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지침 등 확정 두고 ‘진통’…공회전 거듭하다 대량실업 사태도
전북도청 전경.
전북 도내 정규직 전환대상자는 모두 4766명이 명단에 올라가 있다. 전북도와 14개 시·군 등 지자체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심의기구를 설치했다.
그러나 전환심의기구 설치 실적과 달리 전환 결정을 완료한 곳은 정읍시와 김제시 등 달랑 두 곳으로 236명이 전환됐을 뿐이다. 나머지 시군은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만 구성해놓고 위원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등 여전히 전환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읍시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통해 전환대상자 338명 가운데 15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김제시는 전환대상자 403명 가운데 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추가로 66명 정도를 심의할 예정이다.
이들 시군을 제외하고 전북도와 나머지 시군은 여전히 정규직 전환절차를 진행 중이다. 도와 전주시, 군산시, 무주군, 순창군, 고창군, 부안군 등은 수차례 전환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전환대상 규모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진안군은 전환대상 규모를 확정한 뒤 대상자 219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익산시와 남원시, 완주군, 무주군, 임실군 등은 전환심의위는 구성했지만 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시군이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임금, 전환대상 규모, 전환 가이드라인 등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 시군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잡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전환심의위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명확치 않아 도내 자치단체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자치단체마다 정규직 전환기준이 다르게 확정될 경우 대상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자리를 잃는 비정규직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애초 계약직 근로자 524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심의 대상자로 390명을 꼽았지만 심의위가 노동계 반발로 공전을 거듭해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된 305명이 직장을 잃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전환 협의가 끝나지 않으면 임시로라도 비정규직의 계약을 연장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비정규직의 대량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선 공공기관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칠석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