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원 “생존권 위협” 반발 속 타협안 모색할까
오는 3월부터 허용되는 TV홈쇼핑의 국산차 판매를 두고 현대자동차 판매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연합뉴스
국산차의 TV홈쇼핑 판매 결정은 수입·중고차에만 국한된 TV홈쇼핑 판매 허용이 역차별이라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2016년 5월 ‘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국산차의 TV홈쇼핑 판매 허용이 결정됐고 금융위원회가 2017년 3월 22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감독규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1년 뒤인 2018년 3월 23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개정 전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판매업자(수입차·중고차 제외)는 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판매업자가 자동차에 보험상품을 끼워 판매해 보험 모집 질서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손해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업체 역시 국산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국내 TV홈쇼핑업체들은 지금까지 국산 자동차 판매가 불가능했던 것.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주 오래된 규정이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국산차 판매망이 넓고 구매자도 많기 때문에 홈쇼핑에서 판매됐을 때 보험법상 문제 발생 여지가 더 커 법적 제한을 둔 것으로 안다”며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현대차 판매노조 관계자분들,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한 결과 개정안 시행 1년 유예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국산차의 TV홈쇼핑 판매를 끝까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산차를 TV홈쇼핑에서 판매할 경우 기존 판매사원들의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차 판매노조 관계자는 “생명과 맞닿아 있는 자동차는 무조건 싸게 판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책인 국산차 TV홈쇼핑 판매 허용으로 혜택받는 건 결국 홈쇼핑을 소유한 기업일 뿐 1만 5000여 명의 현대·기아차 영업 노동자의 일자리는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은 기간 동안 그동안처럼 청원,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전 조합원 투쟁을 비롯해 청와대까지 가겠다”며 “현재 민주노총과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역시 “TV홈쇼핑에서의 국산차 판매는 판매노조와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처럼 직영판매를 하지 않는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들은 국산차의 TV홈쇼핑 판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은 공통적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 집중할 뿐 TV홈쇼핑 국산차 판매에 대해서는 따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완성차 대리점 관계자들은 곧 TV홈쇼핑에서 국산차 판매가 허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르노삼성 대리점 관계자는 “판매업을 하는 대리점 입장에서 또 다른 강력한 판매자가 등장했는데 반가울 리 없다”며 “다만 르노삼성 판매자들은 현대차처럼 판매 노동조합이 없다보니 목소리가 모아지지 않고 사실 그 정도로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차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리점이 거의 유일한 판매 경로였는데 TV홈쇼핑에서 대량으로 판매되다보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판매사원들은 다 직업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현대차 노조는 어떤지 몰라도 여기는 주변 판매사원들끼리도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로서는 오는 3월 TV홈쇼핑을 통한 판매가 허용되더라도 노조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협회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TV홈쇼핑 판매도 각 자동차업체의 내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TV홈쇼핑 판매가 허용되더라도 판매사원들의 입장이 있다보니 당장 TV홈쇼핑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판매노조와 협상을 거쳐 예컨대 재고차같이 팔기 힘든 제품만 홈쇼핑에서 허용하는 식으로 타협안을 정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국산차의 TV홈쇼핑 판매 방식이 TV홈쇼핑 사업자들이 가진 모바일·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생각보다 크게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TV홈쇼핑 한 관계자는 “아직 자동차 업체들과 구체적으로 판매에 관한 얘기가 오가고 있진 않지만 판매가 시작되면 대부분 홈쇼핑 업체가 온라인 쇼핑몰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TV홈쇼핑 업체 중 상당수가 자동차 장기렌탈 상품을 판매 중인데 신차 판매가 이와 어떠한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홈쇼핑이 아닌 온라인 쇼핑을 즐기기 때문에 국산차의 TV홈쇼핑 진출보다 중요한 건 온라인 판매 여부”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