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윤 논란에 “나도 피해자다. 진정성 안느껴져”
‘BJ 홍구’ 임홍규
[일요신문] 인터넷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BJ 홍구’ 임홍규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학교를 중퇴하고 프로게임단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그는 부단한 노력에도 결국 공식 대회에는 나서지 못했다. 이따금씩 ‘설거지 출신’이라며 놀림을 받기도 한다.
실패를 경험한 그는 인터넷 방송업계에 뛰어들었다. 현역시절에는 꿈을 펼치지 못했지만 부단한 노력을 계속했다. 결국 그는 현재 정상급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 평가받고 있다. 현존하는 수준급 게이머가 대거 참가하는 대회에서도 4강에 진출하는 등 상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발스타’사건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의 업이 된 인터넷 방송과 게임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2월 15일 그가 살고 있는 충남 아산에서 이뤄졌다. 첫인상은 거구에 위압감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그도 순박한 20대 초중반 청년임이 느껴졌다.
다음은 임홍규와의 일문일답.
방송 시작 계기
그만 두고나서 ‘스타크래프트2’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적 팀을 구해야하는데 판이 줄어들고 있어서 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대회 초청을 받았다. 소닉 스타리그였다. 그래도 연습생 출신이라 초대를 받았다. 거기서 4킬을 했다. 희망을 봤다. 그러던 중에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했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놀이기구를 타다 떨어져서 크게 부상을 입었다.(허리뼈 골절)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방송이 성장하게된 계기.
- 초반에 선점했던것도 아니고 해서 그게 어려운 부분이었다. 조금 성장하려면 전프로가 방송을 시작하면 시청자가 빠져나갔다. 항상 그런 위기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일 밤을 지새우며 방송을 했다. 꾸준히. 잠을 2시간 3시간 자는 날도 많았다.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저는 일단 뭔가 하나 특출난 점이 있어서 이렇게 하게 됐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가 없다면 크리에이터라는게 쉽지 않다. 너무 과감한 결단 보다는 취미정도로 시작하다가 전환하는걸 추천한다. 전업으로 곧바로 시작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방송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재밌는 방송이 많았다. 지금처럼 방송 자료를 남겨놨다면 재밌는 영상이 많을텐데 없어서 아쉽다. 예전에 문고리가 부러져서 방에 갖힌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당시엔 난감했지만 방송적으론 대박이었다.
주 시청자는 남성?
- 90%, 아니 95% 이상이다(웃음).
10대가 많을줄 알았는데 20~30대가 많더라. 50% 이상이다. 시청자분들이 나이대가 있으니까 수익면에서 부족하지는 않다고 느낀다. 나이 어린 친구들은 스타크래프트를 잘 모른다(웃음).
별풍선 한도가 생기려는 분위기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후원이 개인의 자유인데 그걸 제한한다는게 우습다. 크리에이터들도 다 세금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제한이 된다고 해도 타격은 없다(웃음). 제 방송은 한 명이 몰아서 쏘기보다는 많은 시청자가 적적한 금액 내에서 쏴준다. 게임을 다루는 크리에이터는 그렇다. 하루에 100만원만 후원을 받아도 월 3000만 원 아닌가.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실패한 연습생’에서 ‘집황상제’가 된 비결
- 현역시절에 비해 실력이 줄어들었다고 느껴지는 게이머들은 나이 문제도 있지만 ‘최적화’ 개념이 없었던 이들은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최적화가 완성이 됐던 선수들은 어느정도 실력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저같은 경우는 방송을 하면서 연습으로 최적화가 진행됐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라는 강점도 있다.
‘설거지’라는 별명이 있기도한데, 당시 이야기를 해달라.
- 팀에서 잘렸다(웃음). 그당시에 팀에서 자르려면 명분이 필요하지 않나.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팀에서 같은 종족 1군을 2명 데려왔다. 자연스럽게 나는 정리됐다. 공식전 한 번 치르지 못했다. 로스터에 들어서 벤치에라도 앉으려면 내부에서 승률 30%를 기록해야하는데 SK는 워낙 강팀이라…
SK가 아니라 하위권팀이었다면?
- 지금 하는 이야기지만 자신은 있다. 엔트리정도는 들 수 있지 않았을까(웃음).
어린 나이에 또래 친구들처럼 놀고 싶지는 않았나. 하루에도 10시간 넘게 방송에만 매진한 이유는.
