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아들’ 꼬리표, 발판 아닌 족쇄 될 수도
이어 E채널 <내 딸의 남자들:아빠가 보고 있다>(1213표)가 2위, tvN <둥지탈출>(1149표)이 3위였다. 이 외에도 SBS <싱글와이프>와 <추블리네가 떴다>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 등도 거론됐다.
가족 예능은 최근 3~4년간 예능가를 주도한 트렌드다. 유명 연예인의 자녀, 배우자, 부모 등이 출연해 인지도를 얻었다. 과거에는 연예인 부부가 사생활 공개를 꺼렸기 때문에 가상 커플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은 실제 부부가 심심치 않게 카메라 앞에 선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실제 커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민국·만세. 사진=이동국 부인 이수진 인스타그램
가족 예능의 시초는 MBC <아빠 어디가>와 SBS <자기야>를 들 수 있다. 연예인 아빠가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육아를 배우고, 연예인 부부가 나와 고충을 토로하거나 장서, 고부 관계를 보여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기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 때만해도 대중의 주된 반응은 “신선하다”였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사생활은 감추는 것을 불문율로 여겼기 때문에, 연예인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서 평범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은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그들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간 갈등을 겪고, 오히려 얼굴이 알려진 바쁜 부모가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가 프로그램을 통해 교감해가는 과정이 공감을 샀다.
그 결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 아들과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SBS <미운우리새끼>에 출연 중인 연예인들의 어머니는 CF까지 촬영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비(非) 연예인인 가족들의 꾸밈없는 모습에 대중이 열광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각종 설정과 포맷에 싫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족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 항상 과유불급이 문제다
가족을 내세운 예능은 연예인을 넘어 스포츠스타와 정치인의 가족들까지 TV 안으로 끌어들였다. 항상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려는 TV의 특성상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그 속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몇몇 가족들은 타 프로그램에도 섭외되며 연예인 버금가는 활동을 펼치게 됐다.
이때부터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 유명 연예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이 이런 종류의 예능을 빌미 삼아 손쉽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민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예인 세습’, ‘핏줄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키워드 삼은 비판 기사들도 쏟아졌다.
특히 최근 ‘힐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춘 여행 프로그램의 잇단 등장은 이런 분위기를 가중시켰다. 배우 최민수, 박상원, 이종원, 김혜선과 개그우먼 박미선의 자녀들의 여행기를 담은 <둥지탈출>은 ‘금수저들의 오지 체험’ 정도로 분류됐다. 방송인 박명수와 남희석 등의 아내가 출연한 <싱글와이프> 역시 이미 평균 이상의 삶을 누리는 이들이 방송을 통해 여행을 다니고 손쉽게 유명세를 얻는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들의 고충이 일반적인 서민의 삶과는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tvN ‘둥지탈출’ 공식 페이스북
# 연예인의 가족, 오히려 걸림돌?
연예인 세습 문제가 전면적으로 대두된 이유 중 하나는 배우 조재현의 딸인 조혜정이 아빠와 함께 예능에 출연한 후 곧바로 드라마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연예인’일 정도로 TV에 얼굴을 비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 세태 속에서 부모의 후광을 입어 연예계에 빠르게 뿌리내리는 이들은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에 반기를 드는 입장도 있다. 가족 예능에 출연했던 연예인 A는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알 수 있듯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나 족쇄가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연예인은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TV에 출연할 수는 있어도 대중의 인기까지 대물림 받을 수는 없다. A는 “인기가 없는 연예인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며 “OOO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대중의 미움을 산다면 그 역시 역차별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결과적으로 유명 연예인의 가족은 연예계 접근성이 높다. 부모의 인지도뿐만 아니라 인맥 역시 큰 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온전히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가수를 지망한다면 노래를, 배우를 꿈꾼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실력이 출중했다면, 이를 뛰어넘을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자생력을 갖기 힘들다. 결국 ‘연예인 가족’이라는 타이틀은 양 날의 칼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