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80억 추가 확인에 금강서도 80억 조성 파악…최종적으로 김윤옥에 갔다는 의혹도
[일요신문] 검찰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주주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지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검찰은 MB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를 잇달아 구속하고 그간 조성된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 바레인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병모 국장과 이영배 대표는 모두 MB 처남이자 다스의 옛 최대주주인 고(故) 김재정 씨와 같은 태영개발 출신이다. 지난 BBK 특검 때는 MB 차명재산 관리인이란 의혹을 받고 나란히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MB는 다스와 연관이 없으며 MB의 차명재산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두 ‘금고지기’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MB의 다스 차명 소유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MB 최측근이자 다스 자금 운용을 총괄한 김성우 전 다스 사장도 마찬가지다. 김 전 사장은 지난 특검 때 진술을 뒤엎고 “다스 설립 당시 MB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전직 핵심 간부는 “올 초 김 전 사장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MB 측 도움을 기다렸지만 아무 연락이 없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다스 최고경영진인 강경호 다스 사장도 “정황상 다스는 MB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전·현직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 사장은 MB 아들인 이시형 다스 전무와 최근 회사 임원의 사표 수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검찰 수사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강경호 다음은 이시형”이라며 “MB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서울동부지검에 마련된 ‘다스 수사팀’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다스 비자금 120억 원은 경리직원 조 아무개 씨가 경영진 몰래 횡령한 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120억 원과 별개로 추가 확인된 비자금에 대해선 MB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검찰 안팎에선 “시민단체가 고발한 120억 원이 MB 것이 아니며 대부분 고발 내용도 특정 보도에 의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의 다스 전직 핵심 간부는 “120억 원은 경리직원 개인 비리라 MB를 엮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고, 수사팀 사정에 밝은 검찰 관계자도 “‘다스 수사팀’은 일종의 연막이자 대외용이고, 진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은 김성우 전 사장의 진술과 자수서 등을 근거로 추가 확인된 비자금 80억 원의 조성 경위와 용처를 쫓고 있다. 이를 위해 경리직원 조 씨와 총무팀 간부를 비공개 소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사장은 비자금 80억 원 가운데 60억 원은 공장부지 매입과 하청업체 관리비로 사용했고, 나머지 20억 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다스 전직 간부 A 씨 등에게 현금 형태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리직원 조 씨가 김 전 사장이 요구하면 용처를 묻지 않고 뭉칫돈을 건네 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그런 거액을 받은 적이 없고, 김성우가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김 전 사장이 회사 돈을 빼돌려 차명 부동산을 매입하고 다스 협력업체 B 사와 공모해 일감을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등 경영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는 것. 실제 한 외식업체가 임대 중인 제주 강정동 땅은 김 전 사장 아내 소유임이 확인됐고, 제주 보문로 상가도 김 전 사장의 옛 여비서로 알려진 최 아무개 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 씨가 언급한, 다스 부동산 매입에 도움을 준 B 사는 2000년대 들어 연매출 8000억 원대 회사로 급성장했다. A 씨는 이르면 이달 내 검찰 소환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이시형 씨(다스 기획본부 전무)가 설립한 ‘제2의 다스’ 에스엠에 금강의 비자금이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일요신문 DB.
이영배 대표는 또 “금강 재무담당 이사인 C 씨가 회사 자금 운용을 도맡았다”면서 책임을 일부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스와 금강의 관계와 관련, 그간 다스가 어음을 발행하면 금강이 납품대금을 어음으로 받고, 다스가 다시 자사 어음을 금강으로부터 회수하는 과정에서 어음할인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C 씨는 “현재 아무것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스와 금강 일각에선 각각 10년 넘게 회사 차원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최종적으로 MB가 아닌 그의 아내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영배와 이병모는 모두 김윤옥의 동생 김재정의 사람이고, 김재정은 다스 설립 당시 최대주주이자 회장 행세를 했다”라며 “다스가 설립된 1980년대 김윤옥이 직접 회사에 찾아와 대소사를 챙겼다는 증언이 있고, 회사 인사 관련 부탁이 김윤옥에게 갔으며, MB가 아끼던 김진 전 다스 부사장을 다스에서 쫓아낸 것도 김윤옥이라는 말이 있다. 권영미 씨 등의 계좌추적을 해보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B 누나 이귀선 씨가 설립한 고철업체 D 사도 MB 일가의 핵심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D 사는 2002년 설립 후 다스에서 나온 고철을 대기업 제철사로 납품해 중간마진을 챙겼다. 한 달 평균 700t 이상의 고철이 다스에서 나왔는데 1kg당 시세 300원을 적용하면 월 평균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저 올린 셈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24억 원, D 사와 다스 간 계약기간을 10년으로 잡으면 최소 240억 원의 돈이 D 사로 들어간 셈이다.
D 사는 실제 사업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며 화물트럭 기사와 따로 용역 계약을 맺고 고철을 납품해왔다. 이시형 전무는 2016년께 D 사에 주던 고철 일감을 끊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이귀선 씨의 아들이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는 “D 사가 중간에서 챙긴 용돈을 이시형이 도로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스로서는 D 사에 ‘중간 통행세’를 주는 것보다 대기업 제철사와 직거래하는 것이 이득이다. 검찰은 이 같은 다스의 고철 거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거래 대금 중 일부가 MB 일가에 흘러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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