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탄리역은 예전엔 금강산으로 가던 길목이었지만 지금 은 철도중단역으로 알려져있다. 맑은 날엔 북녘땅까지 바라 보인다는 고대산은 신탄리역에서 10분 거리에 산행기점이 있다. | ||
일년동안의 묵은 스트레스를 낭만기차에 싣고 산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차창 밖으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1, 풍경2…. 멀리서 다가왔다간 쏜살같이 멀어지는 전봇대 사이 논과 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끌어낸다. 아무리 많은 얘기를 나눈 연인 사이라 하더라도 기차여행은 아직 못다한 얘기가 많음을 일깨워준다.
< 경원선1 - 고대산 >
휴전선 가까이 북녘 땅이 내려다보이는 고대산은 눈 내리는 겨울철에 더욱 인기가 있다. 금강산으로 가던 길목이었으나 지금은 철도 중단역이 된 신탄리역까지 열차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다. 주말이면 입석 승객까지 꽉차 왁자지껄한 시골장터 가는 길 같고 혹은 수학여행길 같기도 하다.
간이역의 소박함이 묻어나는 신탄리역, 녹슨 철길도 운치있다며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뒤로 낯익은 문구가 보인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대형 팻말은 금방이라도 금강산이며 원산으로 달려가고픈 실향민의 마음을 헤아린 듯 중단역 철로가 끊어진 바로 그 지점에 세워져 있다.
군사지역인 때문인지 여느 지도에 잘 드러나 있지 않는 고대산은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다. 맑은 날은 멀리 휴전선, 백마고지까지 내다보이니 고향 가까운 곳이 여기가 아니겠는가.
예로부터 골이 깊고 봉우리는 높았던 고대산(832.1m)은 임야가 풍부해 목재와 숯을 만드는 데 적합한 곳이었다고 한다. 산 주위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참숯생산지 유명했으며 일제 때는 일본군에 저항하는 항일유격대의 저항이 치열했던 곳이기도 하다.
산행기점은 신탄리역에서 10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매표소에서부터 산행 길이 나뉘어지는데 제2등산로로 올라가서 제1등산로나 제3등산로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특히 제2등산로는 말등바위(대개는 ‘칼바위 능선’이라고 부른다)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능선 양쪽으로는 쉼 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자락과 반듯반듯한 철원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눈이라도 쌓이면 부드러운 품처럼 안아줄 듯한 자세다. 이에 비해 제1등산로는 순탄한 길이 이어지며 일명 매바위 폭포와 실폭포가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 이미 순백의 눈꽃이 만발한 태백산에서는 내년 1월18일부터 26일까지 눈축제가 열린다.(위)적 설량이 많고 등산로가 다양한 태백산은 겨울산 행의 백미다.(아래) | ||
가까이 금학산(947m)과 지장봉(877m)도 찾을 수 있다. 산행시간은 넉넉잡아 4~5시간. 가족산행에도 무리가 없다. 험한 곳은 없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며 산 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산길에서는 손두부, 손만두 등 정겨운 향토 먹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변변한 간판은 없어도 주변엔 단골이 많은 집들이다. 오리구이 음식점들도 많다. 막차를 타고 갈 생각이라면 느긋하게 약술(약재로 담근 전통주) 한잔 기울여도 그만이다.
▲ 산행: 신탄리역-제2등산로-칼바위 능선-정상-제3등산로 또는 제1등산로(4시간 소요)
▲ 교통: 의정부에 매시 20분 신탄리행(031-834-8887) 출발(아침 6시20분~밤 10시20분/ 1시간18분 소요)
▲ 주변 볼거리: 줄타기 광대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고문리 재인폭포
▲ 맛집: 산행시작 지점에서는 작은 다리와 마주보고 있는 허름한 집이 한 채있다. 이곳이 바로 신탄리 할머니의 약술과 손두부집이다. 한약재로 담근 막걸리는 속까지 깊은 맛이 배어나고 손두부와 손만두가 기가 막히다(031-834-2615). 이밖에 약수식당 834-8331 양지식당 834-9242 등.
