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면 죽는다” 캐릭터 열공, 베테랑과 합작 시너지…나란히 ‘A+’ 충무로 러브콜 잇따라
연기하는 아이돌이 늘면서 최근에는 드라마를 넘어 영화에서도 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드라마보다 높은 영화에서 이들은 더욱 냉정한 평가의 시험대에 오르기 마련. 2시간 남짓한 극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배우 각각의 기여도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올해 그 시험대에 오른 아이돌 스타 3인은 윤아와 설현 그리고 나나다. 걸그룹 멤버로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영화에는 갓 데뷔한 신인의 입장이다. 긴장 속에 출사표를 던졌고,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전부 만족스럽게 나왔다. 누구 한 명 뒤처지지 않은 ‘A+’의 성적표를 나란히 받아들었다. 덕분에 걸그룹 출신 아이돌 연기자로서 ‘톱3’의 구도까지 형성하고 있다.
영화 ‘꾼’ 홍보 스틸 컷
# 윤아·나나…‘장점’ 극대화 영리한 선택
올해 1월 소녀시대의 윤아가 영화 <공조>를 내놓은 데 이어 9월 AOA의 설현이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관객을 찾았다. 11월에는 에프터스쿨 나나가 <꾼>을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마쳤다. 2015년 <강남1970>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설현을 제외하면 윤아와 나나는 영화 출연이 처음이다. 새로운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영화 신인’의 입장이지만 꾸준히 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성과를 냈다. 장점을 극대화한 영리한 선택도 돋보인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연기자는 나나다. 11월 22일 개봉한 <꾼>이 3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하면서 누적관객 390만 명을 동원한 덕분이다. 영화 데뷔작으로는 눈에 띄는 성적이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나나는 현빈과 박성웅, 배성우 등과 어우러진 팀플레이에서 홍일점으로 제 몫까지 톡톡히 해냈다.
영화 ‘공조’ 홍보 스틸 컷
윤아는 <공조>를 통해 780만 관객 성공을 먼저 맛봤다. 연기를 시작한 지 7~8년이 됐고, 드라마 주연으로도 활동했지만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힌 것은 <공조>가 처음이다. 윤아는 새 도전에서 그간 보이지 않은 코믹한 개성을 드러냈다. 출연 비중에 욕심을 내지 않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감초 역할을 맡은 점이 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각자 지닌 고유한 매력을 활용하는 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꾼>에서 나나는 평소 미모로 주목받는 실제 상황을 극 안에 그대로 녹여냈다. 미인계를 통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설정이 관객에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 ‘베테랑’과의 호흡…단점 만회
영화 참여를 시작하는 입장인 만큼 이들 3인의 실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한 이들은 자신의 단점을 만회할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을 택했다. 바로 베테랑 배우들과의 합작이다. 오랫동안 관객과의 신뢰를 쌓아온 노련미 넘치는 배우들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덩달아 각자의 실력까지 끌어올리는 영리한 전략을 공통적으로 택했다.
설현이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연으로 나서 역량을 뽐낼 수 있던 배경 역시 극 중 만난 설경구, 김남길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아버지 역의 설경구와 만난 덕분에 극한의 상황을 겪어내는 인물을 무리 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영화에서 설현은 두 명의 살인범 설경구, 김남길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발하는 책임까지 거뜬히 해냈다. 영화가 256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설현 역시 향후 또 다른 작품을 이끌어갈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제작진으로부터 얻는 평가도 후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설현을 두고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전부 갖춘 연기자”라고 평했다.
설현의 성공 전략은 윤아와 나나의 지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윤아는 <공조>에서 현빈을 맹목적으로 짝사랑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기면서도 유해진의 처제이자, 장영남의 동생으로 활약했다. 윤아가 만난 상대 배우들은 전부 영화에서 오래 활약한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영화 경험이 적은 윤아가 더욱 효과적으로 인물의 개성과 심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나 역시 <꾼>에서 현빈과 유지태, 박성웅, 배성우 등과 호흡을 맞췄다. 부족한 연기력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이들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특히 앞서 윤아와 마찬가지로 나나 역시 현빈과 만나 시너지를 냈다는 사실은 눈길을 끈다. 윤아도, 나나도, 현빈과 호흡 덕분에 영화 데뷔작에서부터 흥행을 맛본 셈이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홍보 스틸 컷
연이어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톱3’ 구도를 형성한 만큼 이들의 향후 활동에도 기대가 쏠린다. 영화 제작진의 시선도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향하고 있다.
설현은 이미 대형 사극 <안시성>에 캐스팅돼 조인성과 촬영에 한창이다. 데뷔작에서부터 가능성을 증명한 나나 역시 최근 여러 영화 제작진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다음 출연작을 고민하고 있다. 윤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