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뛰어나도 위에서 ‘도끼질’
▲ 나를 잘 이끌어줄 선배·상사 찾아라 | ||
일본의 무가지
생각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이 출세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상 최악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세계적 경제 불황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의 한 인터넷 마케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20~40대 중 과반수가 출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출세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인 대답부터 승진을 해서 업무와 책임감이 늘어나는 것은 싫다는 다소 이기적인 대답까지 이유는 다양했다. 출세했다손 치더라도 그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는데 괜히 더 많은 업무와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야망이나 패기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현상을 유지하기에 벅찬 불안한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승진했더니 월급은 그대로에 업무량만 늘었다거나 윗사람이 되어 밥이나 술을 사다보니 오히려 돈이 더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지 않은가.
▲ 승진 대비해 미리리더십 연습하라 | ||
모두가 주목하거나 경계할 만큼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슬금슬금(?) 착실하게 출세 코스를 밟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오히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사실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장점이 많은 것보다 단점이 적은 것이 더 유리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과 같은 이치다. 특히 영업부서와 달리 개인별로 실적을 평가받는 부서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장점과 함께 단점도 노출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잘 끌어줄 상사나 선배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윗사람의 귀여움을 받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는 애교가 빠질 수 없다. 애교는 아부와는 다르다. 평소에 자신이 맡은 일은 확실히 해낸다는 전제 하에서 가끔씩 허점을 보이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한 윗사람이 나를 미래의 라이벌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계심을 풀고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똑똑한 척 강한 척할 필요도 없으니 심리적으로도 편하다.
자신만의 ‘무리’를 이끌며 출세했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리더십을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회사 내의 모임이나 사적인 동호회 등의 회장이나 총무 역할은 기획력과 실행력을 기르고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렇게 쌓은 내공은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늬만 상사’ 밑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퇴직하는 날까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내는 것뿐이다. 그 때문에 골치 아픈 실질적인 일을 알아서 해줄 유능한 부하를 원한다. 이런 상사의 뒤치다꺼리를 하면 빈자리가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야망이나 포부로 똘똘 뭉친 사람만이 출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출세를 위해 가족과 인간관계, 개인 시간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주 큰 성공이나 출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위를 조금만 살펴봐도 ‘소극적인 출세’의 단서는 얼마든지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가늘고 길게 평화로운 직장 생활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