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선구매자들 “혜택은커녕 모서리·사이드 자리…외국 후원사 우선 배정 아니냐”
김연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가 지난 2월 9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입장권 예매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57일 앞둔 지난 5일 ‘동계올림픽 입장권 2차 온라인 판매가 시작됐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국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입장권의 50% 정도를 8만 원 이하 가격으로 책정했으며 각 종목별로는 최저 2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 평균 가격 14만 원대로 입장권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1인당 구매 가능 입장권 수량은 50매(인기 종목의 경우 1인 4매)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5일부터 대회기간까지 이어지는 이번 온라인 판매 입장권 수량은 45만 매다.
조직위는 앞서 지난 2월 9일부터 4월 23일까지 두 달여 동안 1차 입장권 예매 신청을 받았다. 조직위는 이 기간 동안 예매 신청을 한 사람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지난 5월 당첨자를 발표하고 이들에게 선호하는 좌석 등급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좌석 등급은 종목 상관없이 A, B, C 세 등급으로 나뉜다. 그 결과 1차 입장권 예매 당첨자들은 2차 예매가 시작된 지난 5일 좌석배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배정결과를 받아본 이들은 당첨자 혜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5월 1차 예매 당첨자로 선정된 피겨팬 김 아무개 씨(33)는 “B 구역으로 신청했는데 B 구역은 A열부터 L열까지다. 내가 받은 좌석은 끝에서 두 번째인 K열”며 “선예매를 한 사람들은 좋은 자리 우선 배정해준다고 홍보하더니 비싼 돈 주고 뒷자리 구석에서 경기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좌석배정 결과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국내 한 피켜스케이팅 관련 온라인 카페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지난 5일 입장권 예매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대부분 1차 예매자들로 이들은 모서리·사이드 자리나 뒷열의 좌석을 배정받았다고 주장하며 “조직위가 자국민들을 ‘호갱’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겨팬 최 아무개 씨(26)는 “1차 때 남은 수량은 2차 때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자릴 얻고자 1차 예매를 한 것”이라면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차 때 예매한 사람보다도 자리가 뒤쪽이다. 시간, 돈 투자해 선예매한 보람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사실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를 시작하기 전 랜덤방식으로 좌석배정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좌석 배정을 두고 불만 목소리가 고조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조직위가 1차 예매 판매 당시 ‘앞좌석 우선 배정’이라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1차 입장권 당첨자 이 아무개 씨(33)은 “입장권 판매율이 저조하다면서 선예매 하면 좋은 자리 우선 배정해준다고 홍보하더니 정작 사이드나 모서리 좌석이 자국민 배정 구역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실제 1차 온라인 입장권 신청자들이 받은 메일에는 1차 신청자의 혜택으로 ‘앞좌석 우선배정’, ‘기념입장권 제공’, ‘각종 문화공연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파크 무료 관람’, ‘주요 경기장간 셔틀버스 무료이용’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씨는 이에 직접 조직위 측에 정식으로 항의 전화까지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이 씨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럴 듯한 말로 사기를 친 것”이라며 “환불도 안되고 양도만 가능하다고 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1차 온라인 입장권 신청자들이 받은 홍보메일에는 1차 신청자의 혜택으로 ‘앞 좌석 우선배정’, ‘기념입장권 제공’, ‘각종 문화공연 열리는 올림픽플라자/파크 무료 관람’, ‘주요 경기장간 셔틀버스 무료이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예매 사이트의 경우 좌석 번호와 함께 배치도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예매 홈페이지에 게재된 배치도에는 A, B, C 등 구역만 나뉘어 있어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지정된 좌석을 알고도 어디에 위치한 것인지 모르는 실정이다. 앞서 항의 전화를 건 이 씨도 “홈페이지엔 구역이 표시된 좌석 배치도가 없어 누군가 이전에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때 현장에서 찍어둔 배치도를 공유해 좌석이 어딘지 알게 됐다”며 “콜센터에서는 배치도가 공개된 것이 없다고 당일에 가봐야 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더라”고 말했다.
또 2차 온라인 입장권 구매자들에 따르면 지난 5일 일부 구매자들은 접속자수가 급증하면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정 아무개 씨(40)는 “‘구입’ 버튼을 눌러도 좌석 지정 중이라는 안내가 빙글빙글 돌다가 튕기는 일이 대다수였다”며 “일부 종목은 아예 예매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2차 입장권 판매 첫날인 지난 5일 조직위 홈페이지에 4만 명이 로그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차 예매 판매 첫날인 3만 2000명과 비교했을 때 23% 증가한 수치로 이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1만 7000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일정부분 잘못된 부분을 시인했다. 1차 예매자들에 ‘앞자리 우선 배정’으로 홍보한 것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인기·비인기 종목을 나누지 않고 공통적으로 전체 종목에 한해 안내가 나가다보니 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던 것 같다”며 “빙상의 경우 좌석 배정 경쟁이 치열해 안좋은 자리를 얻은 분들은 그런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민을 의도적으로 구석이나 사이드 구역에 좌석배정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은 정면석 등 좌석 배정에 관해 후원사가 먼저 선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점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IOC나 후원사 관계자들에 대한 좌석을 배정해놓은 것은 맞지만 온라인 판매 신청 전에 미리 좋은 자리를 빼놓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1차 구매자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랜덤 방식이다보니 원치 않은 자리 받았던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오해는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 좌석 배치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선 시스템 담당부서와 논의해 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