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학부 축소 놓고 전임 vs 현직 세력 충돌
지난 5일 나사렛대 앞에서 평택 A 교회 교인들이 총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재학생·교인 “총장이 학교서 기독교 지우려 해” 비난
지난 5일 평택 A 교회 교인과 나사렛대 기독교학부 재학생 10여 명은 나사렛대 정문에서 임승안 총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임 총장이 학교에서 교단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독교학부를 축소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나사렛대는 나사렛성결교단의 유일한 신학교다.
기독교학부 재학생들은 구체적인 학부 축소 정황을 내놓았다. 조성빈 나사렛대 기독교학부 학회장은 지난달 학생회 간부, 동아리 리더 등이 참여하는 리더십 트레이닝에서 “기획처장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관련, 정부에서 20개 정도의 과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취업률과 재학률을 기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학 관련 학과는 취업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임 총장은 교단 총회에서 비인가 신학교 건립을 주장했다고 한다. 일련의 일들이 학교에서 신학과의 권위를 축소해 교단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 교무처장 B 교수를 지목하며 그가 학과 축소를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기독 대학의 정체성과도 같은 채플을 줄이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기독교학부 재학생들에 따르면 B 교수는 지난 2016년 교무처장 재직 시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이유로 필수 과목인 채플을 7학점에서 5학점으로 축소하는 학사 조정을 추진했다. 채플 축소를 반대했던 한 교목실 목사는 기숙사 담당 교목으로 좌천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 전임 총장 세력 다잡기에 대한 반발?
그러나 이번 시위는 현 총장과 전임 총장 간 정치적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 총장의 전임 총장 세력 다잡기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
나사렛대는 신민규 전임 총장의 교수 특혜채용 문제로 학내 갈등을 겪어왔다. B 교수는 신 전 총장의 교수 특혜채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특혜채용된 교수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온 인물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임 총장이 B 교수를 앞세워 전임 총장 세력을 견제하고 학교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학교의 주요보직이 전임 총장과 대척점에 있던 교수들로 꾸려진 것 또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B 교수는 임 총장이 지난 2016년 교무처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임 총장이 4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교수로 채용됐다. 또, 임 총장이 담임했던 교회의 출석 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총장 재직 당시 그의 퇴임을 주장했던 전 나사렛대 교수협의회장은 현 총장의 비서실장 자리에 앉아있다.
# 학교 “구조개혁 평가 위한 조치…정치적 의도 의심”
학교 측은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나사렛대 관계자는 “신학대와 일반대 분리는 언급조차 없었다. 신학과는 취업률이 아닌 충원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우리 학교에 신학에만 집중된 전공을 낮추고 폭넓은 과정으로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시책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B 교수는 모욕감을 주는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이사회에 출석해 소명했다”며 “왜 다른 단체가 아닌 일선 교회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부추겨 나온 것 아니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평택 A 교회의 담임 목사는 현재 나사렛대 기독교학부 신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집회에 참가한 일부 학생은 이 교회의 출석 교인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박하늘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