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소송 전망…시민단체 시동에 1월 중 대규모 소송 돌입 예고
‘문제 기종’으로 분류된 아이폰 6S 시리즈. 사진=애플
[일요신문] ‘앱등이가 뿔났다. 그것도 그들이 칭송하던 애플의 대표 아이폰에’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인기 스마트폰 아이폰의 제조사 애플은 다소 놀라운 발표를 했습니다. 이들은 일부 아이폰 모델에 업데이트를 적용하며 고의적으로 성능을 저하시켰다고 인정했습니다.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같은 애플의 발표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문제가 된 아이폰 모델은 여러 시리즈 중 6, 6 플러스, 6S, 6S 플러스, SE, 7, 7플러스였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출시된 모든 모델에 고의 성능 저하가 적용됐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기기에 나타나는 속도 저하 등이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기기의 급작스런 꺼짐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같은 문제를 이용자들에게 공지한 바 없습니다.
이용자들은 애플이 성능 저하를 알려줬더라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지 않거나 노후된 배터리를 교환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더불어 애플의 성능 저하 은폐는 기기 재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성능 저하 논란에 전세계적으로 소비자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단 소송 행렬은 국내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아이폰은 제품 출시 시점에 따라 스마트폰 점유율 10~20% 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의 소송 참여가 예상됐습니다.
이에 여러 단체에서 소송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법무법인과 시민단체 등은 온라인에 소송 계획을 공지하며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며 첫 발을 뗐습니다. 이 단체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아이폰 이용자는 122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기기 출고가 평균 금액 120만 원과 정신적 피해 위자료 100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습니다. 이들을 시작으로 애플에 대한 집단 소송이 속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아이폰 소송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소송을 진행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조계창 변호사는 “그간 집단 소송이 진행됐던 증권 분야에서도 20만 명을 넘어서진 못했다”며 “11일 09시 54분 현재 신청자 38만 1000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대규모 인원이 그대로 소송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누리 측은 현재 소송 참가 의사를 묻기위해 참가자들로부터 간단한 연락처 정도만을 수집했을 뿐입니다. 오는 1월 말 소송 위임 계약 등을 위해 신청자에게 개별연락을 취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소송 참가 인원이 결정 됩니다.
한누리 측은 이번 애플의 행위를 2가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능저하 업데이트는 민법 제 390조 채무불이행 또는 제 750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애플이 소비자들의 구매행위 이후에도 제품관리 등 사후 조치를 이행해야할 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소비자기본법 제 19조 2항, 3항과 5항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들은 애플이 일부 모델의 성능저하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미리 알리지 않고 신형 모델로의 교체를 유도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제품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한누리 측은 애플의 행위에 대해 “고객의 충성을 배반하는 행태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는 소송방식에 대해 자세한 법률적 검토와 사실 조사를 거치고 있습니다. 미국법정에서 미국식 집단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미 제기돼 있는 집단소송 참여, 또는 소비자단체와 함께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송 비용과 관련해선 조 변호사는 “소송 참가비는 일단 법인에서 부담하고 성공보수로 일정부분 받는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앞서 시민단체의 200만 원 대에는 못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의 이용 불편과 애플 측 불찰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반 이용자들이 단순히 ‘이득을 얻겠다’는 취지로 가볍게 소송에 참여해서는 배상 등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호갱’으로 불러지고 있습니다. 국가적 수치를 떠나 세계 어느나라보다 민감하고 전문적인 소비자로 여겨지는 우리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호갱으로 전락해야만 할까요? 적어도 국뽕(삼성 등 국내기업을 칭송하는 유저들을 칭함)에게 무수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존심을 지켜온 애플빠 앱등이들에겐 이번 소송 결과가 중요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