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 CF퀸서 스크린 다크호스로 ‘심쿵해~’
각각의 개성이 다르듯, 이들의 활동 방식과 전략도 차이가 뚜렷하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주인공은 그룹 AOA의 설현. 이미 최고의 아이돌 스타로 인정받으면서 수지의 바통을 이어받아 광고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스크린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와 에프엑스 출신의 설리, 걸스데이의 혜리 그리고 미쓰에이 수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소속된 그룹이 있고, 음반활동을 벌이지만 이제는 경쟁의 무대를 ‘음반’을 넘어 ‘작품’으로도 넓혔다.
# 설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실력 증명
설현은 가히 ‘다크호스’다. AOA로 활동하며 늘씬한 몸매로 먼저 주목받은 그는 화장품부터 맥주 등 주류 광고 등을 섭렵해 CF퀸으로 자리매김했다. 걸그룹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만큼 연기와는 거리감을 만들었고, 특히 발성의 아쉬움으로 인해 연기자로 활동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설현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앞선 우려의 시선을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영화에 출연할 때 대부분 비중이 적은 감초 역할을 맡거나 로맨틱코미디처럼 비교적 손쉬운 선택을 하지만 설현은 과감했다. 다소 벅찰 수 있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이끌면서 잔혹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이야기에 녹아들었다.
설현이 출연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컷.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설현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과거의 연쇄살인마(설경구 분)의 딸이자 또 다른 살인마(김남길 분)의 표적이 되는 인물로 나선다. 영화는 220만 관객에 성공한 데 이어 장기 흥행 속에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관객과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설경구, 김남길 사이에서도 설현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설현은 “촬영 전 설경구 선배처럼 경험 많은 분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으면서도 큰 부담이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의심을 품은 혼란스러운 심리를 표현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 감독님에 수없이 질문했다”고 돌이켰다.
부담 속에 영화를 완성했지만 제작진의 평가는 후하다.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은 설현을 두고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전부 갖춘 연기자”라고 평했다.
영화계에서는 설현이 펼치는 영리한 스크린 전략에도 주목한다. 노련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팀워크를 쌓아가는 한편 특별한 비교대상 없는 홍일점으로의 활약이 그 성장을 돕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설현은 2015년 출연한 스크린 데뷔작인 <강남 1970>부터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유지한 전략을 현재 촬영 중인 <안시성>으로도 잇는다.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베테랑 배우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영화를 선택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강남 1970>에서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과 함께한 설현은 이번 <안시성>에서는 조인성을 필두로 박성웅, 배성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윤아가 출연한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 윤아·설리·혜리 그리고 수지
설현의 독주로 인해 잠시 관심의 시선에서 비껴난 분위기이지만 윤아와 설리, 혜리 그리고 수지의 연기 활동 역시 활발하다. 이들 5인방은 팬덤을 보유한 스타란 사실에서 줄곧 경쟁상대가 되지만 사실 같은 시기 ‘아이돌 배우 군단’을 형성해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이 자주 토로하는 ‘20대 여배우 기근’ 환경을 개선할만한 활력소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설현이 영화에 주력한다면 소녀시대 윤아는 드라마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는다. 최근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주역으로 대형 사극을 이끌었고 지난해 tvN 드라마 <더 케이 투>로 실력을 다시 증명했다. 국내 드라마의 주요 수출국가인 일본과 태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윤아 주연작은 줄곧 소개되고 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여파로 인해 중국 시장이 가로막혔지만 그 직전까지 윤아는 현지 드라마 주연까지 맡는 등 국경을 넘나들었다.
윤아는 사극과 로맨틱코미디, 장르드라마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실력자로도 인정받는다. 설현이 범죄, 스릴러 장르에 집중하면서 아직 다른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윤아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도 갖췄다.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 윤아는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며 1월 개봉한 영화 <공조>와 드라마 <더 케이 투>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다시 시작한 기분을 맛봤다”고 했다.
착실한 윤아와 달리 설리는 ‘파격’의 연속이다. 여배들이 선뜻 소화하기 어려운 전라 노출까지 거침없이 도전한다. 김수현과 함께한 영화 <리얼>은 허술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지만 한쪽에서는 설리의 파격적인 모습으로 연일 화제를 뿌렸다. 설리는 “영화에 필요하다면” 노출을 포함해 다양한 표현을 해내는 일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 <리얼>에 이어 노출이 필요한 또 다른 영화의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설리, 혜리, 수지. 사진은 설리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물괴’ 스틸 컷. 일요신문DB
혜리와 수지는 ‘성실파’에 속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혜리는 이제 막 연기자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얼마 전 배우 김명민과 영화 <물괴> 촬영을 마쳤다. 출세작인 <응답하라 1988>에서 보인 코믹한 이미지를 덜어내기 위해 무게감 있는 배우들과의 작업에 주력한다.
이들 5인방을 통틀어 수지는 걸그룹 멤버의 영화 도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공을 거둔 스타다. 2012년 스크린 데뷔작 <건축학개론>으로 일약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그 인기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수지는 여전히 영화 제작진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로도 꼽힌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주연을 도맡으며 한류스타들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며 저력을 과시한다. 지난해 김우빈과 함께 <함부로 애틋하게>를 소화했고 27일부터 SBS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주연으로, 이종석과 호흡을 맞춘다. 수지의 출연작 목록은 그대로 한류드라마 리스트가 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