될 경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핵은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다.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북한이 체제를 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북한은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최종적으로는 북미 평화협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면 이에 대응해야 해서 농번기에 제대로 일도 못한다. 그런 불만과 한미 침략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북미가 평화협정을 맺으면 당장 북한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더라도 우리나라도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가 핵개발에 나서면 일본까지 도미노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미군의 완전한 철수까지는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모든 핵전력을 완성하고 나면 오히려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결코 전쟁이라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모든 과정이 끝나면 북한은 핵을 동결하면서 추가 생산하지 않고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알카에다나 이런 테러 조직에 핵 확산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북미 협정이 맺어질 것”이라면서 “그 정도에서 타협될 것이고 한반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동참하되 미국이 북한과 빨리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전쟁은 불가능하고 협상을 늦게 시작할수록 우리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대가는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국이 절대 북한이 ICBM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손 놓고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모든 핵전력을 완성한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북한이 추가로 ICBM 발사 실험을 하면 미국이 그것을 빌미로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올가을이 굉장히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미군들의 동향이 이상하다. 국내에 미군 특수부대가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다. 우리 쪽 사람이 미군 특수부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요인 암살 및 참수작전과 관련한 훈련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이 지시만 하면 언제든지 김정은을 제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는데 그것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생각”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현 안보상황에 대해서 거의 망상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미군이 지금 호주와 괌 등지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을 마무리한 병력들은 한반도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네 척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전략군 사령관, 태평양 사령관, 태평양 함대 사령관, 미군 각 사단장들이 계속 방한해서 주한미군 기지를 점검하고 돌아갔다. 이건 누가 봐도 전쟁을 하겠다는 징조”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면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북한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핵은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았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전방에 있는 군단장들 중 상당수가 정치적으로 중앙에서 밀려난 인물들이다. 만약 미군이 참수작전으로 김정은을 제거했을 때 그들이 굳이 남한을 공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사무국장은 “또 그들을 회유하기 위해 미군이 대규모 심리전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거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미군이 폭격기를 통해 전단지를 투하하는 훈련을 했고, 전단지 투하 훈련을 했던 담당자가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미군이 선제 타격할 경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상자가 최대 6200~6600명 정도로 추정됐다고 한다. 잘 대응을 하면 200~250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데 그쳤다. 모든 정황이 선제 타격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미군이 선제공격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가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제로 ‘문재인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장흠 대덕대 군사학과 교수는 “가능성은 낮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할 가능성도 상정해 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핵을 앞세워 NLL(북방한계선) 등에서 국지적 도발을 해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그런 것은 지엽적인 부분이다.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체제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을 인질로 잡고 미국과 협상을 해 생존을 보장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군 철수 방지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 하는 것이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전부다.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자존심까지 버려야 할 단계가 올 수도 있다. 과거에는 미군이 떠나도 우리나라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했지만 이제는 역전된 것이다. 앞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넘은 것”이라면서 “중국을 통한 제재가 잘 안 되면 선제 타격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김정은의 어린 시절? “농구경기에 져 학교에 불지른 적도” 김정은은 1998~2000년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스위스 베른의 ‘리베펠트-슈타인 횔츨리’ 공립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김정은과 함께 유학생활을 하던 외국인 동창생들은 김정은이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틈만 나면 공원에 나가 혼자서 농구를 즐겼다고 증언했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에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김정은 3대 세습을 전후한 시점에 스위스 유학 시절 급우들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실시했다. 김정은을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면담 대상이었고, 상당히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김정은은 영어와 독일어가 서툴러 친구가 없었고 농구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은둔형 외톨이 스타일로 평가됐다. 또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면도 많아 농구 게임에서 진 뒤에 학교 시설물에 불을 질렀다는 증언까지 있었다고 한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도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축구공과 배구공 놀이를 아주 좋아했고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후지모토는 김정철과 김정은, 김여정 삼남매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그대로 닮아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독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모토는 저서에서 “김정일이 김정철(김정은의 형)을 놓고는 ‘그 애는 안 돼. 여자아이 같다’고 이야기하며 자주 나쁜 평가를 내렸다”며 “김정일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아들은 김정은”이라고 적었다. 후지모토는 또 “김정은은 만능 스포츠맨에 통솔력 있고 호쾌한 성격이며 김 위원장과 외모와 체형, 성격까지도 빼닮았다”며 “김정은은 미성년자인 데도 술 담배를 하며 파격과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는 등 거침없는 성격이며 승부욕 또한 남달랐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과거 정보 당국이 김정은의 신상을 조사한 내용을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정보 당국이 김정은의 IQ(지능지수)와 성격을 친인척과 주변인을 탐문하는 형식으로 조사한 결과 지능지수는 중상(中上) 이상 수준이며, 성격은 거칠고 폭주하는 성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 교수는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가 될 텐데 어떤 인간인지 알아보기 위해 간접적으로 IQ 검사를 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한 팀은 김정은의 인척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한 팀은 (김정은이 유학 생활을 한) 스위스 베른으로 파견했다”고 했다. 남 교수는 또 “김정은이 열다섯 살 때 한 살 많은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김정은이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워 여자 친구가 담배를 좀 끊으라고 했더니 전화로 상소리를 해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김정은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고 굉장히 매너가 거칠어 앞으로 임금(북 지도자)이 되면 굉장히 복잡해지겠다고 예상했다”며 “이번 사태(핵실험)의 원인 중 절반은 김정은의 폭주 스타일에서 비롯됐으며 김정은이 제거되지 않으면 (핵 도발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