- 아무래도 집안 환경 탓이었다. 부모님과 동생, 저까지 네 가족이 약 14평 집에 살았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벌이가 되다보니 집중하기 시작했다.
놀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놀면 하루 일당이 날라가는 것 아닌가. 노는데 비용도 들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방송에만 집중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사정이 많이 나아졌을 것 같다.
- 부모님은 건물과 땅을 사서 사업을 하고 계신다. 지금은 집사람과 분가해서 아이 기르고 있다. 부모님 자본에 내가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대출을 많이 꼈다.(웃음)
그는 자신의 수익에 대해서는 “연봉으로 따지면 1~2억 정도”라고 밝혔다.
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 요로결석 때문에 병원에 갔었다. 쇄석술을 하다가 안깨져서 수술을 선택했다. 그러다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이후로도 3개월마다 병원에 가야한다. 다른 것보다 심리적 타격이 컸다. 그 이후로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헬스장도 다니고 여러 부분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원래 운동을 했던거 아닌가? 몸이…(그의 상체는 매우 거대했다)
- 아니다 운동 안했다(웃음). 초등학교때 수영을 조금 했던 정도다. 이제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상체와 함께 수염이 인상적이다.
- 처음엔 수염이 많이 나는게 스트레스였다. 영구제모도 시도했는데 너무 아파서 바로 포기했다. UFC파이터 코너 맥그리거를 보다가 나도 길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길러보니 ‘사이즈’가 나오더라. 머리도 자르고 하니까 얼추 비슷하게 모양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갑자기 30~40kg이 쪄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싫어했는데 자신감도 생기더라.
맥그리거의 어떤면에 매료됐나
- 자신감있는 모습. 도발도 잘하고. 쇼맨십이 좋다. 엔터테이너적인 면. 옷도 잘입고 자기 자신을 잘 가꾸는면도 좋았다. 제가 세레머니를 하는 것도 영향을 받았다. 원래는 오프라인 무대에서 굉장히 긴장을 했는데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프로게이머 전적이 삭제된 마재윤이 최근 인터넷 방송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 사람이 대처하기 나름이다. 한 승부조작 주동자가 이전에도 방송을 한 일이 있었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몇년간 자숙을 하고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도 했다. 자신의 방송을 켜고 또 사고를 했다. 모두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게 질타하지 않고 지켜봤다. 결과가 좋지는 못했지만.
하지만 마재윤은 치킨 뜯으면서 ‘주작송’ 틀고, 그렇게 방송을 시작했다. 그 이후 한참 뜸하다가 갑자기 또 와서 사과를 한다고 하면 누가 진정성 있게 보겠나. 어려울때는 사과, 먹고 살만하면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대하고. 절대 시청자나 게이머들도 좋게 볼수는 없지 않나.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마재윤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 저도 어떻게보면 피해자다. 팀들이 줄어들다보니 자리가 한정된다. 팀이 없어지며 그팀 1군들이 다른 팀으로 찢어진다. 그럼 2군 입장에선 더욱 갈곳이 없게된다.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지금 너 돈 많이 벌지 않냐. 그때보다 낫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 꿈은 크리에이터 이전에 프로게이머였다. 결국은 이뤄지지 못했다.
스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 오랫동안 해온 게임이기도 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타 할 때 외에는 컴퓨터 자체를 잘 안 만진다. 최근에 배틀 그라운드도 해보기는 했다. 한참 중독돼서 하다가 잘 안맞는거 같아서 컴퓨터에서 삭제 해버렸다.
올해 리마스터가 나오면서 기대를 했는데 막상 나오니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 미국가서 블리자드사 측과 이야기를 했는데 귀국해서 확인해보니 바로 해결이 됐더라. 블리자드도 적극적으로 유저 의견을 반영해주더라.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 건강관리하면서 이대로만 유지됐으면 한다. 다만 요즘 스타판이 위축되고 있다. 더 커지는 계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지금 스타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다 형-동생 사이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보는 사람들도 ‘아 그냥 친한애들끼리 게임하네’ 이 정도로 지켜본다. 과거에는 라이벌 구도도 있고 으르렁거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말해달라.
- 시청자수가 좀 더 늘었으면 좋겠다. 평균 동시 시청자수 10000명까지 달성 해보고 싶다. 지금은 1000명 2000명 정도다(웃음). 꿈을 크게 가져야하지 않겠나. 유튜브 채널도 더 키울 계획이다.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시청자분들도 지켜봐달라.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