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4곳 인식기 설치 출퇴근 체크
-민감한 생체정보 제공, 환경미화원 ‘3분의1’ 거부
-광주 진보정당들 “광산구청 청소노동자 안면인식기 철회하라”
-정의당·민중당 “명백하고 심각한 인권침해” 비판 성명
광주 광산구청
[광주=일요신문] 이경재 기자 = 광주 광산구가 환경미화원 출퇴근 인식을 위해 ‘얼굴 인식기’ 설치를 추진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산구청은 ‘현대적 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 효율적인 복무관리’를 안면인식기 추진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로환경관리원에 대한 순찰식 복무관리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복무관리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과도한 행정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산구 청소행정과는 20일 관내 주민센터 4곳에 얼굴인식기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단말기에 얼굴을 들이밀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방식인데, 출근과 퇴근 등 하루 2번 인식시켜야 한다. 얼굴인식기는 청소구역별로 거점을 나눠 송정동, 수완동, 첨단2동, 월곡1동 주민센터에 각각 설치됐다.
대상은 광산구청 소속 가로환경관리원(가로환경미화원)으로 총 67명이다. 이들 가운데, 광주전남 자치단체 공무직 노동조합원(이하 공무직노조) 23명은 얼굴인식기 도입에 반발해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나머지 관리원은 얼굴인식기 사용에 동의했다. 얼굴인식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은 광산구청 청소과로 출근(오전 6시 이전)해 ‘서명’으로 출근을 확인하고 있다.
광산구 가로환경관리원 들은 21개동 중 16개 동에 해당하는 구역에서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공무직노조는 “수집되는 정보는 생체정보로 민감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며 “출퇴근 때마다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직노조는 얼굴인식기가 설치되기 전인 지난 8일 광산구청에 공문을 보내 ‘얼굴인식기 설치 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당 노동조합은 개인의 인권침해 방지와 정보보호차원에서 반대의 입장임’을 전달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지문인식기를 통한 근태관리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개별적인 동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동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문인식이 아닌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또한 공무직노조는 광산구의 얼굴인식기 추진이 “일방적”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전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인식기 도입에 따른 설명회를 한 차례 열었는데 통보에 불과했다는 것.
광주 광산구가 가로 청소노동자들의 근태관리를 위해 설치한 안면인식기.<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이와 관련해 광산구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관리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며 “그동안 순찰식 복무관리로 인해 ‘감시 논란’ 등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해왔다”고 얼굴인식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진보정당들은 일제히 비판성명을 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는 ‘업무효율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개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게 지역 진보정당의 주장이다. 나아가 가로 청소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안면인식기를 도입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광산구청에서 새로 도입한 안면인식기로 가로청소 노동자 근태관리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지자체 청소업무의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배신하는 명백하고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안면인식기는 사진과 안면인식영상의 대조·확인이 아니라 미리 입력된 안면인식 정보와 매일 이뤄지는 안면인식 영상의 대조를 통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한다”며 “보통의 개인정보보다 민감한 생체정보에 해당하므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인데 광산구청이 노동자 일부에게 받은 동의서의 개인정보 수집항목에는 사진 정보에 대한 내용 외에 생체정보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의없는 생체정보의 수집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 위반이며 같은 법 75조에 의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다”고 주장했다.
또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법 제 3조에 의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며 “광산구청이 출퇴근 관리용 카드를 이용하거나 출근부에 서명을 하게 하는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은 개인정보법 제3조를 위반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민중당 광주시당도 22일 성명을 내고 “광산구청은 인권침해, 일방통행식 가로환경관리원 얼굴인식기 설치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굴인식기 설치는 지문인식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생체정보에 대한 일차적인 결정권은 개인에게 있음에도 강제성이 부여된 것은 인권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해석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며 “더 큰 문제는 얼굴인식기 도입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 통행식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산구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얼굴인식기는 사전에 동의한 노동자에 한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정의당 광주시당이 근거로 든 개인정보보호법(제15조 제2항)을 준수한 사항이다”며 “최근 얼굴인식기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여러 지자체와 정부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얼굴인식기 운영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의 지문인식기는 반복된 업무로 환경미화원의 지문이 닳아 인식률이 떨어져 실효성이 낮을 뿐 아니라 복무 점검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은 ‘감시 논란’을 불러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오는 상황이어서 도입했다”며 “지금은 시범 운영 중이며 여론을 수렴해 얼굴인식기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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