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데 끝나자 ‘비틀’ 더티댄싱
▲ 폴 매카트니와 전부인 헤더 밀스 | ||
지금 영국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혼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65)와 전부인 헤더 밀스(40)간에 위자료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5월 이혼을 공식 발표했던 둘은 그 후 위자료 및 양육권 등에 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끊임없는 구설에 휘말려왔다. 상호 비방이나 동정심 유발 등 내용도 가지가지였다. 둘의 이혼 전쟁은 결국 법정까지 갔으며, 현재 판사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위자료 액수다. 과연 밀스는 8억 2500만 파운드(약 1조 5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매카트니에게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밀스가 요구한 위자료는 5500만 파운드(약 102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일시불로 2000만 파운드(약 370억 원)를, 그리고 딸 베아트리스(4)가 성인이 될 때까지 14년 동안 매년 2500만 파운드(약 460억 원)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매카트니 전 재산의 약 7%에 해당하는 액수다.
하지만 매카트니 측은 이런 요구를 거절했다. 대신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 정도에서 합의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설령 인심을 더 쓴다 해도 절대로 2000만 파운드(약 270억 원) 이상은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매카트니 변호인은 “매카트니가 축적한 재산 중 대부분은 이미 밀스와 결혼하기 전에 쌓아 놓은 것으로 결혼한 후 증가한 재산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와 다른 소문도 들리고 있다. 밀스가 제시한 위자료 액수에 매카트니는 동의했지만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정작 밀스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매카트니가 내건 조건은 첫째, 절대로 결혼생활을 언론에 공개하거나 이에 대한 책을 출간하지 않을 것, 둘째, 영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지 않을 것, 셋째, 양육권은 밀스가 갖지만 매카트니 역시 동등한 자격으로 수시로 방문할 권리를 가질 것, 넷째, 매카트니의 부동산(스코틀랜드, LA, 뉴욕 등)은 요구하지 말 것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지난 2월 초 6일 간의 법정합의에 들어갔던 둘은 결국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으며, 현재 고등법원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비공개로 실시된 합의 절차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판사의 결정 역시 언론에 공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위자료 액수는 영국 사상 최대의 위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갑부들이 짧은 결혼생활 후에 이혼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액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 언론이나 영국 사람들이 밀스를 보는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다. 우선 국가의 영웅적 존재와도 같은 ‘비틀즈’ 출신의 매카트니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점도 그런데다 무명 시절 콜걸 겸 포르노 모델이었던 밀스의 과거가 폭로된 뒤 혹시 그녀가 돈을 노리고 매카트니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혼 절차에 들어간 직후부터 밀스는 온갖 악소문에 시달려왔다. 오죽하면 TV에 출연해서 “타블로이드지들 때문에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였을까. 또한 그녀는 인터뷰 당시 죽을 때까지 파파라치에 시달렸던 다이애나비와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눈물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줄곧 밀스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밀스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연극을 하고 있다고 몰아 붙였으며, 심지어 생전에 다이애나비가 BBC TV와 가졌던 인터뷰 영상을 꼼꼼히 살핀 후 벤치마킹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1995년 당시 인터뷰를 통해 언론의 동정심을 얻는 데 성공했던 다이애나비의 표정과 몸짓, 시선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으며, 거울 앞에서 여러 차례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개월 전에는 밀스와 내연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하는 남성까지 등장해서 파란을 일으켰다. 영화 편집자인 팀 스틸(45)이라는 남성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통해 “밀스는 매카트니와 결혼한 후에도 6개월 동안 나와 관계를 유지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그는 틈틈이 만나 관계를 갖는 밀스의 ‘섹스 파트너’였으며, 밀스가 매카트니와 약혼한 후에도 버젓이 이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 폴 매카트니와 그의 딸 베아트리스. | ||
한편 밀스는 지난해 매카트니가 결혼생활 동안 폭음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자신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런 자신의 이미지를 인식했는지 매카트니는 지난달 밀스의 생일에 8000파운드(약 15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보내는 자상함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2000파운드(약 370만 원) 상당의 까르띠에 손목시계를 포함해서 명품백화점 ‘하비 니콜스’의 5000파운드(약 900만 원) 상품권과 명품 화장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카드에는 “아무쪼록 멋진 하루 보내길. 친구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라는 내용을 적었다. 물론 이것 역시 법원의 결정을 염두에 둔 계획된 제스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한때 불타올랐던 사랑은 온데 간데 없이 이제 남은 것이라곤 돈을 둘러싼 피 튀기는 전쟁뿐이라는 사실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