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와 함께 탈당·창당한 것 후회” “통합한다면 더불어민주당과 해야”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 논의로 국민의당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 반대파’로 분류되는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향해 “통합하고 싶으면 나가서 하라”고 말했다. / 박은숙 기자
―국민의당의 내홍이 요즘 말도 아니다.
“의석수 40석을 가진 국민의당은 작다. 작지만 단단한 당으로 가야 한다. 여당과 제1야당, 그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가지지 못하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40석은 중요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비록 작지만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우리가 바른정당을 향해 연대 통합을 제안하며 당을 지리멸렬하게 만들고 있다.”
―왜 통합에 반대하나.
“하나,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굳이 바쁜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일정 중에 통합 카드를 꺼내며 당을 분란 속으로 몰고 가선 안 됐다. 둘, 통합의 방향도 잘못됐다. 왜 우클릭으로 가나.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이왕이면 더불어민주당을 바라보고 연대 통합을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더불어민주당은 되고 바른정당은 안 된다는 말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적폐청산을 해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야만 그나마 적폐청산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이젠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뿌리가 새누리당에 있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 의향은 있나.
“통합과 합당도 민주당에서 먼저 하자고 했을 때 우리가 생각해보는 거지, 그쪽에선 아무 말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웃긴 얘기다.”
― 국민의당 강령에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 중도개혁주의 노선’이라는 부분이 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못 할 것도 없을 텐데.
“원내 교섭단체가 무너진 바른정당이 우리에게 합당을 요구하면 우리가 받아주면 되는 건데, 우리가 아쉬운 사람처럼 먼저 그래선 안 되는 거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지방선거를 위한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박은숙 기자
“그게 구걸이 아니라면 대체 뭔가. 통합이 절대적 해법도 아닌데, 잘못된 정치 선택으로 구걸해선 안 된다. (안철수 대표도) 정치 참 희한하게 한다.”
―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정책연대는 필요하지 않을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하면 합쳐서 51석밖에 안 된다. 이걸로 무슨 의사결정권을 갖는가. 정책연대라는 것은 의석이 가장 많은 제1당이 전체 의원 수의 과반수가 되지 못할 경우, 2당 또는 3당과 합쳐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3당(국민의당)과 교섭단체도 무너진 4당(바른정당)이 연대를 하자는 것인가. 이건 말장난이다.”
― 선거연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연대도 선거가 임박했을 때 무소속 또는 민주당과 연대 또는 단일화하는 거다.”
―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이르다. 무엇보다 바른정당과 연대를 할 이유가 없다.”
― 내홍에 낮은 지지율까지. 당이 위기다.
“지난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때를 보라. 그때의 국민의당은 ‘작지만 당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고 애매모호했다. 결정권을 휘두를 수 있는 당당한 자세가 아니었다.”
―통합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을 텐데.
“통합과 지지율은 별개다. 확신을 갖고 분명하게 일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만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
― 안철수 대표가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가 안철수 개인 사당인가.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만들었고 국민의당도 만들었다. 진보 쪽에서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수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난 솔직히 그 양반(안 대표) 정체성도 모르겠다.”
― 정체성도 알 수 없는 사람과 왜 같이 탈당을 하고 왜 같이 창당을 했나.
“그러게…. 후회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사드 배치도 반대 당론을 정해놓고선 나중엔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양반의 정체성이 뭔지 정말 모르겠다.”
― 탈당 사태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통합을 하고 싶으면 안 대표가 나가라. 우리가 왜 탈당하나.”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 / 박은숙 기자
― 하지만 당내에는 안 대표만큼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다.
“개인의 인지도가 왜 중요하나. 당이 중요하지.”
― 당 대표가 나가도 상관없나.
“이렇게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놨으면 물러나야 한다. 대권에서 실패했는데, 당 대표직에는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을 잘 추스르면서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당을 혼란스럽게만 만들고 있다. 정 통합을 해야 한다면 여기서 더 이상 분란 일으키지 말고 바른정당하고 합쳐서 잘 살아라.”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