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숨진 근로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전경. 사진=일요신문 DB
14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고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고”고 판단했다.
고 이윤정 씨는 고등학생이던 지난 1997년 5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3년까지 온양사업장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MBT) 공정에서 근무했다.
이후 이윤정 씨는 만 30세인 2010년 5월 뇌종양 일종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고, 2년 뒤 사망했다. 사망 전인 2010년 7월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해2011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윤정 씨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하고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화학물질과 극저주파 자기장, 주야간 교대근무 등 작업환경 상 유해 요소에 일정기간 노출된 후 질병이 발생해, 발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며 “이윤정 씨가 입사 때부터 퇴사할 때까지는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퇴직 후 약 7년 만에 교모세포종 진단 받은 점, 교모세포종은 수개월 만에 급격한 성장을 하는 특성을 가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뇌종양이 업무로 인해 발병하였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