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국이 이식한 잠수함 생산기지 ‘봉대보이라공장’이 핵심…산하 ‘신포공업대학’서 잠수함 기술 교육
지난해 8월 ‘북극성-1형’ SLBM 시험 성공 당시 환호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2015년 1월 6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중앙당 군수공업부, 군사부, 해군사령부 책임 일군들과 자리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서 담화 형식의 ‘지시문’을 하달한다. 이 내용 일부는 국내 몇몇 북한전문매체에 의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다음은 필자가 입수한 지시문 전문 중 일부다.
“…서두에서 해적함대(한국과 미국 함대를 지칭)가 우리 영해에 침입하여도 단매에 때려 부실 수 있는 막강한 전술적·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당과 수령께 끝없이 충실한 과학자·기술자들을 격려한다….”
핵심은 SLBM 개발이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2017년 1월까지 2000톤급 잠수함에 수심 50m 깊이에서 6000km 사정거리의 SLBM을 탑재해 전력화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은 2000톤급(신포급) 잠수함에 SLBM 북극성-1형을 탑재해 수심 20m 깊이에서 사거리 500km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각을 낮춘다면 사거리 1000km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놓고 볼 때, 북한은 김정은의 계획대로 어느 정도 SLBM의 전력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전 상 명중률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SLBM 기술은 단 몇 년 사이에 발전한 기술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잠수함 건조와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시문에는 SLBM 개발 시스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두 곳의 공장이 등장한다. 함경남도 신포시 육대동에 소재하는 봉대보이라공장과 함경북도 청신시 라남구역에 소재하는 라남탄광기계공장이다.
전자는 SLBM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잠수함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이며, 후자는 SLBM 미사일 기틀에 기초한 완성품을 최종 조립하는 공장이다. 두 공장 모두 외부에 존재가 알려진 곳이지만, 그 구체적인 실상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 있다. 외부에서 북한의 놀라운 SLBM 개발 속도와 과정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다.
이 두 곳 중에서도 핵심은 봉대보이라공장이다. 발사체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탑재해 직접 운용하고 전력화하는 기술의 핵심은 결국 잠수함 건조 및 개조 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봉대보이라공장은 SLBM 수중미사일 발사의 핵심 기술인 ‘콜드런치’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곳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 생산기지로서 봉대보이라공장은 1960년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됐다. 1962년 당시 중국 당 총리였던 주은래의 방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장 건설 직후 초기 10년간은 중국이 기본 생산라인을 선물했으며, 러시아, 동독의 엔진 및 잠망경 기술자들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현재 북한의 SLBM 전력화의 핵심인 잠수함 건조 기술은 상당히 오랜 기간 근간을 이뤄오고 있는 셈이다.
이 공장은 1991년 8월 당시 북한군 최고사령관을 넘보고 있던 김정일의 현지 방문을 계기로 규모가 격상됐다. 당시 김정일은 “잠수함으로 우리 바다를 다 덮게 하라”며 잠수함 건조 국산화를 적극 주문했다. 이 시기 공장 소속 노동자 및 기술자들은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봉대보이라공장은 1960년대 10여 개 소속 공장으로 운영됐고, 1990년대 20여 개 소속 공장으로 확장됐다. 2017년 9월 현재 기준으로 약 26개 소속 공장 규모를 갖춘 대규모 시설로 탈바꿈했다. 특히 봉대보이라공장은 김정은 시대 들어 ‘연합기업소’로 격상됐다. 이는 김정은의 SLBM 개발에 대한 의지 탓이다. 현재 인원은 1만 2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봉대보이라공장은 북한 제2경제위원회 산하 7총국 산하 기관으로 운영 중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연합기업소 내부에 잠수함 건조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특수교육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필자가 내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일명 ‘신포공업대학’이다. 야간 2년제 전문기능공학교에서 시작된 이 학교는 현재 5년제 전문 주간대학으로 승격됐다. 이 대학이 기존 전문기능공학교에서 이렇게 잠수함 건조 교육 전문 기지로 증설된 것도 김정일의 1991년 방문 이후 지시 결과다.
학교는 선박건조설계학과, 선박동력장치설계학과, 선박전기설비설계학과 등 총 3개 학과로 이뤄졌다. 1~2학년 예비과 기본 전공 과정을 거쳐 전공 학과로 분류돼 잠수함이나 군함 건조 및 운영 전공 과정을 거친다.
지난해 8월 발사한 북한 SLBM ‘북극성-1형’. 연합뉴스
이 대학은 연합기업소 정문 앞 3~5층짜리 건물 3개 동과 기숙사 1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공장 현장 기술자 및 과학자들로 이뤄진 교수진이 약 100여 명 재직 중이며, 학생들은 약 700여 명이 수학 중이다. 한 학기에 약 1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소수정예인 셈이다.
이 대학은 학과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 철저하게 잠수함 건조에 특화된 교육기관이다. 원자력 기술자를 양성하는 영변물리대학과 비슷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앙에선 이 대학에 각 지방의 우수 인재들을 추려 뽑을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학 졸업생들 중에선 동유럽이나 중국 유학 혜택을 받는 경우도 꽤 많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북한은 SLBM을 전력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이미 오래 전부터 다져온 상황이다. 지난 2008년 SLBM 개발을 위해 들여온 3000톤급 러시아산 잠수함을 분해 및 개조, 역설계해 국산화 기술에 응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근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차기 SLBM 도발 가능성은? 태평양 공해상 잠수함 출격 여부 주목 현재 북한은 이 같은 생산 시스템을 통해 300톤급 잠수함(상어급 잠수함)은 물론 SLBM 탑재가 가능한 2000톤급(1기 탑재)과 3000톤급(3기 탑재) 건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핵심은 기동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2000톤급 잠수함이다. 북한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조만간 2000톤급 잠수함에 신형미사일(북극성 3형 추정) 1기를 탑재해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2월 중순과 하순이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SLBM 실험이 수중 50m 지점에서 최소 3000km(최대 6000km) 사거리가 현실화될지가 초점이다. 게다가 북한 내부에서는 잠수함을 직접 태평양 공해상까지 몰고 나가 시험을 도모한다는 무서운 계획까지 오갔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기에는 최근 국제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의 차기 SLBM 시험을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