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정보 유출’ 현직 검사 2명 영장…최 변호사 ‘절친’ 부장검사 등 다수 수사 대상 거론
수십억 원대 탈세 혐의로 구속된 최인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 관련 수사 자료들이 최 변호사 측으로 넘어간 과정에 현직 평검사 2명이 관여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검사 이성희)는 추 아무개 검사와 최 아무개 검사 등 현직 검사 두 명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일요신문’이 김 아무개 검사장의 사건 관여 의혹을 제기했던 사건이기도 한데, 검찰 내에서는 자연스레 현직 검사 외에 ‘윗선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변호사와 동기이자 연수원 때부터 절친했다고 하는 A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5기)가 우선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홈캐스트 수사 사건과 관련해 대형 로펌이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현직 검사까지 체포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최인호 변호사 발 법조 로비 게이트’가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인호 변호사를 둘러싼 검찰 사건은 한 건이 아니었다.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 최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 그리고 고발당한 사건이 있었다. 추 검사(서울서부지검)와 최 검사(서울남부지검) 두 현직 검사는, 각각 다른 사건을 맡아 수사하면서 최 변호사에게 수사 자료를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A 부장검사뿐 아니라, 여러 명의 윗선이 있을 수 있다는, 대형 법조 ‘게이트’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두 검사가 최 변호사를 도와준 정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한 추 검사는 당시 최 변호사가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와 공판 등을 담당했다. 추 검사는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최인호 변호사가 광고대행사 조 아무개 대표를 사기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와 1심 재판을 맡아 최 변호사를 챙겨줬다.
추 검사는 당시 조 대표를 구속 기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의 요청을 받고 녹음파일 등 수사 자료를 고소인인 최 변호사에게 넘겼다. 추 검사가 넘긴 자료는 조 대표가 구치소에서 지인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 100여 개. 검찰은 지난해 말 최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전직 운전기사의 주거지 및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 검사가 넘긴 자료를 확보했다. 향후 조 대표 측의 맞대응으로 최 변호사는 소송 의뢰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금 14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결국 최 변호사는 당시 사건의 고소인이면서 피의자였는데 서울고검에선 추 검사가 수사자료를 넘긴 것은 최 변호사가 고발인인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검사는 이보다 조금 뒤인 2015~2016년, 서울남부지검 근무 당시 최 변호사를 도왔다.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었던 최 변호사에게 도움을 준 것. 당시 함께 사건을 맡았던 박 아무개 수사관은, 본인이 최 변호사 측에 유출한 수사 자료를 파기했는데 최 검사는 이 과정에 관여했다. 앞서 박 수사관은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다 자신이 최 변호사 측에 유출한 조서를 발견하자 이를 검사실로 가져와 문서세단기로 파쇄했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해당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박 수사관을 상대로 최 검사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곧바로 춘천지검에서 근무 중이던 최 검사를 긴급체포했다.
보기 드문 수사 자료 유출·파기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 내에서는 ‘윗선’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레 힘을 받는다. 아직 평검사 급인 이들의 연차나 평소 근무 태도 등을 감안했을 때 혼자 움직일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추 검사를 잘 아는 현직 검사는 “추 검사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평소 성실했던 근무 태도나, 성품 등을 놓고 봤을 때 전혀 상상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최 검사 역시 “그랬을 리가 없다, 혼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이 나온다.
자연스레 사건에 부장검사 급 이상의 윗선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최 변호사와 있었던 A 부장검사 이름이 수사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A 부장검사는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3년~2014년에는 서울서부지검에서 최 변호사 사건을 수사했던 부서의 부장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A 부장검사가 추 검사를 1년간 데리고 근무한 적이 있는 것. 검찰 내에서는 “A 부장검사가 최 변호사를 위해 추 검사 등을 움직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A 부장검사를 잘 아는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평소 최 변호사와 A 부장검사가 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 변호사 사건에 A 부장검사 외에 검찰 간부, 지난 정부 유력인사 등이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 변호사가 평소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직들과 ‘친하다’고 과시하고 다녔기 때문. 또 서울남부지검 사건의 경우, 대형 로펌이 선임계를 내지 않고 최 변호사 측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검찰 간부 외에 대형 로펌까지 연결되는 최 변호사 발 대형 법조 게이트가 열릴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 진정이 제기되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검찰청은 지난해 11월 서울고검에 재수사를 지시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도록 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장인 손영배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특수통 중에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손영배 부장검사가 수사에 투입된 뒤, 수사관 2명, 현직 검사 2명의 신병이 확보되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 흐름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이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A 부장검사는 물론 몇 명의 전현직 검사장도 조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