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유만으론 처벌 어렵지만 범행의 동기로 중요…특활비 상납·소송비 대납 등 인정 땐 20~30년 중형 가능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해답이 거의 밝혀진 가운데 이제 유무죄 여부보다 이 전 대통령에게 내려질 형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현재 다스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120억 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BBK로부터 다스 투자금 140억 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로 밝혀진다고 해서 두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규명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재판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20억 원 비자금 조성 건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되고,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했다는 의혹도 실소유주라고 가중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스 실소유주로 밝혀짐으로써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은 부동산 소유 구조에 따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재산 은닉이나 차명 재산, 세금 탈루 등이다. 국세청은 이미 다스의 탈세 의혹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데 탈세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로 밝혀지면 이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은 거의 없다. 다스에서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을 저질렀어도 실소유주라고 무조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중요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범행동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면 직권 남용까지 불사하며 다스 BBK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범행동기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120억 비자금 조성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하고 조성된 비자금을 실제 사용까지 했다면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과거 대기업 회장들은 수백억 원대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기소돼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죄질에 따라 얼마든지 실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BBK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죄의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면 자신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최고 권력을 남용한 것인 만큼 무거운 형량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다스가 BBK에 140억 원을 투자했던 만큼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또한 다스 실소유주라고 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찰이 추가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경준 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 했다.
국정원 특활비 문제도 이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뇌물 방조와 국고 손실 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이라고 표시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김성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2008년 4~5월경과 2010년 7~8월경에 먼저 2억 원씩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 요구에 따라 두 전직 원장이 특활비를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고 액수도 정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이 시기까지 특정한 만큼 매우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 뇌물수수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데,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으로 돼 있다. 5억 원 이상 뇌물수수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징역 9~12년을 기본 형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변호사 비용 30억 원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 시작된 2009년에 이 전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특별사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가성 입증을 위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면 소송비 대납을 제3자뇌물죄가 아닌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뇌물을 직접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주라고 요구한 경우로, 업무연관성과 대가성, 공무원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밝혀내야 혐의가 입증된다. 뇌물죄보다 혐의 입증이 훨씬 까다롭다. 삼성 소송비 대납이 뇌물죄로 인정될 경우 액수가 30억 원에 달해 이 전 대통령 혐의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 예상된다. 뇌물죄의 경우 뇌물액수가 가장 중요한 양형 기준이 된다.
그러나 삼성 소송비 대납 뇌물죄 혐의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소송비 대납을 강요하거나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벌써 10년 전 일로 통신기록 등이 소실돼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여러 혐의 중 현재 가장 입증이 쉬운 것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다. 전달 기록이 남아있고 전달자인 전직 국정원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은 이미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특활비를 상납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뇌물이 아니라 편법 예산 사용이나 심해야 공금유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한 사례로 학교 공금 3억 원가량을 자신의 변호사비로 사용한 대학총장의 경우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 공금유용으로 판단될 경우 집행유예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삼성 소송비용 대납이 뇌물죄로 인정된다면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임을 감안하면 법원에서 그렇게까지 선고하지는 않을 것 같고 10년 정도의 형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뇌물 공여자가 다를 경우 별개의 범죄로 보기는 하는데 가장 큰 범죄에 거의 결합을 시켜버리니까 국정원 특활비가 뇌물로 인정될 경우 5~6년의 형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20~30년의 중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