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일요신문 DB
이재용 부회장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피고인 신문이 바로 이어졌다.
앞서 특검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나기 전인 같은달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 단독 면담을 더 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을 안가로 직접 안내했다는 안봉근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언과 면담 사실이 있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팀이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 면담한 사실이 있지 않으냐”고 묻자 “없다. 내가 안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건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두 번뿐이다. 안가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통령을 모신 지 오래되셨느냐’고 물었고, 안 전 비서관에게서 대통령을 모시게 된 설명을 들었다”며 “만약 그 전 주에 만났다면 주말인사를 하지, 생뚱맞게 대통령 모신 지 오래됐느냐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봉근 전 비서관이 당일 이재용 부회장에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받아 번호를 저장했다는 증언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번호를 자주 바꿔서 명함에 전화번호를 기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내가 이걸로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그걸 기억 못하면, 적절한 표현 같진 않지만 내가 치매다.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2014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역시 “착각”이라며 “그날 안종범 전 수석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도 “지난 2015년 7월 처음 안가에 갔는데, 가는 길을 몰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해 길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만약 2014년 9월에도 안가에 갔다면 1년 뒤 안내를 받았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9월 12일 삼성 서초사옥의 출차 기록에 비춰 당일 오후엔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병문안을 갔을 것이라고도 추정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특검팀의 질문에 “경영권 승계라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작업을 생각하고 대통령 요구에 응한 게 절대 아니다”라며 “내 실력으로 내가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임직원에게서 어떤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대주주로서 지분을 얼마가진 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 유고 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묻자 이재용 부회장은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거라고, 와병 중이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님이란 타이틀을 가진 마지막 분이 되실 거라고 혼자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