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적 사회주의·샤오캉(중산층) 사회 3시간 30분 역설…시진핑 사상 당헌 명기 땐 마오쩌둥 반열에
중국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3시간 30분 가까이 업무보고를 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시진핑 시대 2기’를 알리는 중국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10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 5년간의 시진핑 집권 1기 성과를 총괄하고 향후 경제 및 대외정책 등 국정운영의 큰 방향과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다. 시 주석은 1기 때에 비해 보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쥘 것이 확실시된다. 공산당 핵심 지도부로 불리는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시 주석 측근들의 대거 진입이 점쳐진다. 그 명단은 당 대회가 끝난 직후인 10월 25일 발표된다.
18일 개막식에는 당원 8944만 명을 대표한 지역 및 단체 대표 2280명이 참가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원로들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당 대회는 시진핑 시대의 권력 구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전 세계 이목을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인민대회당엔 전 세계 취재진 2000여 명이 새벽부터 몰려 열띤 취재 열기를 띠었다.
리커창 총리 사회로 진행된 당 대회 개막식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시진핑 주석에게로 쏠렸다. 시 주석이 낭독할 업무보고를 통해 향후 중국의 행보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총 13개 부분으로 나뉘어 작성된 A4 68쪽 분량의 3만 2000자 업무보고를 3시간 30분 가까이에 걸쳐 읽었다. 13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과거 5년의 업무성과 보고 ▲새로운 시대의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 ▲새로운 시대의 중국적 사회주의 사상과 기본방침 ▲전면적 샤오캉(중산층) 사회 건설 및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적 건설 ▲신 발전 이념 관철을 통한 현대화 경제 체계 구축 ▲사회주의 민주정치 발전 ▲문화번영 ▲민생개선 ▲생태문명 체제 개혁 ▲중국적 강군노선 견지한 국방과 군대현대화 ▲일국양제와 조국통일 ▲평화발전 외교노선 ▲종엄치당(엄격한 기준으로 당을 관리)
중국 신화통신은 ‘한 눈에 보는 19차 당 대회 업무보고서’라는 기사를 통해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에서 승리해 새로운 시대, 중국적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자’는 내용이 시 주석 업무보고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전면적으로 샤오캉 사회를 건설한다는 기초 아래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며, 2035년부터 2050년까지 중국을 부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신시대 중국적 사회주의 사상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의 계승과 발전이며 인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행동지침”이라고 낭독했다. 이로써 시 주석의 국정통치 이념이 신시대 중국적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공산당 당헌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놓고 해외 언론들은 시 주석 이름이 당헌에 명기될 경우 그의 위상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오를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3개 대표론은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의 사상이지만 그들의 이름이 적시돼 있진 않다.
중국 인민일보는 10월 18일 기사에서 시진핑 업무보고엔 네 가지 주요 개념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주창한 중국적 사회주의의 새로운 시대 진입이 첫 번째다. 새로운 시대는 지나간 것을 이어받아 앞날을 개척, 창조해야 하고 현대화된 강국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이 세계무대의 중앙에 서기 위해 인류에 헌신적으로 기여하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도 했다. 두 번째는 중국 사회주의가 처한 역사적 단계에서 변화하는 인민의 갈등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개념 세 번째는 당이 앞으로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을 주요 사상 및 과학발전을 이끄는 개념으로 하되 여기에 새로운 시대의 조건과 실제적 요구를 결합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이 내건 중국적 사회주의를 지속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두 단계로 나누어 사회주의 현대화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 단계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실현시키고, 2035년부터 2050년까지 부강한 민주문명과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10월 18일 사설에서 이러한 시 주석의 업무보고가 갖는 의미들을 자세히 분석했다. 우선 중국적 사회주의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다. 왕위카이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중대한 판단이다. 사회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한 걸음씩 위로 등반하는 과정이다. 지금은 이미 질과 수준이 모두 업그레이드된 도약기”라고 말했다. 또 18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이 중국적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국정운영 사상을 형성했다. 쩡짠룽 베이징시 팡산구 당위원회 서기도 “19차 당 대회는 우리에게 기준이 더욱 높고, 내용이 풍부한 민생의 청사진을 그려줄 것이며 이는 민생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19차 당 대회 선거를 통해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이들이 차기 중앙지도층 멤버라고 했다. 이들이 어떻게 국민을 이끌고 샤오캉 사회를 실현할 것인지, 또 어떻게 중국적 사회주의 발전을 이끌지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인민들은 차기 중앙지도층이 13억 명 이상의 국민을 거느리고, 단점과 약한 고리는 보완하면서 3년 안에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실현하는 목표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지난 5년 집권에 대해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10월 17일 지난 수십 년간의 중국 경제를 ‘쓰레기 더미 속에 쭈그려 앉아 훙샤오러우(돼지고기 간장조림)를 먹는 꼴’이었다고 비유했다. 어디서든 고기를 먹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으로, 마구잡이식 성장을 꼬집는 말이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변화의 실패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이처럼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그 위대한 결심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 해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일궈낸 개혁은 리더의 성공적인 단거리 질주가 모두의 장거리 질주로 이어진 결과”라며 “전통적인 경제개혁 혹은 정치개혁이 아닌, 질주하는 중국에 필요한 전략적 중대 조정이자 전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환구시보는 “지난 5년은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반부패 여정의 시간이었고 시장과 정부 중심의 경제체제 개혁 5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당 대회 개막식 다음 날인 10월 19일 사설을 통해선 시 주석 메시지가 담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풀어냈다. 중국의 전통적 노선인 대국궐기(굴기)의 낡은 노선 대신 세계와 발전을 공유하는 슈퍼 플랫폼을 건설하겠다는 게 시 주석의 구상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세계일류 초강대국을 꿈꿔 왔으나(굴기) 이제는 세계와 함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이 진정 추구하는 바라고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약 30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와도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다.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 날로 강해가고 있지만 우리는 전쟁을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크다. 중국은 절대 먼저 군사적 역량을 통해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각국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많은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경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