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이 고소…한때 ‘분신’한테 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일요신문DB
이런 가운데 A 전 의원이 자신을 수행했던 핵심 보좌관을 고소한 사실이 <일요신문> 취재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한때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로 일반 업무뿐 아니라 사생활 등 민감한 부분까지 공유했던 핵심 보좌관에게 칼을 겨눈 것이다. 검찰과 사건 당사자 등에 따르면 A 전 의원은 2016년 6월 현역 국회의원 시절 자신을 수행한 보좌관 B 씨에 대해 공문서위조 및 사기, 특수절도 등 2건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의원직이 상실돼 국회를 떠난 A 전 의원과 달리 B 씨는 현재 20대 국회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문서 위조 및 사기 건은 지난 2010년 18대 국회 당시 A 전 의원의 보좌관이던 B 씨가 의원의 동이 없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의원의 도장을 이용해 의원 명의의 임명신청서를 위조한 내용이다. B 씨는 이를 활용해 자신의 부인을 5급 비서관으로 임용한 것처럼 꾸며 실제 근무하지 않는 상황에서 급여 3000여 만 원을 받아갔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수절도 건은 정치자금법 사건과 관련 있다. A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2014년 당시 A 의원실에 있던 중요 서류 문건을 수행비서가 빼돌렸는데 보좌관이던 B 씨가 이를 방조했고, 그와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당시 A 전 의원은 현금 가방을 검찰에 가져다 준 운전기사를 절도 혐의로 신고했지만 검찰은 불법으로 취득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여름 두 건의 고소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B 씨는 공문서 위조와 관련해선 증거가 있고 범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 의원에게 직접 고소를 당한 B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 씨는 “2010년도 국정 감사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로 일한 친구가 있었는데 인건비를 주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B 씨 부인)을 넣게 된 것”이라며 “부인 계좌로 들어온 돈도 바로바로 A 전 의원 계좌로 이체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계좌내역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 도장은 원래 행정비서가 가지고 있고 계좌 입출금 내역도 매월 보고했는데, A 전 의원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절도 건에 대해서도 A 전 의원이 수행비서가 가방을 가져가는 걸 막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그와 공모했을 것이라고 봤다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A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태 당시 자신에게서 돌아선 측근에 대한 보복성 고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B 씨는 “보복성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정치자금법 혐의로 조사받을 때 혐의와 관련해 뒤처리를 부탁했는데 그걸 못하겠다고 하고 나오니 그 뒤로 나를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이 사건으로 A 전 의원과 틀어진 뒤 그의 곁을 떠나 지난 2015년부터 같은 당 중진 의원 보좌관직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A 전 의원에 연락을 취해 자세한 사정을 듣고자 했으나 “할 말이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A 전 의원의 칼날은 검찰에도 향했다. 2014년 그의 당시 운전기사는 A 전 의원 차량에서 현금 3000만 원과 정책 자료가 담긴 가방을 가져다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 사건의 단초가 된 운전기사의 행동과 관련해 A 전 의원은 당시 수사 기록을 보여 달라며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이 이를 거부하자 2016년 6월 행정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