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연애상담빙자 등 페이스북 낚시성 광고에 ‘그 남자, 그 여자’ 울분을 토하는 까닭
그런데 소개팅 앱 관련 페이스북 광고들이 솔로들을 더욱 눈물짓게 만들고 있습니다. ‘연애상담’을 가장한 소개팅앱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빙자한 광고에 낚인 솔로들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커플 사진들을 보면서 우는 솔로들이 남몰래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유입니다.
2년째 솔로 생활을 실천(?)중인 20대 직장인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4개월 전 여자친구에게 차인 대학생의 숨은 이야기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솔로’인 이들은 페이스북 소개팅 앱 광고를 보면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일요신문i>가 이들의 시선을 통해 솔로들을 울리는 “소개팅앱 페이스북 광고” 천태만상을 짚어봤습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연말까지 비참했습니다. 그녀는 ‘새해에도 비참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습니다.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안 생깁니다. “인연은 어딘가 있다” “짚신도 제 짝은 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안’ 생겼습니다. 12월 27일 기자와 만난 A 씨는 무려 한 시간 동안 하소연했습니다.
“외로워요. 정말 너무 외롭습니다. 나이도 들어가고 결혼 적령기인데 결혼한 친구도 슬슬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결혼을 못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나이 들면 X값이라던데, 눈만 더 높아지고 걱정입니다. 예쁜 옷을 사서 차려 입고 화장도 잘됐고 머리도 세팅됐는데 데이트 할 남자친구가 없네요. ㅠㅠ”
그녀는 ‘페이스북’ 애용자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페이스북을 할 때마다 더욱 화가 납니다. 안 그래도 ‘안’ 생기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가 쌓이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연애썰스데이’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잘생긴 외모를 지닌 남성의 사진이 보이시나요? 최근 그녀는 페이스북을 하다가 “눈이 높아 연애 못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달린 게시물에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 “말 예쁘고 부드럽게 하는 남자”는 그녀의 이상형에 가까웠습니다. 그녀의 전 ‘남친’이 온갖 막말로 가슴을 후빌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무심코 게시물을 클릭! 했습니다.
소개팅 앱 업체의 블로그 광고 화면 캡처
하지만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연결된 블로그에선 “도대체 다 어디서 만나서 연애를 하는 걸까”라며 “요즘 2030세대라면 난리 난 그 어플, 연애성공률을 200% 높여주는 연애도우미 앱이 있다고 해서 사용해봤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앱 사용 장면이 나온 방송화면도 등장했습니다.
X만다 소개팅 앱 업체의 블로그 화면 캡처
아, 그녀는 오늘도 낚였습니다. 소개팅 앱 개발업체인 아XX가 블로그를 개설해 광고를 한 것입니다. 마치 연애 상담을 해줄 것처럼, ‘연애썰스데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해서 교묘한 제목으로 그녀를 낚은 것입니다.
이 같은 ‘낚시성’ 광고들이 솔로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있습니다. ‘눈이 높아 연애 못하는 사람’이라는 글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광고가 갑자기 등장한 것입니다. 그녀의 넋두리를 들어볼까요?
A 씨는 “공식적으로 솔로인지는 2년 정도 됐어요. 비공식적으로 6개월 정도 됐는데요. 눈 높아서 연애를 못한다고 생각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줄 알았습니다”며 “그런데, 앱을 가입 하라는게 말이 됩니까,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광고네요”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뉴스체크’ 페이스북 광고 캡처(좌)와 내용
소개팅 앱 광고에 낚인 그녀가 더욱 눈물짓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뉴스를 빙자한 페이스북 광고 때문입니다. 사진이 보이시나요? ‘뉴스트랜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클릭하면 ‘뉴스IT’라는 제목 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소개팅 앱 ‘X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철저한 시장 조사 결과 여성들이 소개팅 앱을 기피한 이유는 ‘이상한 남자를 만날까봐’였다.”
하지만 ‘철저한 시장 조사 결과’에 대한 출처는 없습니다. ‘뉴스트렌드’는 언론사가 운영하는 페이지도 아닙니다. 소개팅 앱을 칭찬하는 내용의 댓글도 많이 달려있지만 물론 ‘거짓’이죠.
아, 그녀는 또 낚였습니다. 그녀는 “아니, 이렇게 사람을 농락할 수가 있을까요? 기사인줄 알고 속는 사람도 많을 텐데, 기사가 갖는 의미가 대단하잖아요. ‘뉴스’라고 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전부 믿잖아요. 아주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입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또 “이런 가짜 뉴스가 저를 더욱 외롭게 만듭니다. 사무치게 외로워요. 밖에는 크리스마스라고 캐럴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구들 모임에서 ‘남친’들을 데려온 여자애들 사이에서 예쁘게 꾸미고 기 안 죽으려고 억지로 웃고 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술집 화장실 거울로 봤을 때는 너무 비참해서 죽고 싶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4개월 전, 20대 대학생 B 씨는 ‘여친’과 헤어졌습니다. B 씨의 신분은 취업준비생(취준생), ‘헬조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취업을 반드시 해야 했습니다. 번듯한 명함 한 장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을까요?
‘연포(연애포기)’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취포(취업포기)’ 백수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두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이 남자는 ‘솔로’를 선택했습니다.
B 씨는 “여자친구는 당장 의지가 되지만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돈이 없어서 자주 만나기도 힘들어요. 만나도 결국 지쳐서 헤어질 수밖에 없어요. 가끔 그녀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우울하지만, 취업이 우선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B 씨도 결국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남자였습니다. 심장 속에서 연애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죠. ‘연말연시’라는 무서운 괴물은 가끔씩 그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는 “외롭습니다. 나름대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외로움을 덜어내고 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솔로’입니다.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뉴스체크’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 캡처
B 씨도 페이스북을 애용합니다. 친구들의 일상을 보면서 고독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입니다. 가끔 전 여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웃거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B 씨도 최근 페이스북 ‘낚시성’ 광고에 당했습니다.
사진이 보이시나요? 얼핏 보면 ‘뉴스’ 같습니다. ‘솔로여러분 파이팅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연말 강남 홍대 등 심야시간 올빼미 즉석 소개팅 임시운영”라는 글귀는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소개팅 앱 업체 X오의 데이트 광고 페이지 캡처
실상은 뉴스를 빙자한 소개팅 앱 광고입니다. 소개팅 앱 업체 X오의데이트가 한시적인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내용입니다. 아,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 남자 역시 낚였습니다. B 씨는 “비참한 기분이 느껴졌어요. 제가 왜 낚였을까요? 커플이었으면 ‘데이트 장소 추천 5개’. ‘야경 추천 장소’ 이런 콘텐츠를 눌렀을 텐데…안 그래도 솔로라서 화가 나는데…아무런 영양가 없는 콘텐츠들을 제가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렇듯 페이스북 낚시성 광고가 솔로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솔로들의 한숨이 늘고 있는 까닭이겠죠. <일요신문i>는 광고를 게시한 소개팅 업체 측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정부 당국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규제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면, 행정당국이 나서서 낚시성 광고를 단속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 형태로 보이지만 방심위는 조사 기관이 아닙니다. 오로지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낚시성 광고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