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조선족, 그 오해와 진실 1-그들은 누구...실제론 국내인 범죄율보다도 낮아
국내 거주하는 조선족이 62만 명을 넘어섰다. 조선족 혐오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조선족은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하나다. 중국 전역에 200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한반도와 마주하는 동북3성에 밀집해 있다. 이는 중국 내 소수민족 중 10위권에 해당하는 적잖은 숫자다.
조선족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일제의 수탈을 피해 만주지역에 정착한 이들의 후손들이다. 물론 일제강점기 이전 명·청시대 중국에 귀화한 조선인들도 있었지만, 현대적 의미의 조선족은 대개 전자를 의미한다. 이들의 거주지는 반일무장투쟁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조선족의 중국 내 위상은 한족 못지않다. 무엇보다 만주로 이민한 조선 무장투쟁 세력들 일부가 중국 공산당 팔로군에 귀속돼 함께 피를 나눴기 때문이다. 지린성(吉林城)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중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치주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조선족들은 정식 교육과정에서 한글 교육을 받으며 대학입시에서도 한글 번역본을 선택할 수 있다. 연변대학교는 조선족 자치주의 종합대학으로 중국 내에서도 높은 위상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들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내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의 특별비자 혜택을 받아 외화벌이 일꾼으로서 중국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의 안내자이자 교두보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한-중 수교 이후 특별비자 혜택을 통해 국내에 물밀듯 들어온 조선족들은 건설, 제조,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 등 3D업종을 중심으로 우리의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해 왔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든 조선족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대림동을 비롯해 싼 임대료의 변두리를 중심으로 중화거리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타 국가 중화거리의 핵심이 주류민족인 한족(漢族)인데 반해, 한국의 새로이 조성된 중화거리 주류는 조선족들이다. 이제는 서울 대림과 가리봉은 물론 신림, 광명, 안산 등 전국 곳곳에 조선족들의 개별 상권이 존재한다.
이렇듯 국내 조선족들은 한국사회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별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국내 영화에서 등장하는 조선족들의 모습. 사진=영화 ‘황해’ ‘범죄도시’ ‘청년경찰’ 스틸컷. 백소연 디자이너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사실상 ‘혐오’ 수준에 가깝다. 조선족이 연루된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오원춘·박춘풍 등 조선족 살인사건, 동북3성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흑사파 계통의 조선족 조폭집단의 국내 잠입 등 조선족 범죄가 국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러한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흥행한 몇몇 영화를 포함해 대중매체들은 조선족을 요긴한 소재로 사용했다. 그들에 대한 묘사는 대부분 범죄자요, 기꺼해야 초라한 빈민들이었다. 영화 <황해>에서 조선족들은 살인청부업자였고, <청년경찰>에서 그들은 인신·난자 매매단이었으며, <범죄도시>에서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폭력배로 등장했다. 영화에서 그들은 범죄자를 떠나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옷차림에 남루한 인물로 묘사됐다.
더 근본적으론 조선족이 갖고 있는 ‘이중성’에 우리 사회가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족은 우리와 언어·문화를 공유하는 동일민족이지만, 엄연히 다른 체제에서 중화사상을 받아들인 중국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조선족은 다른 이방인들과는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정체성을 지닌다.
2016년 기준 국내 외국인 범죄율. 자료=경찰청
실제 국내 조선족의 범죄율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경찰청의 2016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조선족이 대거 포함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범죄율은 10만 명당 2220명 수준이다. 이는 10만 명당 4837명을 기록한 러시아인 범죄율과 비교해 거의 절반 안팎의 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10만 명당 3495명의 범죄율을 기록한 한국인 범죄율과 비교해도 낮다.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 검거 인원수도 10만 명당 950명으로 평균 수치(91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문화평론가는 “과거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범죄 집단으로 묘사했고, 지금은 그 자리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대신하고 있다”라며 “하나같이 주류 사회에서 벗어난 약자들을 손쉬운 재료로 사용해 왜곡했다. 요즘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족 역시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중국과 한국을 오간 한 사업가는 “중국은 꽌시(关系, 관계·연줄)가 중요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초창기 한국기업들은 현지 조선족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외국시장에 말이 통하는 민족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었고, 나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중국시장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압도한 배경이기도 하다”라며 “오히려 개방 초창기 한국인들은 조선족들을 상대로 수많은 사기행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중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 혐오 문제는 이유도 있고 오해도 있지만, 과장된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라며 “어차피 한-중 관계는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중국은 우리의 제1시장이고, 조선족은 그 시장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꽌시’이기도 하다. 단순한 민족 감정을 넘어 이젠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언더커버]조선족, 그 오해와 진실 2-‘르포’ 대림동 사람들 이어짐
일본판 조선족 ‘일본계 브라질리언’ 브라질 이민자 출신인 안토니오 이노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브라질 경제가 악화되면서 많은 ‘일본계 브라질리언’들은 모국인 일본을 찾았다. 마침 버블경제로 대호황 속에서 인력난에 시달렸던 일본 당국 입장에서도 그들이 필요했다. 현재 많은 수가 국내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조선족들과 비슷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일본 사회에서도 한때 이들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본국 사회에 적응이 어려웠고, 일부는 범죄자의 길로 또 다른 일부는 노숙자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본토인들의 이들에 대한 차별 문제도 매우 심각했다. 지금도 일본사회에서 ‘일본계 브라질리언’의 높은 자살률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엔 정부의 개선 노력과 더불어 이들 중 일부가 주류사회에 편입되면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대표적 케이스가 전설적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다. 브라질 이민자 출신인 그는 프로레슬러로서 이력의 정점을 찍었으며, 정계에 진출해 참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한] |
언더커버-언더커버는 <일요신문i>만의 탐사보도 브랜드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커버스토리를 넘어 그 안에 감춰진 안보이는 모든 것을 낱낱히, 그리고 시원하게 파헤치겠습니다. <일요신문i>의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계속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