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적 친분 통해 권력 이용” 중형 판결, 안종범 6년 신동빈 2년 6개월 법정구속
최순실 1심 징역 20년 중형 선고 ‘안종범 수첩’ 결정적 증거 채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순실 씨의 혐의 가운데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안종범 전 수석에게도 징역 6년 및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재단 출연 모금이나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최 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는 72억 9000여만 원을 뇌물액으로 일부 인정했다.
다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800만 원과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뇌물에서 제외됐다.
다른 기업들과 관련된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SK와 롯데, KT,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등을 압박한 혐의가 해당됐다.
재판부는 형량 산정에 대해 최 씨에게 “피고인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의 오랜 사적 친분을 바탕으로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수수하고 기업들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초래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에게 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경제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할 책무가 있는데도 대통령과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날 최순실 1심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에 대한 증거 채택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숨길 수 없는 미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의 2심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능력으로 부인했던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객관적 일정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재한 것이지만, 이것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두 사람 사이의 내밀한 독대 내용까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어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비춰진 안종범 수첩 자체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 차이가 생긴 셈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첩을 ‘사초(史草)’라 표현하며 ‘삼성 뇌물’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도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800만 원과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모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박 전 대통령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삼성 측에서 명시적·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 등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과 동일하다.
이른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판결이라는 비난도 제기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 상고에도 안종범 수첩이 어떻게 작용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