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서민 주거안정에 공들여…공수처 설치·국정원 개혁은 야당에 발목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년 개신교·천주교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일자리 현황판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고용률은 67.0%로 전년 동월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성 고용률은 57.4%로 0.7% 상승했지만 남성 고용률은 76.4%로 오히려 0.1% 하락했다. 청년 고용률은 41.9%로 전년과 동일했다.
실업률은 3.2%로 전년동월대비 0.1% 상승했다. 여성은 2.9%로 0.2% 하락했지만 남성은 3.3%로 0.2% 상승했고, 청년 실업률도 9.2%로 1.0% 상승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청년 고용률과 청년 실업률 지표가 전년도보다 나빠지자 특별대책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이강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대외협력팀장은 “도로확장 공사를 하면 한동안 차가 더 막히지 않나. 지금은 일자리 늘리기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간이라 체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민간부문에서 새로 사업을 할 때 고용영향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했고 고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곧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쯤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이미 통과된 것도 있고 아직 안 된 것도 있다. 예산과 법률이 다 시행되고 효과가 나타나려면 2018년 하반기는 되어야 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분명히 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도 힘을 쏟았다. 핵심은 서민주거안정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6·1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 10·24가계부채 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집값 잡기에 매달렸다. 그런데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35%로 전년도 평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인 7.57%보다 높았다.
또 한국감정원 월간주택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17년 8월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0.45%에서 9월 0.07%로 수직하락했지만 2017년 11월에는 0.36%로 거의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울 집값 잡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 2018년에 시행되는 것들이 꽤 있다. 아직까지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올해는 서울과 재건축 시장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일반 주택 가격은 확실히 안정세다. 2018년에는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서울 집값을 잡는 것은 단순히 부동산 대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는 평가는 기준에 따라 엇갈릴 것”이라면서 “서민주거안정을 기준으로 하면 결과적으로 전세가가 안정됐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서민은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문에 전세가가 안정이 된 것인지 공급이 많아져서 안정이 된 것인지는 명확하지가 않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복지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 법정 본인부담률 5% 적용’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존 본인부담률 20%, 희귀난치질환 10%였던 것을 모두 5%로 낮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예방접종 확대,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 5대 복지공약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5대 복지공약이 시행되면 지자체는 향후 5년간 26조 원을 부담하게 된다”면서 “재정자립도 40% 미만인 전라, 강원, 경북, 충청, 제주 등은 복지공약이 본격 시행되면 재정악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2017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아동수당 관련 예산은 정부안에서 3분의 1 이상이 깎인 7096억 원으로 정했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를 빼고 지급시기도 2018년 7월에서 9월로 미뤘다. 기초연금 예산도 기준액을 25만 원으로 인상하는 시기를 2018년 4월에서 9월로 늦췄다.
주요 경제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개선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년 만에 3%대 복귀가 확실시된다. OECD는 지난 11월 한국의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2%로 높였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6개월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2%, 펀드 순자산은 19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공약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경제지표의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2018년 국민총소득(GNI) 1인당 3만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 만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올해 들어서 시작한 경제정책의 효과는 내년에야 나타난다. 올해 문재인 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친 효과는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라 우리나라도 수출이 잘 된 점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점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너무 경제성장에만 몰두해 소외계층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취약계층도 살펴보는 계기를 만든 것은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월급도 많이 주고 고용도 많이 하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 논리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기업의 숨통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은 야당에 발목이 잡혔다. 공수처 설치법은 자유한국당(한국당)의 강한 반발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공수처에 대해 “좌파 전위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찰청을 만들려고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도 야당의 반발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언급한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대통령 공약임으로 청와대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9년까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 일부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안은 세우지 못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정보공개 요청을 하자 청와대 측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이전계획서 및 향후 계획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