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 세계대회 잇단 부진…한국식 영재육성법 받아들인 중국바둑은 훨훨
탕웨이싱 9단(왼쪽)과 안국현 8단의 대결. 안국현이 1국을 승리, 결승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으나 2국과 3국을 잇달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일요신문] 한국바둑의 마지막 잎새 안국현 8단이 탈락하면서 올해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도 중국잔치가 돼버렸다.
한국은 올해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전에서 14명이 본선 32강에 올라 우승 가능성을 한껏 키웠으나 유력한 우승후보 박정환 9단, 신진서 8단, 이세돌 9단 등이 중도 하차하며 이번에도 중국세를 넘지 못했다.
8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안국현 8단이 중국의 탕웨이싱 9단에게 222수 만에 흑 불계패하며 종합전적 1승 2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 천야오예, 퉈자시 등 실력파 중국기사들을 꺾으며 ‘중국킬러’로 떠오른 안국현은 6일 열린 1국에서 승리해 결승 진출이 유력해 보였지만 7일 2국과 최종국에서 잇달아 패하며 ‘한국킬러’ 탕웨이싱에 고배를 마셨다.
최근 한국바둑의 세계대회 행보를 보면 1990년대 중국바둑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국은 녜웨이핑, 마샤오춘, 창하오 등을 앞세워 집요하게 세계대회 정상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조훈현-이창호 사제를 앞세운 한국의 벽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한국을 꺾기 위해 절치부심했으며 한국은 중국이 세계대회에서 계속 패하자 “이러다간 중국이 흥미를 잃어 세계대회를 폐지하기 전에 좀 져주기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흘러 상황은 역전됐다. 한국의 비기(秘技) 바둑도장을 통한 영재육성방식을 도입한 중국은 ‘국가소년대’를 창설해 잇달아 세계적 영재들을 배출해내기 시작했다. 구리가 이세돌을 따라잡더니 구리 이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신진 고수들이 대거 등장해 상대적으로 층이 엷은 한국을 압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배는 3년 연속 중국기사들끼리의 결승전이 됐다. 결승에 오른 탕웨이싱 9단(왼쪽)과 구쯔하오 5단.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한국은 서서히 정상 자리를 내주는 빈도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급격하게 균형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제20회 LG배에서 강동윤 9단이 우승을 차지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인자 커제의 삼성화재배, 몽백합배 우승을 필두로 응씨배 탕웨이싱, 백령배 천야오예, LG배 당이페이 등 상위랭커들이 번갈아가며 세계정상 무대를 밟았으며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도 3년 연속 한국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한국은 올 하반기 전열을 추슬러 삼성화재배를 시작으로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안국현의 탈락으로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안국현의 탈락보다 그에 앞선 8강전의 결과가 뼈아팠다. 한국은 8강에 랭킹1위 박정환을 필두로 신진서, 안성준, 안국현이 올랐으나 그중 가장 기대를 덜 모은 안국현만이 4강에 올랐을 뿐 각각 구쯔하오, 탕웨이싱, 통멍청에 패하며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세계대회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에이스 박정환 9단의 ‘세계대회 울렁증’ 탓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박정환은 한국과 중국의 거의 모든 기사들이 커제와 더불어 제일 첫 손가락에 꼽는 실력자다. 하지만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 큰 무대에 강했던 선배들과는 달리 결정적인 고비마다 중국기사들에 발목을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박정환이 자꾸 잡히니 그 영향은 후배나 다른 기사들에게 미쳤고, 결과적으로 이는 한국 기사들이 중국에 기가 눌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박정환이 빨리 세계대회 정상에 올라 부담을 덜고 그 뒤를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이 잇는다면 중국과의 균형이 일방적으로 무너진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화재배에선 비록 실패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13일부터 일본에서 벌어지는 제22회 LG배 8강전이 그 첫 무대다. 한국은 최철한, 신진서, 이원영이 8강에 올랐는데 특히 커제와 만나는 신진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바둑의 미래’라 불리는 신진서는 최근 중국 갑조리그에서 커제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만일 신진서가 커제를 또 한 번 잡는다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를 것이다.
LG배에 이어 17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제3회 몽백합배 준결승전 전망은 더욱 밝다. 몽백합배에 한국은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이 4강에 올랐는데 상대가 각각 셰커와 리쉬안하오 등 아직은 덜 익은 신예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만일 박정환이 여기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향후 세계바둑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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