▶ 문의: 031-839-2063(연천군청 문화공보실)
< 경원선2 - 소요산 >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동두천 소요산(587m)은 의정부역(875-7788)에서 경원선 열차(통일호)를 이용한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이야기가 깃들인 명소들이 많으며 기이한 소나무들도 흥미롭다.
소요산역이 산행의 들머리가 되고 주차장을 따라 가다보면 자재암 일주문에 들어서게 된다. 중턱에 위치한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친 곳이다. 자재암 옆에는 나한전이라 불리는 작은 굴이 있는데 여기서 최고의 차맛을 내는 물이 솟아 나온다. 일명 원효샘물이라고 불린다. 이밖에도 곳곳에 폭포와 암릉이 이어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최단거리 산행코스는 관리소-하백운대-중백운대-선녀탕-관리소로 소요시간 1시간 정도며 공주봉에서 관리소로 연결되는 코스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기차: 소요산역에서 하행 첫차 6시42분, 막차 오후10시41분.
▲ 주변명소: 신북온천, 열두계곡
▲ 문의: 소요산역(031-865-7788), 문화공보실 031-860-2063
▲ 고대산 정상은 시멘트헬기장이다. 사방으로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이 가득하다. | ||
순백의 설화를 떠올리면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태백산(1,566m)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상고대로 화려한 꽃을 피운 태백산에서 2003년 1월18일부터 26일까지 눈축제가 열린다. 겨울산행의 백미로 불리는 이곳은 이 겨울 누구나 한 번쯤 가고싶은, 찾고 싶은 산행지다.
적설량이 많기도 하지만 등산로가 다양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포대 하나씩 준비하면 하산길에 ‘엉덩이 썰매’를 탈 수 있는 곳도 많다.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타고온 비료포대를 지금 막 오르는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산행 들머리를 유일사 매표소로 잡는다. 10여 분 오르면 천제단과 유일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설경을 감상하기에는 유일사로 가는 것이 좋다. 절을 지나 능선에는 상고대(나무나 풀에 눈처럼 내린 서리)의 설화가 등산객의 손과 발을 꽁꽁 묶고, 정상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신비스런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정상인 장군봉에서 5분 거리인 천제단은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에는 지금도 개천절이면 하늘에 제를 올린다.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소원성취제를 올리기도 한다.
천제단에서는 망경사-당골 또는 문수봉-당골로 하산길이 나뉜다. 태백산의 정기가 가장 살아 있는 돌탑으로 유명한 문수봉으로 하산할 경우, 1시간 정도 더 걸리지만 가는 길에 바람과 눈이 어울려 탄생시킨 설화며 주목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천제단-주목군락지-문수봉-당골(5시간)
▲ 주변명소: 석탄박물관(033-552-7730)은 탄광 갱도 가상체험관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좋은 공부가 된다. 당골주차장에서 광장쪽으로 올라가면 보인다. 관람시간/ 09:30~16:30
▲ 교통: 청량리역(02-392-7788)에서 태백행(태백역 033-552-2401, 4시간30분 소요, 1만2천9백원)열차를 타거나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태백시-현리행 버스를 타고 유일사 입구에서 내린다.
▲ 문의: 유일사 매표소 : 033-550-2746 당골 매표소 : 033-550-2745,
< 태백-정선선 - 민둥산 >
가을부터 은빛 파도를 출렁이는 정선 민둥산. 억새산행지로 유명한 이곳 역시 철도산행지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완행열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야말로 산행 이상의 즐거움이다.
해발 1,118m 고지에서 사람의 키를 덮을 듯한 억새가 부드러운 춤을 추지만, 높이에 비해 워낙 경사가 완만한 산이라 가족과 단체산행으로 적절하다. 증산역에 내리면 증산초교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는다. 증산초교-밭구덕-정상(약 1시간30분)
▲ 주변 명소: 정선 5일장(2, 7일)이 서는 날이면 약초부터 각양각색의 토산품들이 등장한다. 장터에서 사먹는 올챙이국수, 감자부침, 메밀전병 등 먹거리가 일품이다.
▲ 기차: 서울에서 증산까지 가는 열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 새마을호 1회, 무궁화호 4회(3시간20분~4시간20분, 1만2천4백원)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