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인위적 정계개편’ 부정적…박 ‘거리 좁히기’ 나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박은숙 기자
한때 동지적 관계였던 추 대표와 박 의원이 ‘분당 열차’를 놓고 등을 졌다. 보수 정계개편의 빗장이 풀린 상황에서 내년 6·13 지방선거 앞두고 이들의 전략적 연대 여부는 판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다.
현재까지는 ‘동상이몽’이다. 추 대표는 보수발 정계개편이 터지자 측근들에게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한 측근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거리 두기’ 전략이다.
추 대표는 바른정당 탈당 사태가 최고조에 이른 11월 6일 직접 입을 열었다. 추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를 향해 “수구세력의 기사회생을 노리는 퇴행적 시도”라며 이를 바른정당 백기투항 사건으로 정의했다. 앞서 추 대표는 8월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제 임기 중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박 의원 전략은 ‘거리 좁히기’다. 그는 지난달 ‘비밀 여론조사’를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한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 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과 합치려는 국민의당 호남파 간의 갈등이 단초가 됐다. 안철수계와 호남파의 내홍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 직후 독일과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안 대표의 강경 발언은 당 내홍에 기름을 부었다.
안 대표는 11월 7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이웨이’를 공식화했다, 그는 ‘안철수 책임론’에 대해 “국가와 당을 위한 것이라면 귀를 기울이고 노력하겠지만 분란에 대해선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의 갈등 재점화는 안 대표가 해외 일정 중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일시에 터져 나왔다. 호남파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자 안 대표는 즉각 “끝까지 같이 못 할 분 있어도 간다”며 반격을 펼쳤다. 유 의원은 즉각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는) 저의가 있다”고 직설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당대당’ 통합보다는 호남파 개별 의원의 입당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전망한다. 국민의당에서 탈당을 고민 중인 의원은 1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심리적 분당’ 사태에 직면한 셈이다.
변수는 ‘지분 싸움’이다. 추 대표는 정부 출범 직후 ‘머리 자르기’ 발언 등 거친 발언을 하면서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영원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인 박 의원은 호남의 맹주를 꿈꾼다. DJ는 판사였던 추 대표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한 장본인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 ‘제보의혹 조작’ 사건에서 “DJ 적자라고 하는데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해라”(추 대표), “문 대통령의 훼방꾼 노릇만 한다”(박 의원) 등으로 설전을 벌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때 형제의 당이었던 이들의 결합은 질서 있는 지분 나누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